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라디오 광장에서는 시사와 동떨어져 보이는 소재로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그리고 가장 처음 진행되는 제비 조사 관련입니다. 어떤 이는 이렇게 제비를 조사해서 어떻게 하자는 얘기냐고 따지겠지요. 틀리지 않는 말씀입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는 분야도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세상이 돈 되는 일로만 짜여 있지도 않고 남들이 알아주는 일만 하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데에 매이지 않고 지낼 수 있을 때,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한 번 해 볼까요?

 

김훤주 : 여태까지 진주의료원, 밀양 송전탑, 학생 자살 같은 무거운 주제가 많았는데, 오늘은 조금 가벼운 얘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제비입니다.

 

 

1. 대중가요로도 많이 불리는 제비

 

진 : 제비요? 제비가 요즘 많이 줄기는 했지만 우리 한국인 정서에는 매우 친근하잖아요? 부러진 다리 고쳐준 흥부한테 보답으로 박씨를 물어다 줘서 팔자를 고치게 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주 : 노래도 많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으로 시작하는 가수 윤승희의 ‘제비처럼’도 있고요, 가수 조영남의 ‘제비’도 있습니다. 김건모도 ‘제비’를 불렀습니다. “룰루랄라~ 강남 갔던 제비도~ 다~시 돌아오는데~, 룰루랄라~ 날 버리고 간 님은 언제 돌아오려나~”라고 말입니다.

 

진 : 그만큼 인간이랑 친숙한 존재라는 얘기겠지요. 그런데 그런 제비가 많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예전에는 전깃줄이나 사람 사는 집 처마 밑에서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주 : 문화재청에서 제비가 사는 서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일 정도가 됐습니다. 2011년 얘기인데요. 문화재청이 제비가 많이 오는 전북 남원 금지면, 전남 여수 돌산면, 제주도 서귀마을 가운데서 한두 군데를 천연기념물로 정하고 문화재 보존구역으로 삼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를 찾아오던 제비의 99%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진 : 20년 전인 1993년에 100마리가 왔다면 올해 2013년에는 한 마리밖에 오지 않는 셈이네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드는 것 같아요. 원인이 뭘까요?

 

2. 사람의 생활이 바뀌면서 사라져 가게 된 제비

 

주 : 제비가 주로 민가에 집을 짓는 데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거든요. 그런데 동반자였던 사람들이 생활이 크게 바뀌어 버렸습니다.

 

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어린 제비.

 

한옥을 버리고 양옥이나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둥지를 틀 마땅한 장소도 사라졌고, 또 농사를 짓지 않게 되면서 먹이를 잡아먹을 터전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집도 없고, 먹이도 모자라니 사람으로 치자면 의식주 가운데 식과 주가 곤란해진 상황입니다.

 

이밖에 환경 오염도 원인이겠고, 농사도 비닐하우스를 많이 하게 된 것 등도 원인이겠습니다.

 

진 : 사람들이 제비를 좋아하는 정도도 많이 약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자기 집 처마에 둥지를 지어도 일부러 뜯어내거나 훼방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 단독 주택에 사시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비 둥지를 가만 두지 않는 것 같아요.

 

대나무로 제비가 둥지를 틀 여지를 막아버린 모습.

 

주 : 아무래도 세태의 반영이지 싶습니다. 아시는대로 제비는 벌레를 잡아먹고 삽니다. 옛날 농사를 많이 지을 때는 이게 바로 논밭에 병충해 피해랑 직결되는 것이었고 그래서 제비가 고마운 새였는데, 지금은 농사를 적게 짓는 데 더해 벌레를 방제하는 기술이나 약품까지 많이 쓰니까 제비를 더 이상 고마운 존재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당연히 늘어납니다.

 

진 : 게다가 겉으로만 보자면, 제비가 둥지를 들면 집이 여러 모로 보기도 좋지 않고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있잖아요. 제비 배설물이 떨어지기도 하고, 둥지 짓는 진흙이랑 지푸라기 때문에도 지저분하지요. 그런데 제비는 왜 꼭 사람 사는 집에만 둥지를 틀까요?

 

주 : 제비가 수천 수만 년 살아오면서 터득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비한테 천적은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것은 사람한테도 해로운 동물이라서 집이나 닭장 같은 데 드나들지 못하도록 방비를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한테 얹혀살면 이런 천적의 공격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 : 그렇군요. 제비는 또 농부가 써레질을 하거나 하는 논에 많이 모여든다고 들었어요.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주 : 써레질을 하면 논바닥이 뒤집어지고요, 그렇게 되면 밑에 있던 벌레들이 떠오릅니다. 이런 벌레들을 잡아먹기 위해서라고 봐야겠지요. 알고 보면 이렇게 사람이나 농업이랑 공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황로라는 새가 있는데요, 옛날에는 풀 뜯는 소들을 따라다니면서 놀라 튀어나오는 벌레들을 잡아먹었다 하고요, 요즘은 트랙터를 따라다니면서 먹이를 찾아먹는다고 합니다.

 

진 : 머리가 좋기로는 까치도 꼽힌다고 들었어요. 호두 같은 딱딱한 것을 아스팔트 도로에 떨어뜨렸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깨뜨리면 내려가 주워 먹는다고 말입니다.

 

3. 전국 최초 유일의 경남 지역 제비 총조사

 

주 : 이런 여러 경우를 보면 뭘 잘 까먹는 사람을 두고 새대가리라고 놀리는데, 그게 썩 잘 맞는 표현 같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는 제비를 관찰하고 조사하는 움직임이 우리 경남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1년 시작됐는데 올해 들어 사업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비르 위해 둥지 아래 배설물 받침대를 만들어 붙인 모습.

진 : 제비 조사 관찰을 우리 경남에서 하고 있다고요? 특별하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소식 같은데요, 누가 무슨 목적으로 하고 있나요?

 

주 : 경남도에서 습지 보전을 위해 만든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있습니다. 람사르환경재단이 후원을 하고 환생교,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경남 교사 모임이 진행을 맡았습니다. 경남 전역에서 제비 총조사를 하는데, 그에 필요한 워크숍이나 발표회를 하면서 정해진 지역을 선생님과 초등학생들이 함께 나가 둥지나 제비를 찾아다닙니다.

 

아이들 발품을 팔아 모은 자료는 경남 지역 제비 서식 현황을 보여주고 제비와 우리 인간의 주변 환경 보전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 자료로 쓰이겠지요. 그런데 이보다 더 크고 중요한 효과는 학생들 생태 감수성을 키워준다는 데 있습니다. 교과서나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것들을 몸소 찾아다니니 친근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살고 있는 지역의 다른 아이나 어른이랑 자주 만나 얘기까지 나누게 되니까 소통능력도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진 :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나요? 더구나 아이들이라면 어디 찾아가서 조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4. 아이들 관찰력이 중요한 구실

창원 진동면 진동시장에서 제비를 찾아나선 아이들.

주 :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미리 정한 구역을 찾아갑니다. 아이들이랑 같이 활동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 있는데요, 아이들 관찰력입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모른 채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조금 지나면 신통하게도 둥지나 옛날 둥지가 있던 자리, 날아가는 제비, 앉아 있는 제비 따위를 잘 찾아낸다고 합니다. 아이들 덕분에 조사가 원활하게 잘 진행되는 셈입니다.

 

진 : 그러면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겠네요.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요? 경남 전역을 빠짐없이 할 수 있을 만큼 인원은 충분한지 궁금합니다.

 

주 : 람사르환경재단에서 지원하는 예산이라는 것이 한 해 1000만원 안팎으로 적은데다 환생교 선생님들이 담당할 수 있는 지역도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생각으로 이제 조그맣게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민가보다 장터에서 더 많이 발견된 제비들

 

진 : 올해 조사에서 특징이라 할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주 : 시골 민가들보다 시골 장터에서 제비나 둥지가 더 많이 발견됐다는 사실입니다. 전통시장인 창원 진전면 진동장터랑 밀양시 무안면 장터와 삼랑진읍 송지시장이 그렇게 두드러지게 둥지가 많았다고 합니다.

 

 

진 : 그래요? 보통 상식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은데요. 다들 민가에 제비가 둥지를 주로 튼다고 알고 있잖아요.

 

주 : 아무래도 옛날과 환경이 달라진 결과가 아닐까 하는데요, 제비가 인간이랑 같이 살려고 하는 까닭이 천적을 물리치고 보호를 받는 데 있잖아요.

 

그런데 요즘 시골 농가는 대부분 70대 80대 어르신이 둘이 또는 혼자 사는 경우라 인기척조차 드문 반면 시골 장터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자주 드나드니까 천적이 없거나 적고, 그래서 그렇게 바뀌지 않았을까 짐작을 합니다.

 

6. 자치단체의 도움이 절실한 제비 조사

 

진 : 나름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는 활동인 것 같은데요, 앞으로 제대로 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주 : 뭐니뭐니 해도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관심과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경남도나 경남도교육청 같은 자치단체가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공문만이라도 하나 보내줘도 ‘제비 총조사’를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텐데 말입니다.

 

5월 11일 열렸던 경남의 제비 총조사 활성화 포럼.

진 : 일본에서는 이런 제비 총조사가 올해로 42회에 이르는 현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처음 시작이 1972년인 셈이네요.

 

주 : 이번 경남 총조사도 말씀하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진행되는 ‘고향의 제비 총조사’를 벤치마킹한 것인데요. 이시카와현은 1972년부터 모든 공립 소학교를 조사에 참여하도록 만들어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현 차원에서 공식으로 적극 지원하고 협조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지역 브랜드로 자리잡았을 정도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진 : 그렇군요. 일본 하면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받을 만한 것이 있으면 적극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파친코 같은 나쁜 것은 따라 하지 말고 말씀입니다.

 

김훤주

 

※ 사진은 경남 환생교와 경남람사르환경재단에서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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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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