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다. 맛집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박정연 기자가 내부 게시판에 이런 보고를 올렸다.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에 경남도민일보를 사칭한 전화가 걸려와 15만 원 상당의 책을 사라고 요청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본 기자들이 제각기 개탄하거나 분노하는 댓글을 달았고, 앞으로는 취재할 때 미리 '이러이러한 전화가 오면 사기꾼이니 절대 응하지 마라'는 당부를 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검찰 경찰은 이런 사기꾼들 좀 잡아 넣어라
그러나 이건 새로운 것도,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맛집뿐 아니라 인터뷰나 미담 기사로 소개된 사람에게도 사기꾼들은 손을 뻗친다. 그들이 사 달라는 책은 대개 '○○기자연맹' 혹은 '○○기자클럽', '○○기자협회' 등의 이름으로 발간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문이나 방송의 기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한국기자협회'다. 그러나 이들 사기꾼들은 '한국' 대신 '전국' '대한'을 집어넣거나, '협회' 대신 '연맹' '클럽' 따위를 넣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속인다. 절대 속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검찰과 경찰은 이런 민생침해 사범들, 제대로 기획수사 좀 해줬으면 좋겠다.
언론단체를 사칭해 이런 고가의 책을 팔아먹는 상술에 속지 마시길...
그러나 정작 문제는 실제로 버젓이 신문을 발행하면서 이런 짓을 하는 '사이비(似而非) 신문'도 많다는 것이다. 보통 책 한 권에 1만 5000원이나 2만~3만 원인데, 그런 신문은 '○○연감'류의 책을 하드커버로 만들어 15만~20만 원의 비싼 가격으로 팔아 수익을 올린다. 물론 이는 언론사의 전통적인 수익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판매 방식이 주로 신문사와 관계에서 을(乙)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기관이나 기업, 단체, 그리고 사람들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떠안기는 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예 책부터 보내놓고 입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이런 식의 강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경남도민일보도 2000년대 초반 이런 연감 사업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언론윤리상 이건 도저히 아니라고 판단해 딱 접었다. 지금도 출판업을 하지만 소비자가 납득하는 수준의 가격(1만~2만 원)이거나 아예 공익적인 콘텐츠는 비매품으로 배포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 좀 해라
황당한 '사이비 잡지'들도 있다. 우리가 월간 <피플파워>를 창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아예 정기구독자가 없는 잡지도 있다. 구독자 없이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잡지에 실린 사람들에게 수백 권씩 구입을 강요(또는 애걸)해서 연명하는 것이다.
잡지 기자는 지역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에 선행이나 미담, 수상 소식이 실렸던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한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친 후, 자신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몇 권이나 구입하겠느냐고 묻는다. 다른 사람들은 대개 300권이나 500권을 산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인터뷰이(interviewee)가 끝내 책을 사지 않겠다고 하면 아예 그의 기사를 쓰지 않는다. 사겠다는 사람만 책에 실으니 매호 몇 권을 인쇄해야 할 지 수요가 확실하고, 손해 볼 일도 없다.
물론 우리 <피플파워>도 잡지가 나온 후 10권, 20권, 많게는 100권 넘게 구매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 정기구독자보다 좀 많이 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절대로 책 구입을 요구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지레 그런 걸 우려해 취재 자체를 거부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 이 또한 '사이비 언론'의 폐해다.
그런 신문사나 잡지사는 대개 기자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아예 '무보수 명예(?)직'으로 기자를 부리는 곳도 있다. 월급을 주더라도 기자에게 '신문 구독료'나 '판매 대금'을 강제 할당해 월급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대금을 회사에 의무 납입토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기자들은 뭘로 먹고사느냐고? 광고 수당이나 판매 수당 또는 촌지나 뇌물로 산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악덕기업 근로감독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에 칼럼으로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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