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후마니타스)의 작가 서형이 이번엔 조현오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허위발언'으로 8개월 징역을 살고 나온 바로 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다.


서형 작가는 사법피해자 취재를 전문으로 해왔다. 취재 중 조현오 전 청장의 다른 면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의 진면목을 취재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조현오'라는 이름 석자는 차명계좌 발언 하나만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있는 사람. 이명박 정부의 경찰청장이었다는 것으로도 다른 쪽 진영에선 공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몇몇 매체에 연재를 타진해보았으나 모두 난감한 기색으로 거절했다. 그러나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은 그런 세간의 시선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글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니까. 근거없는 비난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만 아니라면 이 블로그는 글쓰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편집자 김주완]



[구겨진 제복] 12화. 조현오의 조직장악 비결은 '감찰'


조현오는 울산남부서장으로 취임하면서 첫 지휘관 생활을 했다. 울산은 팽창하는 도시로 교통사고와 강력 사건이 잦았다. 사건·사고를 줄이고자 조현오가 주목한 곳은 검문소였다. 검문소에서 인적사항을 미리 노출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현오는 검문소를 직접 챙겼다. 자리를 비운 직원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청문감사관이 나섰다.


청문감사관은 일선 경찰서에서 감찰과 감사를 총괄하는 보직이다. 감사 대상은 행정적인 일상 업무다. 감찰 대상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행위가 된다. 즉 개인 행위와 관련한 비위는 감찰 영역이다. 단, 사무감사 중 발견된 계약관계 등으로 말미암은 배임이나 횡령 같은 비위는 감사에서 처리한다. 물론 지휘관이 상황에 따라 감사 쪽 업무라도 감찰 부서를 활용하는 일은 자주 있다.


조현오는 새벽에 파출소를 순시했다. 당시 관용 차량은 의경이 운전했다. 하지만 조현오는 관내지리를 익힐 겸 의경을 옆에 태우고 직접 운전했다. 차량 이동 중 무전으로 112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으로 바로 차를 돌려 초동조치를 확인했다.



업무를 세심하게 챙기자 서울종암경찰서장 시절 직원들은 조현오를 ‘조순경’이라고 부르곤 했다. 조현오는 경찰서 과장들에게 주어진 감독순시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남부서장 시절 하루는 전국 일제검문검색이 진행됐는데 조현오는 과장에게 현장에서 직원 근무를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나이가 한참 어린 과장 한 명이 근무한 것처럼 거짓말했다. 조현오는 과장을 다그쳤다.


“지방청에 보고해서 징계받을래? 아니면 일주일 동안 교통외근과 근무복 입고 심야음주운전단속 할래?”


과장은 현장 단속을 택했다. 과장이 도로에서 현장 단속을 하자 다른 직원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조현오는 2006년 경찰청 감사관을 지낸다. 감사관 아래로 감찰과장과 감사과장을 뒀다. 당시 감사과에 순경 출신으로 강직하며 다부지게 일을 잘하는 직원이 있었다. 2008년 조현오가 치안감으로 승진하여 부산지방경찰청이 됐을 때 그 직원은 은퇴를 몇 년 앞둔 총경이었다. 조현오는 2009년 그에게 경기청 청문감사담당관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부탁을 받는 순간 ‘일을 많이 시킬 텐데…’라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방청에서 경무과 기획계는 치안 수요에 맞게 인력을 배정하는 일을 한다. 경찰관 전출은 경무과 인사계 업무다. 조현오는 당시 경기지역 경찰에게 업주와 통화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징계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감찰은 업주와 통화한 경찰에 대해 1~3단계 등급을 정해 전보 조치했다. 또 첩보를 바탕으로 평판이 좋지 않은 경찰은 다른 경찰서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진술서와 근거를 남겨 항의가 들어오면 사유를 밝혔다.


생활안전과 업무에도 감찰 기능이 섞였다. 조현오는 경기청에서 성과주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성과주의는 과잉 단속 부작용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폐단을 막는 일도 감찰에서 맡았다.


조현오가 경기청으로 오기 전, 2009년 1월 평택 쌍용자동차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쌍용자동차 운명은 법원과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4월 사측이 발표한 구조조정안은 전체 인력의 37%를 해고하는 것인데, 희망퇴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976명을 정리해고한다. 5월 22일부터 쌍용차노조는 평택 공장을 점거해 파업을 시작했다.


6월 25~26일 정리해고에서 벗어난 직원과 임직원 3000여 명이 공장 안에 진입하여 노조와 충돌하며 부상자가 속출한다. 대규모 경찰병력이 투입돼 양쪽이 접촉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사측을 비롯해 누구도 공장 안팎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수십 개 중대가 교대로 근무했다. 경비국 처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전에 기강을 잡는 것이다. 오랜 기간 경비 근무를 하면 음주, 졸음 같은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다. 쌍용자동차 사태 때는 그런 사고가 없었는데 그만큼 조직이 장악됐다고 볼 수 있다. 밤마다 무전으로 근무 확인을 점검하는 것도 감찰이 맡은 일이었다. 여기에 국정감사보고서까지 조현오는 청무감사담당관에 넘겼다. 조현오가 끌어들인 총경은 모든 일 처리가 야무졌다.


이듬해 조현오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된다. 조현오는 총경에게 1년만 더 함께 일하자고 부탁한다. 당시 그는 은퇴를 앞두고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조현오가 서울에서도 ‘성과주의’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묵묵하게 뒷받침한 총경 덕이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밀어붙였을 듯한 조현오도 경찰청장이 될 때까지 참았던 것도 있다. 경찰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보통 사람 시각에서 기본적인 것들이 경찰 조직 안에서는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일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 관할 경찰서장은 휴일이 없었다. 서울종로경찰서장은 북한산을 앞에 두고도 등산 한 번 하기 쉽지 않았다.



업무에 소홀하다는 질책을 받을까 걱정했다. 승진에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휴가를 가지 못하는 직원도 많았다. 대부분 직원은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고 눈치만 봤다. 조현오는 감찰을 풀어 정시 퇴근 문화를 정착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청장 시절에는 가능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청장 지휘방침과는 달라 경찰청 감찰 등을 통해 간섭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청문감사담당관은 열심히 했지만, 인사권을 가진 경찰청에서 견제를 받아 본인희망과 관계없이 2010년 경찰대학 교육과정으로 발령난다. 경무관이 되는 필수 과정이었지만 은퇴를 고작 1년 남짓 앞둔 총경에게는 불필요했다.


2010년 8월 조현오는 경찰청장이 된다. 통상 청장이 바뀌면 중요 보직은 자기 뜻을 잘 파악하는 사람으로 채우기 마련이다. 정기인사 때 교체하는 보직 가운데 청장이 중요시하는 자리는 인사·감찰·경무·정보과장 등이다. 조현오는 감찰과장을 비롯해 주요 과장을 바꾸지 않았다. 업무역량이 출중했기 때문이었다.


참모 중에는 청장이 지시하면 대답만 하고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름대로 이해관계를 따지기 때문이다. 조현오는 청장이 되기 전부터 지방청이 하달한 공문을 읽지도 않고 넘어가는 직원을 수없이 봤다. 청장 지시를 적극적으로 따르게 하려면 자극이 필요했다. 조직에서 감찰은 효과 좋은 침 같은 역할을 한다.



감찰은 언론 보도에 대응하기도 한다. 2011년 4월 20일 광화문 사거리를 비롯해 서울시내 11개 교차로에 별다른 홍보 없이 3색 신호등이 작동했다. 5월 7일 3색 신호등이 설치된 서울시청 앞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은 신호 체계를 지적했다. 문제 파악을 위해 교통과에 감찰 직원이 투입됐다.


물론 잘 돌아가는 기능까지 감찰을 동원해 관리하지는 않았다. 조현오는 해당 기능 보고를 바탕으로 정보 기능도 동원해 사실을 교차 확인했다. 다만, 해당 기능 국장이나 과장이 청장 지시에 미온적이라면 여유롭게 기다려 주는 일은 없었다. 경비과에서 발생한 전의경 가혹 행위 관련 지시가 대표적이다. 이럴 경우는 가차 없이 감찰을 동원했다.


10월 21일 길병원 조폭 난투극 사건을 이튿날 SBS가 보도한다. 인천시 구월동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폭력조직끼리 유혈 난투극이 벌어진 사건이다. SBS는 당시 현장에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력반 형사 5명이 있었지만 유혈 난투극을 막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민은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응으로 두 시간 넘게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조현오는 방송을 접하고 바로 감찰과장에게 전화했다. 본청 감찰팀이 바로 출동해 최초 112신고를 접수한 시점부터 사무실 CCTV를 면밀하게 살폈다. 감찰 조사가 모두 끝난 23일 인천남동경찰서장이 직위해제됐다. 남동서 형사과장, 강력3팀장, 상황실장, 지구대 순찰팀장 등도 중징계됐다. 조현오는 “조폭 겁내는 경찰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26일 현장에 출동했던 강력3팀장이 조폭 앞에서 비굴하지 않았다며 경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온라인에서 급속하게 퍼졌다. 조현오가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괜히 엄한 경찰만 잡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원인은 자신에게 있으면서 남 탓하며 징계만 하는 청장이라는 사설까지 나왔다. 조현오는 결국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대한 징계를 거둔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다음 13화-조폭과의 전쟁)


서형작가  연락처 seohyung224@gmail.com  /블로그 4day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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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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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631013@NAVER.COM 이선희 2015.07.21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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