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해도 안 돼 망가진 광려천 산책로
창원시 내서읍 롯데마트 앞 광려천교에서 동신아파트가 있는 중리교까지 왕복 5km 정도 되는 거리에 만들어진 광려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곳곳이 금이 가고 깨져 있습니다. 2012년 10월 준공됐다고 하니 한 해도 못가 난리가 난 셈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5월 21일치와 22일치에서 이 문제를 짚었습니다. 여기에 창원시와 시공회사 관계자의 말이 나오는데, 문제가 된 광려천을 바로 옆에 두고 사는 저로서는 쉽사리 이해하거나 또는 인정할 수 없는 발언이 대부분입니다.
적어도 제가 살펴본 바로는, 잔금이 나 있지 않은 데가 거의 없었고 이른바 보수라고 해 놓은 것도 문제가 많았으며 특히 이음매 부분은 부실한 정도가 심각했습니다. 게다가 서로 높낮이가 다른 부분도 있어서 어떻게 이렇게 하고도 준공 검사가 날 수 있었을까 고개가 갸웃거려지기까지 했습니다.
광려천 산책로(녹색)와 자전거도로(붉은색).
바로 옆 우레탄을 깐 도롯가 자전거도로는 이렇게 깔끔합니다.
2. 이해하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공무원과 업자의 말씀
그런데 경남도민일보 21일치 보도를 보면 “콘크리트 포장을 맡았던 시공사 관계자는 ‘부실은 아니다. 재시공을 통해 보완할 수 있고, 차후에 대책을 세워놓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콘크리트에 크랙(crack·금)이 생기면 그 틈새로 물이 들어가 구조적인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수하게 된다. 구조적인 문제를 염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실리콘 같은 충전재를 채워 크랙을 보수했고, 이렇게 표시된 구간에는 미관상 앞으로 다시 색깔 막을 씌운다. 도막 시공사도 그런 지시를 함께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관계자는 ‘2012년 상반기에 발견돼 그해 하반기 크랙 보수를 한 차례 했다. 시행착오를 했으니까 올 하반기 진행할 중리교 하류 공사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콘크리트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팽창·수축 때문에 보수를 한다. 온도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정확한 원인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고 했습니다.
이중으로 만든 도막형 바닥재조차도 서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도막형 바닥재 가운데 윗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또 22일치 보도를 보면 “창원시 재난안전하천과 관계자는 ‘하천이 넓고 둔치가 확보된 곳으로 보행성, 미관, 평탄성, 경제성 등을 고려해 현장에 가장 적합한 재료로 선정했다’면서 ‘도막형 바닥재가 벗겨진 현상이 전반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국부적으로 생겨 재료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습기나 물이 스며 발생한 것인지 시공 자체 잘못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공무원과 업자의 말에서 제가 이해·인정할 수 없는 대목을 짚어보겠습니다. ‘콘크리트 포장을 맡았던 시공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전반적으로 ‘콘크리트 포장에는 금이 가지 않아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부실은 아니다’ 하는 취지로 읽힙니다.
3. 부실인데도 부실 아니라 하고 문제인데도 문제가 아니라 하고
하지만 콘크리트 포장에 대해 제기된 문제가 아닙니다. 콘크리트 포장이 아니라 그 위에 ‘이중 타일 형태로 덮여 있는 도막형 바닥재’가 잘못 시공돼 들고 일어나고 금이 간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자전거도로 따위에서 쉽게 보는 우레탄이나 아스콘처럼 단일하게 시공돼 있지 않고 세 겹으로 돼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인 셈입니다.
다음으로는 ‘창원시 재난안전하천과 관계자’의 발언입니다. ‘바닥이 벗겨진 현상이 국부적으로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전반적으로’ 생겨나 있습니다. 4.5km 구간에 금이 가지 않은 데가 거의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재료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100% 재료 문제로 보입니다. 만약 우리가 보통 보는 자전거도로처럼 우레탄이나 아스콘 같은 단일한 재료로 했다면 적어도 표면이 들고 일어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가장 아래 콘크리트를 깔고 그 위에 아주 얇게 2~3mm 되는 이른바 ‘도막형 포장재’를 그것도 2중으로 깔았습니다. 그러니까 3중이고, 이렇게 3중으로 깔린 재료들이, 기온이나 물기 정도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정도가 같기는 어려운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단단하게 붙여놓았다 해도 언젠가는 떨어지게 마련이라고 봐야 옳을 것입니다.
무엇에 찍혀서 움푹 이렇게 패인 데도 있습니다.
‘창원시 재난안전하천과 관계자’의 이어지는 발언도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이는 도막형 바닥재가 들고 일어나거나 금이 가는 현상이 ‘습기나 물이 스며 발생한 것인지 시공 자체 잘못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은 이렇습니다. ‘습기나 물이 스며들어도 바닥이 들고 일어나지 않고 금도 가지 않도록 해야 제대로 시공한 것’입니다. 습기나 물이 스며들면 바로 들고 일어나도록 한 자체가 잘못된 시공입니다. 이렇게 볼 때 저는 이 공무원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광려천에 내려앉은 왜가리. 이 새도 광려천 산책로 자전거도로 공사가 한심하다고 할 것 같습니다.
4. 이 비 그치면 광려천 서러운 틈들이 더욱 벌어지것다
이틀 동안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고려 시대 시인 정지상의 ‘송군(送君)’이라는 한시가 생각나네요. 첫 구절이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입니다. ‘비 그치니 긴 둑에 풀빛이 많아지네’ 정도가 되겠네요.
이를 1954년 이수복이라는 시인은 ‘봄비’라는 시에서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고 멋들어지게 변주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바꿔 놓고 싶습니다. ‘이 비 그치니/ 광려천 긴 언덕 산책로에/ 서러운 틈들이 더욱 벌어지것다’.
5. 갈라지고 벌어지고 깨어진 데가 이렇게 많은데
같이 한 번 돌아보겠습니다. 먼저 곳곳에 금이 나 있고 틈이 벌어져 있는 현장입니다. 제게는 단지 손가락과 볼펜밖에 없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들어낼 수 있는 데가 억수로 많았습니다. ‘콘크리트 포장’과 ‘도막형 바닥재’의 접착 부분이 그만큼 허술했습니다.
6. 높낮이를 맞추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공사
다음은 높낮이가 맞지 않는 부분입니다. 가장자리를 이루는 부분과 안쪽 콘크리트 포장을 한 데가 거의 1cm가량 차이가 나는 데가 여러 군데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런 것은 시공의 기본입니다.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7. 특히 심각하게 잘못된 이음매 부분
특히 심각한 대목은 따로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포장’과 ‘도막형 바닥재’는 대략 4m 정도 간격으로 끊어져 있었습니다. 이 끊어진 부분에 틈이 벌어져 있게 마련인데요 이를 ‘실리콘 같은 충전재’와 시멘트 그리고 청색 테이프로 메워놓았습니다. 이렇게 해놓았으니 여기서부터 금이 가는 현상과 들고 일어나는 현상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음매를 중심으로 금이 가거나 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메움도 동일한 방식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청색 테이프만 발라놓은 데도 있고 ‘실리콘 같은 충전재’만 채워 넣은 데도 있습니다. 물론 ‘실리콘 같은 충전재’를 채워넣은 위에 청색 테이프를 발라놓은 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을 보면 시멘트가 들어 있는 데도 있고 아니면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데도 있습니다. 게다가, ‘도막형 바닥재’까지 발라놓은 위에 이렇게 ‘실리콘 같은 충전재’를 바른 데도 있고 아니면 ‘실리콘 같은 충전재’를 바른 틈새 위에다 ‘도막형 바닥재’를 깔아놓은 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이렇게 이음매가 부실하다 보니, 이 부실한 이음매에서부터 ‘도막형 바닥재’가 갈라지고 벌어지고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음매 문제만 해결을 했어도 지금 드러난 현상이 절반은 줄었을 것입니다.
8. 보수 공사를 한 부분도 문제
마지막으로, 이른바 ‘보수’랍시고 한 대목입니다. 창원시와 시공업체는, 지난해 상반기 문제가 나타나 하반기에 보수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것은 보수가 아니라 ‘땜질’입니다. 임시 처방이고,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기까지 합니다.
제가 이 보수 공사 부분은 크게 신경써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요, 만약 지금 올려놓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있으면 바로 광려천 산책로에 내려가 좀더 찍어오겠습니다. 어쨌건 보수한 부분을 중심으로 잔금이 계속 가고 있거나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보수는 그러니까 갈라진 금을 따라 ‘실리콘 같은 충전재’를 바르거나 집어넣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바르거나 집어넣는다고 해도 이 갈라진 금이 완전히 아물지 않고, 나아가 이렇게 먼저 난 금을 중심으로 삼아 다시 잔금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땜질’이고 그것도 잘못된 ‘땜질’입니다.
9. 마지막까지 성의없이 작업했다?
또 이런 것은 어떻습니까? 사람 모습입니다. 웃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름 디자인이나 성의가 들어 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해당되는 비용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이런 우스운 꼴은 아예 만들지 않는 편이 나았으리라고 저는 봅니다. 자전거도로 표지는 벌써 지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색깔이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10. 도대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알려진대로, 여기 이 광려천을 둘러싼 갖가지 공사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2009년에 여기로 이사 왔는데, 새벽 두세 시에도 굴착기가 공사하는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적이 많습니다.
이렇게 지역 주민들한테 괴로움을 끼친 결과가 엉뚱하게도 하천 둔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의 부실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200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광려천 환경정비사업’은 135억원 예산을 들인다는데, 엉뚱한 사람 엉뚱하게 배만 불리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걷기 행사 모습. 안홍준 선수 모습이 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누군지는 모르지만, 밟아주고 싶었답니다.
2012년 10월 6일 여기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준공에 때맞춰, 이 지역 출신 안홍준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광려천을 사랑하는 걷기 행사’를 했습니다. 안홍준 선수는 여기 예산을 따오는 데 크게 노릇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어떠한지에는 이토록 무신경해도 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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