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작은 언론사 얕잡아보는 기자들의 못된 의식

기록하는 사람 2014. 10. 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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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나는 오마이뉴스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


'모언론' '모일간지' '한 시사주간지'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표현들이다. 상대매체의 이름을 우리 매체에 실을 수 없다는 속좁은 관행 중 하나다.


더 웃기는 것은 외국 언론을 인용할 땐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물론 외국의 삼류언론까지 정확하게 출처표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언론, 상대언론 표기 '꼼수' 버려라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언론은 어떨까? 그보다 훨씬 심해졌다. 이젠 '모언론'이란 표현도 쓰지 않는다. 신문사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 대해서도 그냥 '유튜브에 따르면'으로 퉁친다. '누구의 유튜브'라는 출처도 밝히지 않는다.


이번 '제주항공 승무원 톡톡 튀는 코믹 기내방송 눈길'이라는 기사와 영상을 무단으로 가져가 기사를 쓴 100여 개 기사가 대부분 그랬다.



심지어 YTN은 내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을 무단으로 가져간 것도 모자라 그걸 재가공, 재편집까지 하여 방송했다.


7일 저녁 경남도민일보에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올렸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도 기사 베끼기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8일 아침부터는 '경남도민일보' 또는 '경남도민일보 김주완'으로 출처를 표기한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에서 '경남도민일보'로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기내방송 기사들.



최소한의 출처라도 표기한 매체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부산일보

 TV 리포트(8일 자)

 한국경제TV

 아시아경제

 조선일보

 더팩트

 스포츠조선

   중도일보

   서울뉴스통신

 스포츠조선(8일 자 2차)

 스포츠조선(8일 자 3차)

 TV 리포트(8일 자 2차) 개선

 동아일보(8일 자 2차. 일부 기사만 표기)

 데일리그리드

 아시아경제(8일 자 2차)

 뉴스타운

 헤럴드POP(8일 자 2차) 개선

 SBS

 SBS funE

 국제신문(8일 자 2차) 개선

 스포츠조선(8일 자 4차)


그러나 같은 내용의 기사를 약간 제목만 바꿔 반복 전송하는 매체들은 여전히 많았고, 출처 표기도 없이 베껴쓴 쿠키뉴스의 기사를 메인에 배치한 포털 다음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그리고 한 지역신문 관계자의 아래와 같은 푸념도 뇌리에 남는다.


"경남도민일보도 기사를 무단으로 빼앗기는 세상이죠. 그보다 더 작은 언론사는 단독 또는 특종을 해도 알아주지도 않고, 나중에는 그 기사를 무단 도용하여 올리기도 하지요. 몇 번 당해봐서 압니다."


사실 기자들의 의식 속에는 자기가 속한 매체보다 작은 언론사를 은근히 깔보고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작은 언론사 이름을 출처로 표기하는 걸 수치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 또한 각 시군에서 나오는 지역주간지의 기사를 그냥 출처표기 없이 베껴서 출고하는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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