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경남서는 19일에 도지사도 뽑습니다

김훤주 2012. 12.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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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인가부터 제가 라디오 방송에 고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금요일마다 저녁 6시 30분 전후해서 MBC경남에서 내보내는 '라디오 광장'인데요. 언제나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해당 한 주에 쟁점이 되거나 관심을 끌었던 사안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이리저리 둘러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여기서 지역 방송인만큼 지역 사안을 다루려 합니다. 서울 또는 수도권에서 일어나는 일로 지역 방송 시간을 잡아먹고 싶지는 않아서요. MBC경남의 김상헌 기자와 얘기를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먼저 지난 7일 있었던 방송 원고를 여기 올려봅니다.




대선에 가렸어도 나름 눈길 끄는 경남 도지사 보선

경남도민일보 사진. 아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김상헌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12일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와 함께 치러지는 우리 경남의 도지사 보궐선거에 대해 한 번 얘기해 볼까요?

김훤주 : 예, 지난달 23일에는 도지사 보선에 나온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와 무소속 권영길 후보 사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오늘은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까지 쳐서 세 후보가 경남 유권자들한테 내놓은 공약들을 한 번 살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김상헌 : 좋습니다. 그런데 이번 도지사 보궐선거가 처음에는 대선에 가려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죠? 여권은 발빠르게 나섰지만 야권에서는 이와 달리 후보를 일찍 내놓지 못하면서 그렇게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죠? 오히려 날선 공방이 오가면서 갈수록 주목을 받고 있다는 얘기들이 많더라고요.


김훤주 : 그런 것 같습니다. 먼저,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사람들 관심이 쏠리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은데요, 여권에도 야권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후보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는 15대부터 18대까지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당대표 등을 두루 맡았고 야권 무소속 권영길 후보는 진보정당운동을 이끌면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세 차례 대통령 후보로 나섰으며 창원을 선거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던 대표적인 진보정치인이지요.


그리고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는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공무원노조를 만들었고 공무원노조 경남도청 지부장과 경남지역본부장을 거쳐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인물입니다.


김상헌 : 중앙정치권에서도 알아주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치인들이 후보로 나서다 보니 사람들 관심이 더 많이 쏠리게 됐다는 말씀인데, 단지 그런 사정뿐으로만 눈길을 끌게 됐을까요? 이렇게 나선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들도 굵직굵직한 것들이 많이 보이던데요.


김훤주 :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굵직굵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 예전하고는 사정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공약 실행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으면 대형, 그러니까 굵직굵직한 것으로 취급받았습니다만 이번에는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옛날 선거에서 나왔던, 예산이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옛 마산의 구산해양관광단지 사업이나 같은 옛날 마산의 7000억원이 드는 마산로봇랜드 조성 또는 마산해양신도시 건설 같은 경우는 그 실현 가능성이나 타당성만을 두고 논란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공약들은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 결과에 따라 경남 전체의 틀 또는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성격들이어서 양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창원 도청 팔아 마산·진주에 새 도청 짓겠다는 홍준표

김상헌 : 이렇게 선거판을 뜨겁게 만들고 있는 첫 번째가 아무래도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의 공약이겠지요? 나중에 '도민 의견 수렴'이라는 전제를 달면서 홍 후보가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지금 창원시 성산구 사림동 일대 경남도청 터를 팔아 마산에 도청 새 청사를 짓고 진주에 제2청사를 짓겠다고 한 공약은 10월 24일 새누리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왔을 때부터 크게 관심을 끌었지요.

김훤주 : 그렇죠. 처음에는 새누리당 경선에서 맞섰던 박완수 창원시장을 겨냥했을 따름이라는 분석들이 많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 뒤에 홍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박완수 시장을 누르고 새누리당 공식 도지사 보선 후보가 되면서 더욱 관심을 끌게 됐습니다.


홍 후보 공약대로 되면 경남 전체에서 창원 중심성은 사라지고 경남 행정의 중심이 마산과 진주에 새로 생기면서 이원화되는 셈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 행정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이는 정치나 행정뿐 아니라 사회·문화·교육·예술 등 모든 것이 이렇게 재편될 개연성이 높아지는 거죠.


김상헌 : 앞에서도 짚은 바대로, 홍 후보는 도청 마산 이전과 진주 제2청사 건립에 드는 돈을 지금 있는 창원의 경남도청 터를 팔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권영길·이병하 나머지 두 후보 모두 비판을 하고 나섰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합니다만, 통합진보당 이 후보는 현실성이 없고 명분도 없는 공약이라 했으며 무소속 권 후보는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즉흥적인 공약이라 했습니다.


김훤주 : 이병하 후보와 권영길 후보 모두가, 도청 터를 팔아도 홍 후보 말대로 1조5000억원을 장만하기는 어렵다고 얘기했습니다. 계획도시 창원의 기본틀을 허무는 허황된 노릇이라는 점과 결과적으로 난개발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점에도 두 후보는 생각을 같이 했습니다.


다만 권 후보는 도청 터를 살 능력이 있는 집단은 재벌밖에 없다며 재벌 편향 공약이라고 꼬집었고, 이 후보는 통합 창원시 갈등 해결을 목표로 하는 공약이지만 실제로는 갈등을 경남 전체 차원으로 확대할 뿐이라고 짚었습니다.


김상헌 : 그렇겠군요. 마산 창원 진해가 하나로 모여 통합 창원시가 됐는데, 지금 그 갈등이 여간 심하지 않죠. 시청사 위치 문제, 신설 야구장 위치 문제 등등 통합 창원시의회에서 시의원들이 출신 지역에 따라 나뉘어 대립을 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진보 보수 구별도 없었고 소속 정당은 달라도 출신 지역이 같으면 보조를 같이 하곤 했습니다.


마찬가지 도청을 옮기려면, 그것도 마산과 진주 두 군데로 나눠 옮기려면 조례 개정 등을 위해 경남도의회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을 테고, 지역에 따라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도의원들이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겠군요.


진보진영이 진주 도청 제2청사 '원조'라는 권영길


김훤주 :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 권영길 후보가 홍 후보 이런 공약 가운데 진주에 도청 제2청사를 짓는 부분을 두고 홍 후보가 원조가 아니라고 공격했습니다. 4월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강병기 국회의원 후보가 진주에서 제시했던 것이며 따라서 야권이 원조라고 했죠. 그러면서 경남도청 제2청사 진주 유치를 공약하고 나섰습니다.


김상헌 : 그러면 이렇게 되나요? 홍 후보는 지금 경남도청 터를 팔아 마산에 제1청사를 짓고 제2청사는 진주로 가져가는 것이고, 권 후보는 경남도청 제1청사는 창원 지금 자리에 그대로 두되 제2청사만 진주로 가져가자……. 그리고 이병하 후보는 이 둘에 대해 모두 비판적이니까, 지금 그대로 창원에 경남도청이 하나만 있는 것이고요.

김훤주 : 예, 그런데 진주에 제2청사를 짓는 권 후보 공약을 두고 새누리당 홍 후보는 비용을 어디에서 마련하겠다는 예산 확보 방안이 없다고 비판했고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도 비판에 나섰는데, 인구 800만 이상인 광역자치단체만 제2청사를 지을 수 있도록 법령이 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상헌 : 그런데, 진주 제2청사 건립 공약이 홍준표 후보가 원조가 아니라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가 원조라면서요? 당시 후보로 나섰던 강병기 위원장이 지금은 통합진보당 중앙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은가요? 당시 강 후보도 별도 입법 조치는 필요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창원 도청 터 땅값 평당 3000만원은 엉터리


김훤주 :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공방에서는 이병하 후보쪽이 부메랑을 맞게 됐는데요,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홍준표 후보조차 부메랑을 맞게 생겼습니다. 권영길 후보의 경우는 제2청사 건립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이 없었는데, 홍 후보는 이와 달리, 지금 도청 터를 팔아 진주 제2청사를 짓겠다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렇게 하고도 돈이 남을 테니 그것으로는 경남도 부채를 갚는 데 쓰겠다고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업계 등에서 아무리 비싸게 받아도 지금 도청 터가 1조 5000억원 짜리는 안 된다고 나선 것입니다.


김상헌 : 그렇군요. 경남도청 터가 지금 19만1210㎡, 5만 7841평 남짓 되지요? 이게 1조5000억원이 되려면 한 평 그러니까 3.3㎡당 3000만원은 돼야 계산이 나오는데 실제 가까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창원중앙역 역세권 상업시설 분양가가 3.3㎡에 730만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죠. 이렇게 해서 계산하면 4182억원으로 홍 후보가 제시한 1조5000억원의 3분의1밖에 안 되는군요.


김훤주 : 뿐만 아니라 개발하려면 도로·공원·학교 같은 것도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땅을 내놓으면 금액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다 보니 홍 후보 쪽에서는 이미 개발이 끝난 상남상업지구의 땅값이 평균 1500만~2000만원 하는 것을 끌고 들어와 도청 터가 평당 3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 개발도 되지 않았고 상권도 형성되지 않은 도청 터를 상남동에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답니다.


권영길 마·창·진 재분리 공약은 선방


김상헌 :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는 이렇게 부메랑을 맞았는데, 그러면 이에 맞서는 권영길 후보는 상황이 좀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홍 후보가 도청 마산 이전으로 선거판을 흔들었다면 권 후보는 통합 창원시의 마산·창원·진해 재분리를 공약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지요.

김훤주 : 그렇습니다. 주민투표 등 지역 주민 의견을 묻고 모으는 절차 없이 졸속으로 통합됐으므로 지금이라도 주민 뜻을 물어야 하고 거기에서 반대가 더 많이 나오면 국회 입법을 통해 원래대로 돌려 재분리를 해야 한다는 요지입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는 통합 과정이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은 다르지 않지만 재분리는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이미 통합된 상황에서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권 후보는 통합 창원시 갈등을 해결할 자신이 없으니 되돌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 후보는 십분 공감한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공약만 두고 본다면 (홍 후보도 문제점은 인정하고 있으므로) 권 후보는 대체로 선방하고 있습니다.


짜임새 있고 구체적인 이병하 후보 공약


김상헌 :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는 어떻습니까? 새누리당 홍 후보와 무소속 권 후보가 모두 이 후보 공약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하고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공약이 잘 짜여 있는 모양이지요?

대충 훑어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벼 재배농가 경영자금 안정, 등록금·수업료 없는 중단 없는 전면 무상급식 실현, 보호자 없는 병원 확대 시행, 출자·출연기관 서부경남 이전 통한 균형 발전 등을 내걸고 있는데요.

김훤주 : 이병하 후보는 다른 두 후보보다 공약이 아주 세부적이고 구체적입니다. 노동자·농민·서민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양극화 해소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병하 후보의 공약에 대해 다른 두 후보가 우호적입니다. 대부분 긍정하고 인정하고 이럽니다. 한나라당 중앙당에 있을 때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홍준표 후보조차 이 후보의 무상급식을 반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서부 경남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경남도의 출자·출연기관 이전만으로는 모자란다는 비판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김상헌 :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의 창원 도청 터 매각을 통한 도청 마산 이전과 진주 제2도청 건립 공약, 그리고 무소속 권영길 후보의 통합 창원시 재분리 추진 공약이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가 내실있고 구체적인 공약으로 양극화 해소를 겨냥해 노동자 농민 서민들 마음을 파고 드는 형국이군요. 그밖에 덧붙일만한 일은 없는지?

이번에도 제기된 새누리당의 '묻지 마' 막개발 공약

김훤주 : 우리 경남의 남해와 전남 여수를 잇는 한려대교 건설 사업이 있어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경남 공약에도 나와 있고 홍준표 도지사 후보의 주요 공약에도 들어 있는데요, 이것이 감사원 감사에 걸려 추진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토목 공약이라 할 수 있는데요, 총사업비가 실제로는 1조 3326억원인데도 국토해양부가 그 5분의1밖에 안 되는 2870억 원으로 낮춰잡아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속여 설계비를 배당받고 진행을 했다가 이번에 걸렸습니다. 이런 일은 앞으로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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