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창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도 창녕에서 나셨습니다. 창녕이 고향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댁이 있던 유어 한터 소벌과 아버지 어머니랑 같이 살던 읍내 솔터나 옥만동 장터를 돌아다닌 기억이 지금도 뚜렷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저도 고향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저는 창녕이 좋습니다.


창녕이 제가 국민학교 다니던 옛날에는 국보 33호인 진흥왕 척경비로 이름을 알렸지만, 나중에는 부곡온천으로 이름을 높였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창녕 이름이 우포늪(소벌)에 힘입어 널리 알려지는 경우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1억4000만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같은 관형어를 앞에 단 채로 말씀입니다.


어느 봄날 소벌의 안개속 아침.


며칠 전 젊은 영화 감독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포늪(소벌)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영화가 다루는 주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포늪(소벌) 곳곳으로 길이 나고 사람이 거리낌없이 다니도록 돼 있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습니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사람 다니는 길에는 풀도 자라지 않는다. 그런 길이 곳곳에 있다면 소벌이라는 생태계는 토막토막 잘린 셈이다. 생태계는 순환이 단절되면 힘을 제대로 못쓰게 된다. 세상 어디에도 보전 대상인 습지를 통째로 인간에게 내어놓는 데는 없다고 들었다. 돈이라도 되면서 그러면 낫겠는데, 입장료를 받지 않으니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연둣빛으로 봄을 머금은 소벌 나무들.


창녕은 우포늪과 생태관광을 주요한 발전 전략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생태관광은 생태계를 갉아먹지 말고 풍성하게 만들어야 가능합니다.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생태계를 가꿔야 가능합니다. 그래야 조금씩 퍼 마셔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어디 가면 가로수부터 눈여겨 봅니다. 제가 사는 동네 가로수도 무심하게 넘기지는 않습니다. 가로수가 풍성하고 멋지면, 신기하게도 거리뿐 아니라 동네까지 통째로 멋지고 풍성해지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잘 가꾼 마을숲이나 너른 강둑에 심긴 나무들에게서도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창녕이 생태적으로 풍성해지면 좋겠습니다. 우포늪이 안겨주는 '태고의 신비' 이미지를 이런 풍요로움을 만드는 데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우포늪과 같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것들 가운데는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어가 있습니다.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일컬어집니다. 은행나무는 우포늪(소벌) 생성 시기보다 더 오래된 2억년 전에 나타났는데 지금 나무가 그 때와 거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은행나무 가로수. 함안.


메타세쿼이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1940년 발견 당시만 해도 멸종됐다고 알려져 있었던 나무입니다. 우포늪(소벌)이랑 나이가 비슷합니다. 1억3600만 전~6500만년 전인 백악기에 아시아·북아메리카에서 살았습니다. 그 화석은 지금 나무와 아주 닮았습니다.

 

 

이밖에도 두 나무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먼저 빨리 잘 자라는 속성수입니다. 아주 크게 뻗어나간다는 점도 닯았습니다. 생명력이 매우 센 편이어서 공해에 쉽게 무릎꿇지 않고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는다는 점도 같습니다. 잎이 무성한 봄과 여름과 가을은 물론 잎이 죄다 지고 없는 겨울에도 멋지다는 것까지 닮았습니다.

 

저는 창녕이 이 두 나무를 가로수 주종으로 꼽아 창녕 전체를 '태고의 신비' 분위기로 가면 좋겠습니다. 이런 가로수가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울 수 있는지, 또 지역 주민 소득 창출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는 전남 담양에 있는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이 잘 보여줍니다.

 

2011년 재작년과 2012년 작년에 이어 올해 5월 11일 토요일 오후 세 번째로 거기 다녀왔는데요, 잎이 아직 풍성하게 나지 않았고 입장료까지 1000원을 받는데도 저는 밀려드는 사람들 탓에 밟혀 죽는 줄 알았답니다.

 

5월 11일 찾았던 담양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 사지에서는 붐비지 않지만 실제는 굉장했습니다.

같은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과 이어지는 관방제림.

 

옛날에 쓴 글도 있답니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꼭 가 봐야 할 담양(http://2kim.idomin.com/2258). 곁들여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아름다운 가로수를 어떻게 경남에서는 그리고 창녕에서는 가꿀 수 없는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5월 28일치에 실린 칼럼에다 조금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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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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