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수자원공사 이번 토론회가 반갑다

김훤주 2014. 3. 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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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하천 관리 방안 대토론회

 

3월 20일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부산지역본부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바람직한 하천 관리 방안 대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안효원 본부장은 물론 대전 본사 수자원사업본부 최병습 본부장까지 참석한 데 비춰 수자원공사로서는 퍽 신경써서 마련한 자리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후 2시 시작한 토론회에서 발표는 안종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기획팀장(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하천관리전략 및 추진방안-낙동강 물환경 정책 중심으로), 이상용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수질환경센터장(도랑살리기를 통해 생명 넘치는 강과 하천 만들기), 이상종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수계통합물관리센터 운영팀장(낙동강 수계 댐-보 연계 운영을 통한 수량-수질 관리 방안)이 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아홉 사람(최동호 낙동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이재기 경남도 수질관리과 사무관, 최규현 낙동강 홍수통제소 시설연구관, 이상용 수질환경센터장, 양운진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이사장, 정우창 경남대 토목공학과 교수, 이송희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부산지역본부 운영처장, 서규태 대한환경공학회 회장)은 토론을 했더랬습니다.

 

토론자들.

 

이 가운데 좌장은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서규태 회장이 맡았습니다. 저랑 같이 토론석에 앉았던 면면을 보시면 충분히 짐작이 되겠지만, 전문 지식이나 전문 기술면에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가 그런 쪽에 입질을 할 깜냥은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도랑 살리기 운동에서 민간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는 생각과, 여태껏 지역 사회에서 투명인간처럼 존재하던 수자원공사가 이렇게 지역사회에 적극 개입해 소통·교감하려는 자세를 보여 정말 좋다는 느낌을 말씀드렸습니다.

 

 

도랑살리기는 민-민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생각해 보면 도랑 살리기는 이렇습니다. 한국생태환경연구소 같은 민간에서 먼저 시작을 했고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수자원공사 경남부산지역본부에 그 효과와 필요성을 역설해 관련 예산을 지원받아 왔습니다. 그러다가 갈수록 그 필요성과 효과가 두드러지게 되니까 지금은 낙동강청·수자원공사는 물론 자치단체도 관련 예산을 짜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환경부를 비롯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법률·제도 측면에서 내팽개쳐져 있었던 도랑을 위해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하천법과 소하천정비법이 있지만 여기에는 하천과 소하천만 대상이 될 뿐 도랑처럼 가는 물줄기는 대상으로 삼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도랑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지면 물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측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민간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사라지고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같은 관청이 주도하고 혼자서 결정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도랑 살리기 운동은 토목·건축 사업이 아닙니다. 도랑을 앞뒤에 두고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운동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대부분 중앙정부나 자치단체 같은 관에서 한다고 하면 일단 기대하고 기대는 성향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단순한 토목·건축 사업이 아니고 지역 주민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라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민간단체에게 그들이 자율적으로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맞다고 본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이 제가 말했던 민간의 자율성·주도성 보장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도랑 살리기 운동은 민관 협력뿐 아니라 민-민 협력도 이룩돼야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름 전문성을 갖춘 민간 단체와 도랑을 앞뒤에 두고 살아가는 마을의 주민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관(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은 당연히 이렇게 되도록 거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사회와 어울리기 시작한 수자원공사

 

다른 하나, 수자원공사의 태도 변화입니다. 지금껏 수자원공사는 지역에서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존재해 왔습니다. 그냥 자기에게 주어진 할 일만 설렁설렁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한테 주어진 할 일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이상용 센터장의 발표 장면.

 

이런저런 물들을 관리하고 파는 일인데, 이는 상수도관을 통해서만 지역 주민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자원공사 또는 수자원공사의 물 관리 탓에 불편이나 손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편의나 시설·물품을 대어주는 일이겠습니다.

 

물론 여태까지처럼 조용히 소리 없이 자기 할 일만 하는 것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하다 보니 지역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해 왔습니다. 그래서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같은 존재’라는 극단적인 비난을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그 일을 수자원공사가 주관했기 때문에 또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수자원공사의 태도 변화를 저는 이번 대토론회 개최에서 느꼈습니다. 이런 토론회를 여태까지는 경남도 같은 광역자치단체나 지역에서 강과 물을 아끼는 민간단체들이 열었을 따름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환경부 직속인 낙동강유역환경청 같은 데서도 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 경남부산본부가 이렇게 지역의 강과 하천과 도랑을 두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를 따져보는 토론회를 크게 열었습니다. 지역의 문제를 갖고 지역의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저는 수자원공사가 앞으로도 줄곧 이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지역 사회 구성원 가운데 하나라고 스스로를 여기면서 지역 사회 구성원답게 지역 사회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좋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수자원공사가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 작으나마 이바지하고 지역 주민들 삶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낫게 할 수 있겠는지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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