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인문학 협동조합으로 갱상도를 풍성하게

김훤주 2012. 12.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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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인문학 강의가 있는지요?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인문학 강의인지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내린 답은 이렇습니다. 없지는 않지만 짜임새가 떨어지고 상업주의로 흐르거나 경남이라는 '지역'에 관심과 초점을 두지는 않은 듯하네요.

'지금' '여기'서 이뤄지는 삶이나 현실과 무관한 강의는 많고요, 반면 지역의 사람·자연·문화·역사를 중심에 두는 강의는 드물지 않은가요? 서울이나 광주·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도 들을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랍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서울' '주류' 인문학의 수입품이거나 판박이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뉴시스 사진.


지역 사람들이 살며 부대끼는 현장이 바로 지역 인문학의 자리라고 저는 보는데요, 거기서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고 꽃과 잎을 피우며 열매를 만들어 내는 그런 인문학 강의는 드뭅니다. 어쩌면 이런 문제의식조차 변변하게 없는 실정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겠다 싶습니다만.

그러다 보니 지역 사람의 지역 사람으로서 자존과 긍지는 사라지고요, 스스로를 정치·경제적으로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서울'보다 처지는 존재라는 열등감을 떨치지 못한답니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자리에서 출발하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은 지역의 구체적인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게다가 지역 사람의 바람과 즐거움과 고난과 정서를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지역 사람을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대접하는 인문학을 지역 밀착형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싶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 우리 지역에 '지역 밀착형 인문학이 바로 이것'이라 할만한 정답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드리는 이런 문제제기가 공허하게만 들릴 수도 있겠지 싶습니다. 인문학 강의 운영 주체도 아직은 뚜렷하게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래서 생각해 본 방안이 인문학 강의와 협동조합의 결합입니다. 강의하는 주체도 이 안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도 여기서 세워내는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이 이를 가능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합니다. 권리도 똑같고 의무도 똑같다는 것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조합원은 누구나 주인으로서 강의나 운영 같은 활동에 두루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문학 강의를 통해 배우고 누리고 즐기고 가르치려고 하는 바와도 닮았습니다. 상황·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줏대 있게 제대로 사는 데 이바지한다는 점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조건이나 자격을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깜냥껏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는 점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인문학 강의와 운영에 필요한 사람과 돈을 만드는 과정을 인문학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과정과 일치시키는 것이랍니다. 이를테면, 협동조합 준비 모임에 운영위원으로 활동할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의 얼개를 짜고 계획을 먼저 세웁니다. 더불어 협동조합이 감당하고자 하는 강의 내용과 일정도 함께 짭니다.
 
보기를 들자면, 한 주 한 차례씩 2013년에 40강좌 정도를 준비합니다. 이런 강의의 주제·소재와 내용에 흐르는 밑바탕은 마땅히 '지역 밀착'이 됩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낄 만한 주제·소재·내용도 다뤄 대중성도 함께 확보해야 하겠지요.(이렇게 인문학을 우리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해보자고 엄두를 낼 수 있는 바탕은 경남도민일보라고 저는 봅니다. 강의 공간과 실무 인력 정도는 모자라나마 경남도민일보에서 댈 수 있을 것입니다.)

마땅한 사진이 없어서 그냥 가져 왔습니다. 뉴시스 사진.


목표는 2012년 12월 31일까지 조합원 2000명 확보입니다. 의무는 가입비 1만 원과 연회비 1만 원 합계 2만 원 출연입니다.(가입비는 만약 탈퇴하려 한다면 그 때 돌려받게 됩니다.) 권리는 협동조합의 강좌를 모두 공짜로 추가 비용 없이 들을 수 있는 것이 첫째입니다.

이에 더해 경남도민일보의 생태·역사기행 같은 행사 참가비 할인도 있습니다. 당연히 10%든 20%든 깎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본인이 강사가 돼서 강의를 하고 싶으면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심의를 거친 다음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조합원 2000명과 조합비 4000만 원(가입비 2000만 원+연회비 2000만 원)이 모이면 지역 밀착형 인문학 강의를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토대가 되지 않을까요? 그냥 실현할 수 없는 꿈이라고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에 동의하시거든 연락 주시면 좋겠습니다. 배짱을 맞춰 함께 거사를 도모해 보게 말씀입니다. 제 손전화는 010-2926-3543이고요, 전자우편 주소는
pole08@hanmail.net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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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으로 올해 9월 4일치 경남도민일보에 칼럼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고맙게도 놀랍게도 열다섯 분이 같이하겠다고 바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래 한 차례 모임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전체로 볼 때 저희 준비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금 미루게 됐습니다. 당장 쳐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실무를 진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김해시에서 진행한 인문학 강의에 나선 인제대 이영식 교수.


계획도 조금 바꿨습니다. 올해 안으로 조합원 2000명을 확보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서둘러 가는 것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2013년 2월 안으로 일단 300명 확보로 고쳤습니다. 물론, 2000명 조합원 확보는 미룰 수 없는 과제여서, 2013년이 가기 전에 반드시 달성하려고는 합니다.

아울러 인문학 강의는 내년 3월부터 진행해 12월까지는 적어도 40강좌는 채워야 하지 않겠나 여깁니다. 연락을 주시면 인문학 협동조합 가입 원서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더불어 이번에 만들려는 인문학 협동조합이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는데, 이름에 대한 의견도 왕성하게 내어 주시면 아주아주 고맙고 좋겠습니다.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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