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아이가 밥을 먹고 나오더니 말했습니다. "선생님, 행복해요! 너무너무 행복해요!!" 아주 몸을 아래위로 흔들어 대면서 말입니다. 그래, 제가 물었겠지요. "왜?" "점심 밥이 너무너무 맛있어요. 멸치무침도 맛있고요, 반찬도 깔끔하고요, 찌개도 맛있었어요! "

 

아이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실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경남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지역 역사와 문화를 수능 시험을 마친 지역 고3 학생들에게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이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하는데요, 나라 사랑의 핵심은 지역 사랑이고 지역 사랑은 지역을 제대로 아는 데서 출발한다는 취지입니다.

 

12월 19일 사천 경남자영고등학교 아이들과 더불어 통영 통제영을 아주 재미나게 둘러본 다음 점심을 먹으러 들른 도남식당에서였습니다. 저도 그날 도남식당 음식과 주인장 마음씀에 내심 적지 않게 감탄을 한 터여서 곧바로 아이 손을 잡고 끌었습니다.

 

점심이 맛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면서 팔짝팔짝 뛴 친구는 왼쪽 여학생이랍니다.

 

"그래? 그렇지! 그러면 여기 서서 사진 한 장 찍자!" 그러면서 금방 밥을 먹고 나오는 한 아이도 불러세워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왜요?" "너희들 점심 맛나게 잘 먹었지?" "예!" "고마워서, 도남식당 홍보하는 데 좀 쓰려고 그런다." "아! 알았어요!" 둘은 아주 적극적으로 이렇게 자리를 옮겨가며 찍혀줬습니다.

 

도남식당, 먼저 음식이 푸짐했습니다. 버무린 양념이 부담스럽지 않아 반찬도 맛깔스러웠습니다. 해물된장이 찌개로 나왔는데, 바로 전날 다른 밥집에서 먹었던 해물된장이랑 어쩌면 그렇게 대조적일까요? 전날 다른 밥집은 지중해담치 몇 쪽, 바지락 몇 알, 게 반 토막이 전부였는데, 도남식당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빼먹어도 끝이 나지 않았을 정도로 조개들은 푸짐했고요, 게도 그냥 아주 알차고 푸짐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멸치무침은 덤으로 나왔는데요, 어떤 측면에서는 중심 메뉴로 나온 해물된장을 압도할 정도였습니다.

 

점심을 먹을 때 이런 칭찬글을 쓸 생각이었으면 그럴 듯한 사진을 찍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이렇게 대충 찍은 교육청 보고용 사진을 얻어 씁니다.

 

밥상에 차려진 크기가 푸짐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맛까지 좋았습니다. 멸치 생살은 무척 부드러웠고 함께 버무려진 무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았으며 식초가 살짝 들어간 양념맛도 퍽 그럴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운 장면은, 도남식당 주인장이 손수 반찬 가득한 양푼이랑 멸치무침 듬뿍 담긴 양푼 둘을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이 뭐라 하지 않아도 해당 접시가 빌 때마다 몸소 팔집게를 들어 반찬이랑 멸치무침을 아낌없이 담아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주인장 얼굴은 은근한 웃음이 물려 있었고요.

 

이렇게 푸짐하고 맛이 있으니 아이들은 신이 날 수밖에요. 게다가 나이 열여덟 열아홉 그야말로 피끓는 청춘이다 보니 반찬 따위 맛이 없어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기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기보다 쉬운 노릇일 텐데, 반찬까지 좋으니 따로 더 말할 나위가 있었겠습니까!

 

오른쪽 남학생은 모든 프로그램에 그지없이 능동적이었답니다.

 

모두 서른여덟 사람이었는데, 원래 주어진 하나씩 말고 더 들어간 밥이 마흔 그릇을 넘었는데 추가 밥값은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랑 마주보이는 자리에 앉은 아이는, 여학생이었는데, 비운 밥그릇이 옆으로 넷이나 놓여 있었답니다.(그러니 몇몇 폭식족 남학생 얘기는 보탤 필요조차 없는 것입지요)

 

둘이서든 혼자서든 통영 가서는 종종 들러 맛있게 먹곤 하는 밥집이 바로 도남식당입니다만, 저는 이날 단체로 점심을 먹으며 도남식당과 그 주인장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밥집은 반찬 더 달라면 젓가락을 발발 떨면서 가리고 재는데, 도남식당 주인장은 요구하기도 전에 듬뿍 집어줬습니다.

 

박경리기념관 박경리 선생 무덤 앞에서.

 

도남식당과 그 주인장 덕분에 아이들 배불리 잘 먹였습니다. 밥먹고 나와 버스를 타고 박경리기념관으로 떠나면서 아이들 얼굴을 보니 다들 한결같이 하나같이 발그레한 얼굴에 만족스런 느긋함과 웃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도남식당과 주인장, 정말 고맙습니다.

 

덧붙임 : 흥정도 가능합니다. 거짓없이 진정으로 대하면 도남식당과 그 주인장도 진정으로 대해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자기 (식당) 찾아주는 손님들한테 고마워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하도 고마워서, 점심 밥값으로 2인분을 더 얹어 드리고 나왔습니다.(그래도 우리가 엄청 이득이었지요.)

 

도남식당 전화 055-643-5888.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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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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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aonyss.tistory.com 라오니스 2014.12.25 1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식당 사장님의 넉넉한 마음이
    더 배부르고 따뜻하게 해주는 듯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