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네 번째 생태·역사기행은 하동으로 걸음했습니다.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이 후원하고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와 경남도민일보가 주관합니다. 쌍계사 들렀다가 십리벚꽃길을 따라 걸은 다음 그 끝자락 화개장터를 둘러보는 일정이랍니다.

15일 아침 9시 경남도민일보 앞에서 버스를 타고 떠났으나 석전지하차도 들기도 전에 길이 막혔습니다. 한동안 가다서다를 되풀이하다 남해고속도로 서마산나들목이 막혔다는 소식을 확인하고는 그리로 가는 대신 내서 나들목으로 내달렸습니다.

때문에 예정보다 30분 남짓 늦은 11시 30분에 쌍계사 들머리에 닿았습니다. 그래서 쌍계사에 들렀다가 돌아나와 점심을 먹는 원래 일정을 바꿔 점심부터 먹고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쌍계사 들머리 숲길.


쌍계 석문으로 꼬부라지는 데 있는 단야식당(055-883-1667)에 들러 비빔밥과 버섯전을 먹었습니다. 화학 조미료 없이 산나물을 주로 쓴 비빔밥은 쌉싸래한 맛이 돌았고 버섯전은 부드러웠습니다. 함께 곁들인 동동주는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있었고요.

쌍계사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절간이고 그래서 이미 여러 차례 왔던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이들에게 일주문과 금강문과 천왕문과 팔영루와 진감선사대공영탑비와 대웅전, 이렇게 직선으로 올랐다가 바로 옆 천진한 마애불로 이어지는 동선은 따분하기 십상이지요.

최치원이 비문을 썼다는 진감선사대공탑비. 성보박물관에는 그 탁본이 있습니다.


올라가면서 왼편으로 길을 틀어 잡았습니다. 성보박물관이 나왔습니다. 구경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는지 현관을 지키던 이가 서둘러 전깃불을 밝혀줬습니다. 탱화도 있고 옛날 스님들 쓰던 도장이나 가마, 주고받았던 문서 따위가 있습니다. 무슨무슨 보물이라는 설명들도 붙어 있습니다. 특별한 감흥이 크게 일지는 않았으나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콤콤한 냄새가 좋았답니다.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금당이 놓인 자리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금당은 보통 부처를 모시지만 여기 금당에는 중국 불교 선종의 6대 조사인 혜능의 두개골이 있습니다. 쌍계사 창건주 삼법화상(三法和尙)이 724년에 여기에 난야(蘭若:한적한 수행처)를 짓고 모셨다고 합니. 금당에는 동안거·하안거 풀린 뒤 석 달(음력으로 1월 16일~4월 14일, 7월 16일~10월 14일) 동안씩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쌍계초등학교를 구경했습니다. 학년마다 한 반씩이고, 전교생은 45명뿐인 조그만 학교랍니다. 들머리 쇳조각으로 만든 안내판이 귀여웠습니다. 울타리 안쪽 가까운 언덕배기에 나무들이 늘어섰는데요, 이순신 장군도 그 아래 있습니다. 조용한 운동장에 자동차가 들어와 유치원 아이들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조용한 가운데 생기가 돌았습니다.

박물관을 나설 때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쌍계초교를 거쳐 석문을 나서니 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져 있었습니다. 일행 가운데 몇몇은 미리 날씨를 알았는지 준비해 온 우산을 꺼내서 받쳐들고는 걸음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난감해하는 기색은 없었고 오히려 즐기는 쪽이었습니다. "이렇게 때맞춰 빗속을 걷기도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모자나 우산을 쓰지 않은 이에게는 내리는 비가 머리카락을 적실 정도는 됐습니다. 모자나 우산을 쓴 이에게 걷기를 멈추게 할 정도는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쌍계사 들머리에서 화개장터까지 이어지는 십리 벚꽃길에서는 빗방울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4월 중순 꽃을 내려놓은 나무들이 두 달 동안 키워올린 이파리가 싱싱하고 푸르게 우거진 덕분이었습니다.

길은 양쪽으로 벚나무가 늘어선 채로 한적합니다. 이따금 자동차가 달리고 그런 사이사이로 몇몇이 무리지어 걸음을 내딛습니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일행은 옆으로 동행하는 화개천이나 차밭에 눈길도 던지고 카메라도 갖다댑니다. 그러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제대로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이런저런 날씨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고 그냥 주어진 조건일 따름이겠습니다.

보통 같으면 햇볕이 쨍쨍 내리쬤을 저 건너편에서는 비구름이 스멀스멀 산을 따라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내려오는 비구름도 있습니다. 비구름이 오르기만 하면 얼마 가지 않아 비가 그치겠지만 이리 오락가락하다 보니 금세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흐르는 화개천은 씩씩한 물소리를 도로 쪽 사람 있는 데까지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길가 이곳저곳에는 전통찻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때로는 산천경개에 스며들어 보일 듯 말 듯하는 데도 있고 때로는 민망할 정도로 도드라져 있는 데도 있습니다. 개울가에 자리잡은 전통찻집 한 군데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길을 먼저 나선 일행 몇몇이 어울려 있습니다. 한 쪽 벽면을 통째 차지한 유리 너머로 산과 개울과 언덕배기와 대숲 풍경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감탄하는 소리를 조그맣게 내지르며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찻집 주인은 정갈하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찻물을 끓여냅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하는 정도로 커다란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얻었을 법한 풍경이라는 말도 나오고, 결국 가장 좋은 경지는 이런 좋은 경치조차도 스스럼없이 아무것도 아닌 양 놓을 수 있을 때 주어지지 않겠느냐는, 도가 절반쯤 통한 듯한 얘기도 나옵니다.

다시 길을 나서 조금 걸으니 언덕배기 위에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쏟아집니다. 화개초교랍니다. 여기 아이들에 대해 때 아닌 부러움이 솟았습니다. 무엇이든 일상이 되면 아무것도 아니고 오히려 성가시겠지만, 날마다 이렇게 우거진 벚나무 아래를 걸을 수 있으니 좋겠다는 얘기랍니다. 벚나무 싱싱한 이파리를 적신 물방울들은 이따금씩 푸른 빛으로 아스팔트에 떨어졌고요.

곧이어 화개장터입니다. 여기도 오전에는 찾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다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납작 엎드려 있었겠지만 이 때는 좀 달랐습니다. 볕을 가리는 울긋불긋한 차일은 여전히 접힌 채 묶여 있었지만 돌아다니며 보니 군데군데 흥정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화개면사무소 옆에 있는 처마 짧은 한 음식점에 일행과 들러서 재첩정구지전과 함께 소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4시 20분 즈음 버스에 올랐습니다. 올라서 보니 먼저 온 이들이 사다 놓은 청매실이랑 마른 나물 꾸러미 따위가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쌍계사 갔다 나오는 길까지 쳐서 6.5km남짓을 걸은 뒤끝인 때문인지 앉은 채로 잠깐 졸기도 했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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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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