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낙동강변 유채 창녕 남지서 봄철 한나절을

김훤주 2014. 4.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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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교통방송 4월 11일 원고입니다. 낙동강을 끼고 있다는 특징이 발길 닿는 모든 데에서 느껴지는 나들이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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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창녕 남지로 나들이를 합니니다. 단일 면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유채꽃 단지가 남지에 있습니다. 축제가 다음주 18일 금요일부터 22일 화요일까지인데요, 이번 주말에 가도 좋을 정도로 꽃들은 활짝 피어 있습니다.

 

지금 유채단지 일대는 2000년대까지 낙동강 강변에서 유일하게 둑이 없었던 지역입니다. 큰물이 지 면 수해가 뒤따랐는데 2002년 태풍 루사 때는 예전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피해가 났고, 이를 계기로 저습지 주민을 모두 이주시키고 제방을 쌓으면서 생겨난 공간입니다.

 

모두 18만 평, 60만㎡에 이릅니다. 여기에는 수평선도 없고 지평선도 없습니다. 단지 꽃평선뿐입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노란 꽃물결을 질리도록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노란 꽃을 앞에나 뒤에 놓고 사진 한 장씩 찍는 것은 기본이고요, 꽃밭 속으로 들어가 걸어도 좋고 꽃밭 가장자리로 걸음을 옮겨도 괜찮으며 제방 같은 데서 멀찌감치 떨어져 걸으며 봐도 풍경이 쓸 만합니다.

 

남지철교도 한 번 가봐야 합니다. 올해 나이가 여든한 살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2월에 세워졌고 대구와 마산을 잇는 국도 5호선 위에 있습니다. 1900년 한강철교, 1911년 압록강철교에 이은 세 번째로 들어선 근대 강철 다리입니다.

 

옛 남지철교. 이쁘지 않습니까? 새 남지철교는 빨간색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일제가 아무 뜻 없이 이런 강철 다리를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조선의 산물을 수탈하는 데 그만큼 요긴하게 쓰였기 때문입니다. 또 1950년 6·25전쟁 당시는 남하하는 인민군을 막으려는 미군에게 다리 가운데가 폭파되는 기억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모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 자체의 아름다움까지 널리 알려지면서 2004년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145호가 됐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다릿발은 튼튼한 알파벳 T자 모양이며 철골 트러스를 걸친 상판은 넉넉하고 자연스럽게 휘어지게 돼 있어서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사람만이 걷거나 자전거로 다닐 수 있도록 허용돼 있습니다.

 

다리 위에서 보면 양쪽으로 모두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노란 꽃색과 눈부신 햇살이 뒤엉기기라도 하면 때때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다음 남지시장으로 갑니다. 장날은 2일·7일입니다. 이번 토요일 12일이 장날이네요. 장터와 주변에서는 웅어회를 먹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바다에서 살다가 봄철에 알을 낳으려고 강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가 웅어입니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임금한테 진상되던 고급 어종이랍니다. 남지에서도 봄날 한 철만 맛볼 수 있는 계절 별미인 셈입니다. 물론 언제나 이렇게 입을 호강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국밥 한 그릇 말아 드시고 걸음을 떼셔도 좋겠습니다.

 

이런 정도로 즐기고 집에 돌아가셔도 되지만 남지에는 또 낙동강 개비리길이 있습니다. 용산 마을과 창아지 마을을 잇는 강기슭 벼랑길입니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고 두 사람만 마주쳐도 비좁은 길입니다.

마삭줄 우거진 남지 개비리길.

 

지금쯤 가면 빼곡하게 깔려 있을 마삭줄도 쓸 만하겠고, 햇빛조차 뚫기 어려울 정도로 우거진 대숲도 장할 것 같습니다. 마냥 걷지만 마시고 둘레 풀과 나무들에 눈길과 손길을 건네시기 바랍니다. 쑥밭이 만나지면 조금 캐도 좋겠고요.

 

거리가 3.5km 가량으로 짧지 않아 유채꽃 구경까지 하고 왕복하기는 어렵습니다. 타고 가신 자동차는 창아지 마을 또는 용산 마을에 세워두고 적당하게 거리를 정해 걸어갔다가 돌아나오는 편이 좋겠습니다. 

 

부곡온천. 노천족욕탕 같습니다. 창녕군 제공 사진.

마지막은 덤입니다. 부곡온천이지요. 한때는 땅에서 나오는 유황 섞인 온천이 아니고 업자들이 물을 데워 쓴다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지금은 창녕군 차원에서 그렇지 않다고 보증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부곡온천에서 목욕하면 살갗이 매끈매끈해지고 얼굴에서 한동안이나마 빛이 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주 이름난 부곡온천이라서 목욕요금이 비싸지 않나 싶으시겠지만 아닙니다. 일반 시중 목욕탕과 요금이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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