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순천남부시장 61호 가게와 1만4000원

김훤주 2015. 6.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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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남부시장에 가면 61호 가게가 있습니다. 순천에서는 남부시장을 아랫장이라고도 하더군요.(북부시장은 대신 웃장이라 하고요.) 다른 가게에서도 비슷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팔지만 언제나 가장 붐비는 데는 여기였습니다.

 

붐비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가게에서는 튀김을 미리 해뒀다가 내어놓지만, 61호 가게는 주문 받은 다음에 튀김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데보다 훨씬 신선하고, 또 영양으로 따져도 썩 낫습니다.

 

식용 기름은, 참기름이든 들기름이든 아니면 해바라기기름이든 포도씨기름이든 공기와 접촉하면 바로 그 순간 산폐(酸廢)하기 시작하거든요. 그렇지만 대부분 가게는 이런 데에는 무신경합니다. 다른 밥집에서도 저는 참기름 따위를 뚜껑으로 밀폐하지 않고 내놓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제가 사진찍는 깜냥이 모자라서, 배추는 지나치게 크고 찔룩게 튀김은 작게 나왔습니다.

 

어쨌거나 이태 전에 여기서 우연히 찔룩게튀김을 먹어보고는 그 고소함을 쉬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같은 전남의 화순 운주사 답사 갔다 오는 길에 부러 걸음을 해서 순천남부시장 61호 가게를 다시 찾았습니다.

 

역시 맛이 좋았습니다. 깔끔하게 해서 한 접시 담아내오는데 바삭바삭 씹히는 느낌이 좋았고 그 맛 또한 고소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철을 잘 맞춘 덕분인지 알까지 배여 있는 찔룩게가 적지 않아 맛이 더욱 그럴 듯했습니다.

 

 

저는 찔룩게가 무슨 순천 특산물이라도 되는지 싶어서 슬쩍 물었습니다. “‘찔룩게’라는 게가 따로 있나요?” 튀김을 탁자에 내려놓은 아줌마는 그윽한 눈길로 내려다보더니 이랬습니다. “다른 데서는 ‘칠게’라 해요.” 그랬었군요.

 

수도권 지역말로는 ‘칠게’라 하고 전라도 지역말로는 ‘찔룩게’라 하고 이를 경상도(경남 지역 바닷가)에서는 ‘뻘떡게’라고 하지요.

 

언젠가 경남 사천 바닷가에 갔다가 그쪽 사람한테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뻘떡게라 하는 까닭이 뭐냐?’고 물었더니 사람좋은 얼굴을 한 그 사람은 웃으면서, “뻘로 떡칠을 하고 있으니까 뻘떡게라 하지” 했었지요.

 

머리전. 정구지전.

 

어쨌거나 이날 우리는 찔룩게 튀김 말고 ‘정구지전’이랑 ‘머리전’까지 더 시켜서는 막걸리도 두 통을 비웠습니다.

 

정구지전도 싱싱하고 퍽퍽하지 않아 맛있었으며(오징어 같은 해물을 넣는 까닭이 거기서 물기가 배어나오기 때문이랍니다), 명태대가리를 넣어 부친 ‘머리전’ 또한 꼬들꼬들한 살점을 발라먹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배터지게 먹었는데도 가격은 1만4000원밖에 안 됐습니다. 찔룩게 튀김이 5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정구지전과 머리전은 각각 2000원이었습니다. 막걸리도 한 통에 2500원으로 헐해서, 1만5000원도 못되는 1만4000원이었습니다.

 

순천남부시장 61호 가게 풍경. 다 먹고 나오는 길에 찍었는데, 저녁 5시를 살짝 넘은 시간대였는데도 이렇게나 사람이 많았습니다.


다음에 또 들르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드는, 순천 사람들은 조~옿겠다 하는 타령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그런 순천남부시장 61호 가게였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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