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아시나요? 동네신문을 만드는 즐거움!

기록하는 사람 2014. 3. 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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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의 한 동네에서 있었던 일이다. 소규모 재래시장 진입로와 맞은편 공장지대를 이어주는 횡단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교통체증을 이유로 이 횡단보도가 약 70m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다. 그러자 차량은 편해졌는지 몰라도 보행자는 불편해졌고, 재래시장의 손님도 줄어들었다. 상인들은 횡단보도를 원위치로 옮겨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만일 당신이 신문기자라면 이를 어느 정도 비중으로 취재·보도하겠는가? 대개 일간지쯤 되는 신문이라면 이런 건 사회면 한 귀퉁이에 조그마한 단신으로 취급되거나 아예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신문의 존재 의미


그러나 우리는 ‘특정 동네의 사소한 민원’으로 취급하지 않고, ‘교통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주민의 생존권쯤은 무시해도 좋은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실제 매출 감소는 어느 정도인지, 이로 인해 문을 닫은 가게는 없는지, 실제 교통체증 감소 효과가 있긴 한지, 경찰의 입장과 교통전문가의 견해는 뭔지 등을 종합적으로 취재해 사회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경남도민일보


경찰은 ‘보행자의 불편과 상인들의 생존권 침해를 초래했다’는 부담을 안게 됐고, 상인들은 이 보도에 힘을 얻어 횡단보도 원위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함께 집회를 열었다.


결국 해당 경찰서 교통규제심의위원회는 “양덕재래시장 입구 주변에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같은 마산의 다른 동네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거리 교차로 중 보행자가 많은 곳에는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보도와 육교가 설치돼 있었다. 그 때문에 노약자들의 불편이 많았고, 무단횡단으로 교통사고까지 빈번했다. 그러나 규정상 육교와 지하보도 인근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다는 이유로 행정기관과 경찰서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경남도민일보


이에 우리가 문제점을 집요하게 보도하기 시작했고, 5회째 보도된 후 창원시와 경찰서의 합동심의에서 횡단보도 설치안이 통과됐다. 보행 불편을 겪어온 시민들과 도로 양쪽의 점포 상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 이런 사소한 주민 불편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신문이나 방송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거대담론보다는 오히려 이런 취재에 집중한다. 왜? 우리가 아니면 다뤄줄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역신문의 존재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게 지역밀착, 동네밀착, 독자밀착보도라고 믿는다.


우리 편집국엔 이런 저런 작은 민원과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그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전화했다’고 덧붙인다. 그 중엔 기사로 보도할 수 없는 것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기자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었다며 고마워한다.


지역공동체의 공론장으로


우리 신문 1면에는 ‘함께 축하해주세요’라는 코너가 있다. 손자·손녀의 탄생, 백일, 돌, 입학, 졸업 등을 축하해달라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사연이 점점 늘고 있다. 1만 원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광고할 수 있는 ‘자유로운 광고’도 있다.


우리 이웃들이 비록 작은 불편이라도 호소할 수 있는 신문, 축하하고 위로하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해줄 수 있는 신문. 그런 사람과 사연들이 모여서 이웃과 이웃을 연결시키고, 이것이 지역공동체가 되어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신문. 경기도 지역에 유난히 지역일간지가 많음에도 굳이 부천 사람들이 <콩나물신문>을 새로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콩나물신문> 창간은 부천에서도 ‘풀뿌리 지역공동체’ 실험이 시작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콩나물신문>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창간 준비 과정 자체도 이미 부천의 새로운 역사이지만, <콩나물신문>이 지역사회 공론장(Public sphere)과 지역공동체(Local Community)의 전범(典範)으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역사가 되길 빈다.


※이 글은 부천에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창간한 <콩나물신문>에 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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