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지역축제는 먹을거리 상권 연계 좋아야

김훤주 2013. 12.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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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지역 축제에 대해 한 번쯤 이런 얘기는 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축제를 벌이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겠지만, 지역 물산을 널리 알리고 팔려는 목적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무엇을 좀 더 잘해야 할까요?

 

11월 4일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 짚어봤습니다. 그 날 방송에 나가지 못한 부분은 살리고 다른 대목은 원래보다 분량을 크게 줄였습니다. 생방송, 특히 라디오 방송은 그런 때가 많은데요, 이 날도 제 앞에 하는 사람 얘기가 길어진 탓인지 준비한 내용이 잘리고 말았습니다.

 

김훤주 기자 : 10월의 마지막 날과 11월 첫 주말이 함께했던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곳곳에서 이런저런 축제가 열렸는데요, 오늘은 이런 축제를 두고 얘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지난 주말 아주 날씨가 좋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도 날씨가 선선했고요 한낮에는 오히려 더위를 느낄 정도로 푸근했습니다. 이런 좋은 날씨에 기대어 경남에서도 여러 시·군에서 축제가 치러졌다고 하지요.

 

주 : 지난 주 축제 가운데 으뜸은 마산항 제1부두에서 열흘 동안 치러진 창원시 '제13회 가고파 국화축제'가 되겠습니다. 3일 끝났지요. 이밖에 여러 축제가 열렸습니다. 대충 훑어봤는데도 창녕 우포누리 농특산물 축제, 밀양 얼음골 사과축제, 함양 지리산둘레길 걷기 축제가 있고요, 거제서 열리는 거제섬꽃축제는 2일 시작해 10일까지 이어지는군요.

 

국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자치단체 주최는 아니지만 남해 해오름예술촌은 남해 보물섬 커피 축제를 치렀고요, 김해 진영단감제와 창원단감축제, 양산 배내골 사과축제, 하동 악양 대봉감축제가 지난 1일부터 3일 사이에 있었습니다.

 

진 : 지난주에는 경남 곳곳에서 축제가 줄을 이었습니다. 함양에서 지리산 둘레길 걷기 축제만 있었던 게 아니라 남해에서도 걷기 축제가 있었네요. 제2회 남해 바래길 걷기 축제가 2일 토요일에 벌어졌습니다.

 

주 : 축제를 생산하는 주체를 중심으로 보자면, 축제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이득이 생겨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체로 지역 또는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 특산물을 상품화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진 : 그렇다면 축제가 열리는 동안 그런 농특산물이 얼마나 팔렸느냐가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하게 평가해도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주 : 옳으신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축제 기간에 해당 지역 농특산물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는 제대로 산출되지 않거든요. 농협이나 공식 판매장 말고 개별 농가에서도 판매가 이뤄지는데, 이것들을 낱낱이 통계를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고 다음에 또 찾아오고 싶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런 것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는 좀 미심쩍은 구석이 많습니다.

 

진 : 그렇지요. 지역 농특산물을 알리는 축제장에 가본 적이 있는데요, 사과냐 배냐, 단감이냐 홍시냐, 이런 품목만 다를 뿐이지 다른 행사는 거의 대부분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한 번 스쳐 지나가면 그뿐 기억에는 별로 남지 않는 것 같아요.

 

주 : 이번에도 대부분이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로그램이 농산물 생산자들이 나와서 하는 이런저런 게임이나 경주, 비슷비슷한 상품 전시나 페이스페인팅 같은 체험, 상품 판매나 팔도 먹거리 장터 등등입니다. 어디 가도 마찬가집니다.

 

진 : 다른 축제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차별성이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그렇다 해도 이를테면 팔도 먹거리 장터라든지 지역 농산물로 만드는 음식점 같은 것이 이처럼 일반화되는 데는 나름 까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주 : 맞는 말씀입니다. 여행을 떠나면 볼거리가 절반이고 먹을거리가 나머지 절반이라 하잖아요? 그만큼 눈에 보이는 것과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먹을거리를 똑같이 장만하더라도 그 안에서 충분히 차별화를 해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진 :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시지요.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는지 등도요.

 

주 : 창원단감축제장에 갔는데 북면막걸리가 나왔습니다. 김해 진영단감제에는 가보지 못했는데요, 거기서도 봉하쌀막걸리가 나왔다면 아주 좋았을 것입니다. 해당 지역에서 날 뿐 아니라 재료도 100% 국산 쌀이거든요. 경남의 막걸리 시장을 80%가 부산 생탁이 장악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데다가 국산 쌀 사용도 80%인가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팔도 먹거리 장터에 입점하는 음식점을 선정할 때도, 국산 원료를 많이 쓴다든지, 아니면 발암 성분이 없는 숯을 쓴다든지 하는 기준을 정하면 다른 데서 벌어지는 일반 장터와는 확실하게 구별될 수 있거든요.

 

진 : 그렇겠습니다. 형식은 그대로 둔다 해도 내용을 바꾸면 되겠군요. 그렇게 되면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좋게 남길 수도 있고요.

 

주 : 그렇다는 얘기고요. 그런 식으로 생각을 넓혀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자꾸 늘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할수록 지역 축제가 조금이나마 알차지게 되고요.

 

진 : 마지막으로 창원 마산항 제1부두에서 치러진 가고파 국화 축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죠.

 

국화축제 현장 둘레에 들어선 노점들.

 

주 : 2000년 시작한 국화축제는 2010년 관람객 100만명 돌파를 했지요. 올해도 인원 동원에는 성공했습니다. 편의시설이 모자란다거나 먹거리 장터 질서가 없었다거나 시끄러웠다거나 하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는 앞으로 고치면 될 일이고요, 오히려 깊이 생각할 사안은 다른 상권과 연계입니다.

 

국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좀더 다양하게 즐기도록 해나가는 것은 당연한 전제로 깔고 드리는 얘기인데, 국화축제가 벌어지는 부두 근처만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나머지 마산 지역은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창동·오동동이라든지 어시장이라든지 또는 댓거리나 합성동 같은 상권조차 국화축제가 있으나 없으나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행사장에 들어서는 먹거리 장터 야시장 규모 축소도 적극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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