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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박근혜 정부 임금피크제의 진짜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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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임금피크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다 아시는대로 55살이 되는 해 임금을 최고로 삼아 정년이 되는 60살까지 해마다 10%를 줄여서 월급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임금피크제를 하면 먼저 그에 해당되는 노동자들 노후 대비 여력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나이에 해당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결혼한 지가 30년 안팎입니다. 결혼한 지 30년 안팎이면 그동안 작으나마 집 한 칸 장만하고 자식들 낳아 기르고 공부시키고 출가시키고 하는 데에 자기가 버는 돈 대부분을 썼거나 쓰고 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1. 중년 노동자의 노후 활력 발탁


지난 세월 땅이나 주식 투자를 해서 많은 돈을 벌었거나 아니면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하거나 하지 않으면 자기자신을 위해 모아놓은 재산은 거의 없기 십상이라는 얘기입니다. 


9월 16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임금피크제 등 정부 노동 개편 정책에 반대해 삭발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부. 경남도민일보 사진.


말하자면 이제 자식들 독립시키고 정년까지 남은 세월 일하면서 버는 돈은 노후 자금으로 삼으려 하는 세대인데요, 난데없이 다른 대책 없이 임금피크제를 한다면 참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난감함은 개인 문제로 끝나면 좋으련만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이 자기 힘으로 자기 노후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그것도 한둘 개인의 잘못이나 일탈이 아니라 정부 노동정책 탓에 그렇게 됐다면 결국 그에 대해서는 사회나 국가가 막음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박근혜 정부 임금피크제를 두고는 현재 제기된 문제를 겉으로는 해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더 크게 곪아터지도록 해서 미래로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와 다르지 않다고 할 수밖에요. 


이처럼 중년 노동자한테 임금피크제를 강요해 그 여력으로 청년 고용을 늘이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도 문제가 작지 않습니다. 


8월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임금피크제 등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히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경남도민일보 사진.


임금정책은 기본이 노동과 자본 사이 소득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습니다. 생산의 두 주체인 노동과 자본이 협력해 같이 생산한 재화를 얼마나 자기 몫으로 삼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바로 임금이고 이윤인 것입니다. 


2. 재벌의 잘못과 책임 은폐


그런데 지금 임금피크제는 자본의 몫(이윤)은 전혀 손대지 않은 채로(어쩌면 더 큰 자본의 몫을 상정하면서) 지금 주어져 있는 노동의 몫(임금)을 갖고 노동자들끼리 나눠가져라 하는 식입니다. 현재 임금 수준이 충분히 높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리가 절대 없습니다. 


청년 고용 문제의 해법은 간단합니다. 그것은 임금피크제가 아닙니다. 규모와 업종에 따라 많고 적은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크게 전체로 보자면 지금 자본의 곳간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넘쳐나는(특히 재벌이 더 그렇다) 반면, 노동의 지갑은 엄청나게 쪼그라들어(특히 비정규직이 더 그렇다)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본 특히 재벌의 곳간을 풀어 노동 특히 비정규직의 지갑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해야 순리입니다. 재벌한테서 이윤을 줄이고 그것으로 청년 고용을 늘여야 맞다는 얘기입니다. 


이 뻔한 해법을 두고도 박근혜 정부는 줄기차게 중년노동자에게 노후 빈곤을 강요하는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 노동자들끼리 세대싸움을 부추기는 셈입니다. 


이 싸움에 세상 눈길이 온통 쏠리도록 함으로써 문제의 근원(재벌 문제)을 숨기는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태까지 감싸온 자본(특히 재벌)을 더욱 감싸고 돌면서 그 이익만 늘려주려 한다는 비판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김훤주 

※ 경남도민일보의 9월 1일치 ‘데스크칼럼’으로 실은 글입니다. 시기가 조금 지난 듯하지만 그래도 일단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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