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광고를 덕지덕지 붙여놓고 포털에 낚시질 기사를 반복 전송해 클릭을 유도하는 짓거리를 ‘어뷰징(abusing)’이라 한단다. 우리말로는 ‘오용’ ‘남용’ 뭐 이런 뜻이라는데, 뭔가 선명하게 와 닿는 말이 아니어서 늘 불만이었다.


최근 내가 경남도민일보에 출고한 ‘제주항공 승무원 톡톡 튀는 코믹 기내방송’ 기사가 어떻게 ‘오용’되고 ‘남용’되는지 지켜본 결과도 그랬다. 아내와 모처럼 태국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찍은 영상 기사였다.


지난 6일 아침 유튜브에 올린 영상과 함께 경남도민일보 지면과 인터넷에 실린 기사가 복제되어 순식간에 확산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후 5시 30분쯤 쿠키뉴스가 우리 기사를 거의 그대로 베껴 ‘[이거 봤어?] "빵 터지셨습니다~" 제주항공 여승무원의 독특한 기내방송’이라는 기사를 전송했고, 포털 다음은 이를 메인에 썸네일 사진과 함께 주요하게 배치했다. ‘제주항공 기내방송’은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이때부터 수많은 복제 기사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디에도 원 기사의 출처는 없었다. 그냥 ‘유튜브 영상 캡처’로 끝이었다. 그 유튜브가 누구의 계정인지도 표기한 언론도 없었다. 그래도 언론인데 약간의 보충취재라도 추가하여 올리는 곳이 있나 봤더니 역시 한 군데도 없었다.


경남도민일보의 원래 기사.


기사 베끼기와 영상 퍼가기는 7일에도 계속됐다. 심지어 YTN은 내가 올린 영상을 무단으로 내려받아 가져간 것도 모자라 재가공·편집하고 자막을 다시 입혀 썼다.


한국의 인터넷 뉴스시장이 얼마나 엉망인지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세상에 뭐 이런 후안무치가 다 있나 싶었다. 열 받아서 글을 썼다. ‘코믹 기내방송 기사 베끼기에도 기본 예의가 필요하다’는 기사였다. 7일 저녁 이걸 포털에 전송해놓고, 다음날 아침 다시 검색을 해봤다.


그제서야 ‘경남도민일보’ 또는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계정’이라는 출처를 표기한 기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어보니 출처를 밝힌 기사가 20여 개, 밝히지 않은 건 60개가 넘었다. 웃기는 건 한 매체에서 같은 기사를 적게는 2회, 많게는 10회까지 반복 전송하고 있었다.


특히 민중의 소리는 낚시질 제목이 단연 압권이었다. ‘제주항공 기내방송, 입담은 김신영급 외모는 박신혜급?’ ‘제주항공 기내방송, 센스도 미모도 만점!’ ‘제주항공 기내방송, 미술과 악기연주까지… 특화 서비스 눈길’ ‘제주항공 기내방송, 아리따운 여성의 입에서 어떻게...‘남심 흔들’’. ‘민중’의 소리를 전한다는 매체가 언제부터 여성의 외모와 미모, 남심에 관심이 깊어졌는지 참 안타깝다.



그런데 과연 기사의 출처만 밝혀준다면 문제는 없는 걸까? 사인 간의 인간관계에서도 남의 이야기를 마치 자기가 직접 겪은 것처럼 말하면 거짓말쟁이 취급을 당한다. 하물며 명색이 언론이라면 출처 표기는 물론이고 원래 기사와 영상의 주소까지 링크해야 하는 게 기본 도리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언론뿐 아니라 개인블로거들 또한 이런 짓거리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줄잡아 100여 개에 달하는 블로거들이 영상과 기사를 무단으로 퍼가거나 적당히 가공하여 올렸다. 그런 블로그에는 어김없이 구글 애드센스 등 광고가 붙어 있었다.


이런 짓거리가 계속되면 언론의 신뢰 추락은 물론이고 한국의 포털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쓰레기를 청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쓰레기를 쓰레기라 정확하게 이름 붙이는 것이다. ‘어뷰징’이라는 생소하고 애매한 단어 말고, ‘쓰레기 기사’라고 확실히 불러주자.


※미디어오늘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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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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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고 2015.07.22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넷기사 판국이 참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