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에 가서 소원을 빌었다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저는 그 빌었던 바가 성불(成佛)을 하게 해 달라거나 제대로 된 인간이 되게 해 달라거나 하는 따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사실 그런 내용은 부처님(사실은 부처 모습을 한 돌이나 쇠나 나무) 앞에서 빈다고 이뤄지는 바가 아니고, 스스로 피나게 뼈저리게 애를 쓰고 거듭 나야 이룩할 수 있는 것들일 따름입니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된 인간이 되거나 견성이라도 하면 욕심에서 그만큼 멀어지기도 하고요.

대신 사람들이 절간에 가서 이뤄달라고 비는 소원은 대부분 욕심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거나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해달라거나 좋은 짝 만나 결혼하게 해달라거나 공기업·대기업에 취직하게 해달라거나.

또는 사업 번창하게 해달라거나 남편을 비롯한 가족 출세하게 해달라거나 공부 잘하게 해달라거나……. 이밖에 질병을 낫게 해달라거나 건강하게 해달라거나 하는 따위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같은 욕심이라 해도 앞에 말씀드린 욕심과는 어쩌면 조금 달라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앞에 욕심은 좀더 갖게 해달라는 것으로 탐욕이랄 수도 있고요, 뒤에 욕심은 남들만큼은 갖게 해달라는 것으로 요구의 최소한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또한 사람이 나서서 하는 작위적·인위적 구분일 뿐 크게 보면 다르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건강하고 자기(또는 자기 식구)만 건강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은 모두 질병에 걸리지 않고 자기만 질병에 걸릴까요? 치료원에 가면 차고 넘치는 것이 아픈 사람이고 공동묘지에 가면 차고 넘치는 것이 죽은 사람들의 무덤입니다.

자기 건강을 위해 할만큼 해보는 노력이 중요하고 자기 질병의 치료를 위해 하는 만큼 해보는 노력이 중요하지 건강하게 해달라 질병을 낫게 해달라 하는 기도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른바 부처님 가피를 입고 부처님 영험이 있어서 그리 된다 해도 말씀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절간이 소원 성취 장사를 그만 때려치우면 좋겠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밀양 어느 절간에 갔는데 거기 담벼락 펼침막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1일 연등 3만원, 1년 연등 5만원.' 그야말로 탁월한 장삿속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당신을 장사 밑천으로 삼아라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 가르침의 핵심은 깜냥 모자라는 제가 알아듣기로는 '있는 그대로'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는 그대로 하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와 그 가르침을 장사 밑천으로 삼는 바탕은 욕심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것 또한 욕심이 바탕입니다. 절간 사람들의 욕심이 세상 사람들의 욕심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이번에 스님들 도박 사건이 터졌을 때 저는 그것이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옛날부터 있어온, 스님들의 그렇고 그런 행동들이 다만 세상에 드러나 보였을 뿐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조계종 총무원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스님이 이런 도박을 두고 말한 바 "세상과 떨어져 있는 스님들의 일상적인 문화"라고 한 규정은 새삼스러운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 일상적인 놀이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부처의 장사 밑천화(化)'라는 생각이 들기 해줬기 때문입니다.

옛날 어느 기자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한 절간에 취재를 갔는데 주지 스님이 불전함에서 지폐를 한 움큼 쥐어서 주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기자는 당연히 그 돈을 받지 않았지만, 그와 관계없이 스님들(절간 사람들)이 이래저래 누리는 바의 근원이 바로 세상 사람들의 욕심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절간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맞물려 돌아가나 봅니다. 절간 사람들의 욕심과 세상 사람들의 욕심도 이렇게 맞물려 돌아가나 봅니다. 버리고 버릴수록 없애고 없앨수록 좋은 욕심이 천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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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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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choch1004/ 맛돌이 2012.05.29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등을 장사 밑천으로 생각하는 건
    바로잡아야하지 않을까요.

  2. ㅎㅎ 2012.05.29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 건강을 위해 할만큼 해보는 노력이 중요하고 자기 질병의 치료를 위해 하는 만큼 해보는 노력이 중요하지 건강하게 해달라 질병을 낫게 해달라 하는 기도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글쓴이의 말에 그저 웃지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2.05.30 1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이 웃으시면 됩니다. 문득 옛날 구봉서 배삼룡 이기동이 나오던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가 생각나네요. 엠비씨였는지 몰라......

      태도를 이렇게 하시면,,, 무슨 토론이나 의견 교환이 있을 수 있을까요..........

  3. 핫토리 2012.05.29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제 부모님 따라 절에 갔다 왔는데 연등 하나에 만원하는데 더 가관은 연등 신청말구 등 켜는 초 가격도 따로 받더군요. 한개에 천원.. 초등학생 수준의 연등도 그런데 초 가격도 천원을 받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부모님 따라간거라 뭐라하지도 못하고 그냥 일년에 한번 가는 것 어머니 마음이라도 편안해 지시라고 하고는 왔는데 교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 같아요..

  4. 양지영 2012.05.31 1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주완기자님 티스토리 초대장 부탁드립니다.
    hochit@hanmail.net

  5. 이다은 2012.08.02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찬성이고,,, 용기를 내야 합니다. 한말씀 보태지요.
    불교티비에 출연(?) 중이신 스님이시온데,, 근처에 오신다고 하시길래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대서 그리하고 날짜를 기다렸다가 만나뵈었습니다. 수중에 7만원을 준비하여 갔지요. 5만원은 스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불전함에 넣을 요량으로,, 2만원은 여차하면 필요하지 싶어서. 스님 얼굴도 뵙기전에 10만원을 미리 내라고 하더군요. 그냥 나와버릴려다가... 5만원을 내고 5만원은 집에가서 즉시 송금하겠다고 하였습니다.(그냥 나왔어야 했는데.. 두고두고 후회..) 30분쯤 후에 스님을 소위 접견을 하게되었는데,,, 무덕대고 사주(생년월일시)부터 불러보라 하셨습니다. 약 30분여간 대화를 나누고 나왔습니다. 결론은,,, 저도 책보고 볼줄 아는 정도의 정해진 상식(사주에 나와있는..)을 알려주는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본전생각이 나던지요. 스님 사주보는 것이 값으로 메기면 한 2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 그냥 보통 흔히 듣는 수준이었어요. 무엇보다 저는 사주나부랭이를 들으러 간게 아니거든요..ㅠ 그리고,,그정도는 책사보면 다 나와 있는 수준. 그날이후 저는 그 스님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우리 부처님 팔아 장사하시지 마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존귀하신 스님을 뵈오러 가는데 설마하니 빈손으로 가는 사람 거의 없구요,,, 또 10만원이 접견비용이면 사전에 그렇다고 말을 해 주어야 응당하구요,,, 무엇보다 접견비로 10만원 씩이나 받으셨으면 최소한 5만원어치는 값을 해 주셔야 하는...ㅠㅠ. 길바닥에 널린 무당집을 찾아가도 들을 수 있는 내용인 것에 허탈함이 있었습니다.(참고로 나머지 5만원은 약속이니 송금해 드렸습니다) 이렇듯 스님 개인을 찾아뵙는 비용이 이렇듯 비싸서야 돈없는 사람은 종교나 가지겠나..생각이 듭니다. 부처님전에 공양은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런것도 공양인가..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양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이웃도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훌륭하신 스님들도 많으실텐데... 생각하면서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