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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와 하동녹차연구소가 ‘문화·역사·생태와 함께하는 하동 전통차 탐방’을 4월 28일에 이어 5월 26일 두 번째로 치렀습니다. 전통차가 주는 느긋함과 그 아름다움을 누리는 한편 하동의 차 생산 농민에게도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전통차의 대중화를 위해 하동군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아침 8시 30분 경남도민일보 앞을 떠나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매암차문화박물관에 오전 10시에 닿았습니다. 하동 전통차 탐방에 함께한 이들은 강동오 박물관장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차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찻잎을 따기 위해서였지요. 한 시간가량 딴 찻잎을 갖고 나중에 찻잎밥을 만들어 점심으로 먹었답니다.
이어서 홍차 만들기 체험을 했습니다. 찻잎으로 만든 전통차라 하면 보통 사람들은 녹차만 떠올리고 홍차는 외국에서만 생산된다고 여기지만 사실 하동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홍차를 만들어 마셨다고 합니다.
매암다원 전경.
홍차는 녹차와 달리 발효차랍니다. 발효(醱酵)는 공기 속에 들어 있는 산소랑 작용하면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홍차 만들기의 시작은 찻잎 '시들리기'인데 이렇게 하면 물기가 줄어들고 찻잎이 부드러워지면서 찻잎 속 산화효소의 작용이 활성화됩니다(활발해집니다). 이렇게 하면 차의 주요 성분 가운데 하나인 카테킨의 작용이 더욱 많아진답니다. 카테킨은 노화 방지·해독·체지방 감소 등에 효과를 냅니다.
홍차 만들기 체험에 앞서 설명을 해 주는 장효은(왼편) 학예실장.
홍차 만들기 체험에서는 미리 알맞게 시들린 찻잎이 제공됐습니다. 사람들은 체험장에서 시든 찻잎을 공처럼 둥글게 말았다가 다시 펴 널면서 찻잎을 주물렀습니다. '비비기'에 해당됩니다. 축축한 물기가 묻어났습니다. 이렇게 찻잎에 상처를 내면 낼수록 향기가 짙어진다고 했습니다. 하다가 냄새를 맡아보니 과연 그랬습니다. 하면 할수록 또 향기가 짙어졌습니다.
주욱 널려 있는 찻잎을 어깨(손이나 팔이 아닌) 힘으로 밀어 굴렸습니다. 시간으로는 40분 정도, 찻잎에서 작은 거품이 생길 때까지 비비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다음 찻잎을 공처럼 뭉치면 잎이 툭툭 떨어지지 않고 야무지게 붙어 있을 정도가 된다고 했습니다.
덜 잘 된 왼쪽과 매우 잘 된 오른쪽.
허리가 조금 아파 올 때까지 밀었더니 그와 같은 공 모양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다시 펴서 널어야 합니다. 그렇게 널어 햇볕에 바짝 말리면 전체가 거무튀튀하게 되면서 홍차가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나중에 뜨거운 물에 타면 붉은색이 곱게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홍차 만들기 체험을 하고 난 다음 돌아 나와 찻잎을 넣어 지은 밥을 먹었습니다. 달걀국·고추·오이·양념장과 함께 깔끔하게 차려서 내었습니다. 고사리를 비롯해 하동 악양의 제철 채소를 우리밀 반죽에 버무려 만든 지짐과 함께 막걸리도 한 잔 걸칠 수 있었습니다.
차밭에 있는 감나무들은 한 달 전에 왔을 때보다 잎이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덕분에 나무 그늘이 더욱 시원했습니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일행은 강동오 관장이 마련해주는 위스키와 블렌딩한 홍차를 맛봤습니다. 따뜻한 홍차가 섞인 위스키는, 맛은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조금 역한 듯한 냄새는 홍차의 향기로 가시게 해서 좋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어 강 관장은 전통차에 귤껍질을 넣어 첨향(添香)한 블렌딩을 선보였습니다. 귤향이 짙은 편이었는데, 하얀 속을 긁어내지 않은 귤껍질을 식초물에 담갔다가 바짝 말리면 이렇게 좋은 향이 난다고 했습니다.
첨향한 블렌딩.
강 관장은 이어 첨향보다 한 단계 수준이 높은 착향(着香)도 내놓았습니다. 첨향은 전통차에 다른 물질을 넣어 향을 더한 것이라면 착향은 전통차에 다른 향기를 달라붙게 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강 관장이 내놓은 차에 들러붙은 향기는 찔레꽃의 것이었습니다. 강 관장은 찔레꽃을 따서 담은 단지에 찻잎을 넣어 이태 넘게 숙성시켰다고 했습니다.
감잎 그늘 아래에서 일행에게 얘기를 해주는 강동오 관장(왼편).
강 관장은 일행에게 감잎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따기에 이른 편이기는 했지만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전혀 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란 감나무에서 잎을 마음껏 따서 가져가시라 했습니다. 집에서 얇게 채 썰듯이 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렸다가 햇볕에 바짝 한 시간 정도 다시 말리면 고급 감잎차가 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가져온 감잎을 말려 뜨거운 물을 부었더니 곱게 노란색이 우러났고 맛은 상큼했습니다.
이렇게 느긋하고 즐겁게 지내다 보니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예까지 온 김에 들러보자는 생각으로 바로 옆에 있는 최참판댁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은 모내기를 하고 있는 악양 들판에 눈길을 많이 줬습니다. 들판 한가운데 부부송은 그대로였고 동정호는 손질이 많이 돼 있었습니다.
모내기가 한창이던 악양 들판. 부부송이 보입니다. /임홍길 선배 사진.
별당 마루에서 가야금 타는 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었고요, 사랑채에서는 최참판으로 분장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아예 매표소 바로 옆에 있는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 커다란 할매나무 아래에서 한 시간 내내 시원한 바람을 쐬다 오기도 했습니다. 느긋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한 나절을 보낸 셈이지요.
돌아올 때는 하동명품센터에 들렀습니다. 하동읍 화심마을 옛 흥룡초등학교 자리에 지어져 2009년 4월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뭐 별 것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들어갔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가짓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으나(그렇다고 적지도 않았는데) 하동에서 나는 갖은 농·특산물이 제대로 잘 전시돼 있었습니다. 영농조합법인인 슬로푸드 하동유통사업단이 운영하는 이 매장에는 배·차·산나물·매실·재첩·장류·다기 등 농산물과 특산물 그리고 가공품이 나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물건들을 사는 바람에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습지요. 이렇게 해서 경남도민일보 앞에 돌아왔을 때 시계는 6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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