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거제 장승포신사 ‘곤피라’는 어떤 일본신일까?

김훤주 2015. 6.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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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생태체험

거제어촌민속전시관~학동해수욕장

 

5월 생태체험은 회원한솔·샘동네·옹달샘·느티나무·어울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물고기를 주제로 삼아 진행했습니다. 경남에서 물고기잡이가 가장 성한 데를 꼽으라면 거제가 빠질 수는 없습니다.

 

거제 가까운 통영이 중앙시장·서호시장의 엄청난 활기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어업 관련 유통물량이 많기는 하지만,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조개를 건져올리는 등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거제가 더 많겠습니다.

 

창원에, 그리고 마산과 진해에 바다가 있는데도 굳이 거제를 찾아 생태체험을 나서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거제어촌민속전시관이라는 훌륭한 시설이 다름 아닌 거제에 자리잡은 까닭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번 둘러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전시돼 있는 물고기(박제 등)들 대부분이 거제 바다에서 잡은 것들이고 아니면 거제 사람들이 기증한 것들이랍니다.

 

이처럼 거제 바다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이유는 여기 바다가 차가운 한류와 따뜻한 난류가 몰려 뒤섞이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데 사는 물고기는 물론 따뜻한 데 사는 물고기까지 해류를 타고 흘러드는 거제 바다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하면서 어업 이민을 가장 먼저 한 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거제입니다. 지세포라든지 장승포라든지 하는 데가 그런 일제 어업이민의 거점이 됐던 지역입니다.

 

그런 때문으로 장승포항 동쪽 야트막한 마루에 일제가 들이세운 신사에는 바다에 나간 배의 안전을 지켜주는 곤피라(金毘羅)라는 일본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일제의 침략 정책 가운데 하나였던 일본 어업 이민 얘기를 들려줬더니 뜻밖에 재미있어 하는 기색이 보입니다.

 

거제어촌민속전시관에 도착해서는 미션수행을 했습니다. 두세 명씩으로 팀을 이뤄 한 나절 봉사하러 나온 두산중공업 선생님과 함께 손을 잡고 둘러보며 주어진 문제의 해답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이렇게 선생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퍽 좋아합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쓰는 소감문을 보면 '같이 다닌 일'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미션 문제는 전시관 전체를 두어 차례 찬찬히 둘러보면 모두 알아낼 수 있는 것들로 모두 스무 개를 내었습니다.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 지형(섬이 많고 물이 적당하게 깊음)에 알맞은 그물질이 무엇인지, 모터로 움직이는 배가 나오기 전에 거제도에 있었던 배를 무엇이라 했는지도 물었습니다.

 

아울러 전시관에 나와 있는 물고기 이름을 특징에 맞게 찾아 적게도 했는데요, 이는 여러 물고기들을 한 번이라도 살펴보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1층과 2층 전시실을 서너 차례 오르내리는 열성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고 미션과 무관하게 이리저리 오가면서 자기들 보기에 재미있는 거리를 찾아 즐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며 살펴보고 즐기는 동안 정해진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전시관 여기저기를 바삐 오가며 소리를 내던 아이들이 전시관 바깥 정자 그늘 아래에 모였습니다.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며 문제 풀이를 합니다.

 

그런 다음 다들 얼마나 맞혔는지 헤아려봅니다. 모두 스무 문제 가운데 열일곱 개를 맞힌 팀이 셋이었습니다. 크게 어렵지는 않은 내용이고 또 선생님과 같이했다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은 가운데 이만큼 맞혔으면 기대 이상입니다.

 

세 팀 가운데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한 팀에게 격려 차원에서 '쥐꼬리 장학금'이 들어 있는 봉투 셋을 건넸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번에는 열심히 먹고 놀 차례입니다. 몽돌로 이름높은 학동해수욕장으로 옮겨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는 곧장 해수욕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

 

바다는 파도가 들이치며 물결이 일렁이는 데 따라 크고작게 소리를 내었고, 아이들도 곧바로 그런 바다에 호응해 즐겁고 기쁘게 소리를 내지릅니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내맡기는 아이, 파도 따라 왔다갔다 하며 물결 밟기 하는 친구, 물수제비 뜨려고 바다로 돌멩이를 던지는 친구, 바다 풍경에 흥이 겨워져 마냥 노래하는 친구, 한쪽 모퉁이에 쌓인 모래를 퍼내며 물길을 만드는 아이…….

 

파도는 아이들한테만 소리를 내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파도는 몽돌한테까지 소리를 내도록 했습니다. 몽돌들은 파도가 쓰다듬어 올리고 내리는 데 따라 몸을 뒤척이고 휩쓸리면서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흉내내지 못할 음악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감동적입니다. 물소리와 뒤섞여 들려오는 "촤르르 촤르르" 몽돌 구르는 소리는, 아이들 울려퍼지는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와 비슷한 듯 닮아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소감문을 씁니다. 자기 깜냥에 맞춰 쓰거나 말거나 하고 그림도 그립니다. 나름 느낌이 잘 표현된 셋을 골라 쥐꼬리 장학금을 안겼습니다. 학동해수욕장에서 흠뻑 젖어가면서 했던 물놀이가 좋았다는 아이들도 많았고요 어촌민속전시관에서 보낸 시간이 즐거웠다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퀴즈(미션) 푸는 게 재미있었고 쥐꼬리장학금도 재미있었다. 퀴즈에서 아쉽게도 우리가 졌지만 다음에 이기면 되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우승은 필요없었던 것 같았다. 우승이라는 빈자리에 재미가 대신 있어주어서 아주 좋았다." 등등.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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