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함안 은행나무 성산산성 고분군 농주집

김훤주 2014. 11. 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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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에 했던 창원교통방송원고입니다. 한 번 올려봅니다. 아무도 궁금해하시지 않겠지만, 지난 18일을 마지막으로 방송 출연을 끝냈습니다. 너무 바빠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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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함안으로 걸음해 봅니다. 함안군청 앞으로 곧게 나 있는 도로를 따라 함안면에 있는 이수정까지 걸어갑니다. 늦가을을 맞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사귀를 한껏 누릴 수 있는 2km 정도 길입니다.

 

며칠 전 다녀왔을 때는 나무에 매달린 잎이 더 많았는데요, 지금 어떤지는 단정 못하겠습니다. 가야읍내에서 이수정까지 이어지는 79번 국도는 양쪽에 은행나무 가로수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읍내에서 전깃줄 때문에 머리를 짧게 깎인 나무들은 거기 벗어나 들판 접어들면 원래 모양대로입니다.

 

오래 된 절간이나 서원 들머리처럼 덩치가 우람하지는 않고요, 대신 시원하게 쭉쭉 뻗어 있습니다. 올해는 가을이 됐어도 단풍이 별로 좋지 않은 편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태풍도 장마도 없어서 열매가 좋다 하는데, 그러면 잎으로 보내지는 영양분이 줄어지는 탓인지 단풍은 못해진다고 합니다.

 

 

은행나무 잎사귀들은 노랗게 익어서 그 색깔만으로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한결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부드럽고 환한 느낌을 갖게 해주는 노란 은행잎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뿜고요, 바닥에 내려앉아 발길을 푹신하게 만들어주면서도 그런 느낌은 그대로입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바람이 제법 맵싸하지만 낮에는 햇살이 꽤나 푸근합니다. 바삐 걸으면 이마에 땀도 맺힐 지경입니다. 좌우로 널려 있는 들판은 결실로 가득찼다가 인간에게 통째로 내어주고는 이제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를 풍겨냅니다.

 

 

사람길에는 사람이 없고 낙엽만 수북하니 가득 쌓였습니다. 찻길에는 한적하지 않을 정도로만 자동차들이 다닙니다. 이 은행나무 낙엽들은 길바닥에만 깔려 있지 않고요, 나무 가운데 걸려 있는 까치 둥지 위에도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주치는 데가 이수정입니다. 봄철 낙화놀이를 크게 하는 장소인데요, 처음 찾은 이라면 한 번 둘러볼만은 합니다. 앞에 만들어져 있는 그윽한 연못 위로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다리를 통해 연못 가운데 정자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수정에 있는 부자쌍절각과 충노대갑지비.

 

위쪽 이수정에도 한 번 올라봐야겠지요. 들머리에 있는 배롱나무는 꽃은 오래 전에 지고 잎도 대부분 지고 없지만 그 품새는 나름 멋집니다. 이렇게 둘러본 다음 온 길로 곧장 돌아나갈 수도 있지만, 주차장 있는 데서 산길을 골라잡아도 괜찮습니다.

 

통일신라 시대 글자가 적힌 편지 등이 나온 성산산성이 바로 여기입니다. 자드락 산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데요, 대략 700m 오르면 산성 들머리에 닿습니다. 아직 발굴을 마치지 않은 여기에는 산마루를 둥글게 돌아나오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성산산성에 있는, 건물터 비슷하게 여겨지는 자리.

 

아직은 복원이 되지 않아 산아래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시원함은 없지만 안쪽 산과 나무와 수풀이 안겨주는 풍경은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대략 3km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 돌아보셔도 좋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도로 내려와 가야읍내까지 가야 하는 걸음이 남아 있으니까요. 이수정에서 돌아오면서는 함안박물관을 품은 말이산고분군을 거칩니다. 1km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함안 곶감단지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는데요, 여기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도동마을로 접어들면 바로 고분 무리가 보입니다.

 

오른쪽 고분 뒤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르면 되는데요, 이 고분길은 함안 사람들한테 잘 알려져 있어서 언제나 가벼운 차림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길섶에는 물론 억새도 자라나 있고 산국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같은 가을꽃도 피어 있어 아주 그럴싸합니다.

 

가다가 세 갈래 길에서 삼기마을이 있는 왼쪽으로 내려서면 함안박물관입니다. 도항리·말산리 고분군에서 나온 가야 시대 유물을 주로 전시하는데요, 들르고 싶지 않다면 그대로 내쳐 걸으면 되겠습니다. 고분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길입니다.

 

고분이 자리잡은 데는 대부분 그렇듯이 여기 고분군도 무척 아늑하고 또 가야 읍내가 한 눈에 들어오기까지 합니다. 도로로 나서려면 함안군청으로 빠지는 편이 낫습니다. 고분군 있는 언덕이 바로 군청 뒤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5일 10일 장이 서는 전통시장 가야장에 들르셔도 좋습니다. 진이식당(055-582-7663)이라고, 아주 맛이 색다른 농주=막걸리를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시중에서 맛볼 수 있는 농주 가운데 가장 달지 않고 누룩 냄새 가장 가득한, 그러면서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 그런 막걸리가 나옵니다.

 

그럭저럭 지내다 마산으로 나오려면 정류장에서 114-1번이나 252-2번을 타면 됩니다. 이 두 노선 버스는 꽤 자주 다니는 편이라서 오래 기다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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