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두관, 큰 일 할 인물일까 큰 일 낼 인물일까

김훤주 2012. 5. 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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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짓말쟁이가 된 김두관 도지사

5월 10일치 <한겨레>가 머리기사에서 김두관 도지사가 7월 1일 대권 도전 선언을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제가 집에서 받아보는 <한겨레>에는 이런 보도가 없었지만 서울에 뿌려진 <한겨레>에는 그렇게 돼 있나 봅니다. 이로써 김두관 도지사는 자기가 경남 유권자에게 한 약속을 완벽하게 어기고 말았습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후보 시절 "당선된다면 임기 동안 무소속으로 남아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했는데 2012년 2월 민주통합당에 들어가면서 자기 약속의 절반을 어겼고 이번에 도지사직을 버리고 대선 후보로 나섬으로써 자기 약속을 통째로 어기게 됐습니다.

(제가 앞에 쓴 글 '김두관 선수를 향한 마지막 바람'에서 "김두관 선수는 후보 시절에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는 제 착각이었습니다. 충분하게 찾아보지 못한 잘못이 있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서울에 뿌려진 5월 10일치 한겨레 1면. 7판이네요.

경남에 뿌려진 같은 날짜 한겨레 1면. 3판이네요.


김두관 도지사 이런 움직임에 대한 비판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김두관 도지사가 중도사퇴하면 학교 급식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더이상 진전이 없으리라고 말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두관 도지사가 중도 사퇴하면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비(非)새누리당 도지사는 있을 수 없게 된다면서 김두관 도지사 지금 움직임을 비판하는 이들은 더욱 많습니다. 새누리당이 지역 권력을 독점하는 지역 정치의 퇴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2010년 선거 당시 김두관 후보 개인과 그 진영만의 힘으로는 김두관 후보를 도지사에 당선시킬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김두관 도지사가 당시 야권 단일 후보가 아니었다면, 서울-중앙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해도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한테 이길 수가 없었다는 말씀입니다.


이달곤 후보는 갑작스레 나온 후보답게 지역 실정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처음부터 끝까지 '어리버리' 선거운동을 하고 뻣뻣하게 굴고 자기 학력이나 경력만 내세워 보이고 했는데도 46.5% 득표를 한 반면, 김두관 쪽은 있는 힘껏 했는데도 53.5%밖에 표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김두관 도지사의 '임기 동안 도정 전념'은 본인의 권리라기보다는 경남 유권자에 대한 본인의 의무인 측면이 더 셉니다. 그런데도 김두관 도지사는 대선 출마를 위해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도지사직을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2010년 도지사 선거에서 힘을 보탠 세력 가운데 적어도 중요한 몇몇 집단이나 정당으로부터는 적극적인 지지나 동의를 얻어야 도지사직을 중도사퇴하고 대선에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기 안방에서조차 초라한 성적을 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 그렇게 안 봤는데 김두관도 '치고 빠지기'의 달인


김두관 도지사는 당선된 뒤에는 '임기 동안'이라는 말은 쏙 빼버린 채 "도정에 전념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이는 "임기 동안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말과는 뜻이 달라집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이렇게 말을 바꿨습니다.

2010년 도지사 선거 당시 블로거 간담회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말 바꾸기는 행동 바꾸기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지금은) 도정에 전념하지만 (앞으로) 가능성은 열어둔다"였습니다만 갈수록 달라졌습니다. 먼저 김두관 도지사는 도정에 전념하지 않았습니다. 자기자신의 철학과 역정을 담은 책을 집필하고 있다는데 이는 대필이 아니라면 도정 전념과 병행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가능성을 열어두는 정도를 넘어서 나아갔습니다. 전에는 기회가 주어지면 또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나가보겠다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자신이 스스로 나서서 가능하지도 않은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말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면서 김두관 도지사는 보도 매체를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감각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올 3월에 <주간 조선>의 김두관 관련 보도는 모두 팩트입니다.


그런데도 김두관 도지사는 당시 이를 부인했습니다. 그렇다고 <주간 조선>에 항의하고 정정해 달라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이로 말미암은 다른 매체들의 인터뷰나 취재 요청에는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터뷰에 나와서는 대충 이런 식입니다. "<주간 조선>의 소설이다. 사석에서 사견을 비보도 전제로 한 얘기다. <주간 조선>을 때려주고 싶다." 이로써 김두관 도지사는 <주간 조선> 보도 내용의 확대재생산을 적극 거들면서 본인 홍보도 기막히게 한 셈입니다.


3. 인지도를 얻고 진정성은 버린 김두관


김두관 도지사는 인지도가 진정성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바탕은 제가 보기에 '조바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지금 도지사 노릇을 잘해서 다음에 도지사에 재선된다면 저절로 대권 후보가 될 텐데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2010년 5월 김두관 도지사 후보 등록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물론 김두관 도지사가 인지도를 중요하게 여길 근거는 있습니다. 2010년 도지사 선거에서 인지도가 나름 구실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농촌 어르신들도 '이번에는 김두관이 돼야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김두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김두관 도지사가 태어났습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알려진대로 남해군수를 두 번 하고 나서 국회의원 선거에 세 차례 나서 모두 떨어졌고 도지사 선거에서도 두 차례 낙선한 뒤 세 번째 출마에서 당선됐습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 나섬으로써 인지도를 얻었고 지역 유권자들의 '동정'도 샀습니다.


그러나 인지도만으로는 김두관 도지사가 당선될 수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김두관 도지사의 진정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저는 봅니다. 여섯 차례에 걸친 국회의원·도지사 도전에서 김두관 선수가 야권과 여권을 오락가락하며 나섰다면 2010년 선거에서 크게 작용한 '동정표'가 김두관 후보에게 주어질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4. 진정성 없이도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도지사 선거보다 더 크고 중요한 대통령 선거에서는 야권의 경우 후보의 진정성이 더욱 크고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여권이야 똘똘 뭉쳐진 고정표로도 당선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만 야권은 흩어져 있는 민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당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선된 뒤 시민사회단체 사람들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흩어져 있는 민심을 모으는 중요한 바탕 가운데 하나가 후보의 진정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김두관 도지사는 자기가 한 약속을 뒤집고 이를 위해 이리저리 말과 행동을 바꾸지 않고서는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이로써 진정성을 잃었습니다.


김두관 도지사한테 주어진 이미지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다른 정치인과는 다르다'였습니다. 이 '다름'이 저는 '한결같음'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한결같음'이 사라졌습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이제 '다른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김두관 도지사를 일러 '리틀 노무현'이라고도 하지만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실리를 놓치더라도 진정성만큼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약속은 지킨다는 원칙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인지도를 얻고 지지도를 얻어서 결국에는 대통령에 당선까지 됐습니다.


(물론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을 버리고 서울로 선거구를 옮겨 처음은 낙선하고 다음에는 당선된 사실을 두고 진정성을 버렸다는 주장이 한편에 있었지만 나중에 서울서 얻은 현역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다시 부산에 출마함으로써 그리고 장렬하게 낙선함으로써 이를 반전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아내와 함게 투표하는 김두관 도지사.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제 김두관 도지사의 장점은 '생김새'밖에 없습니다. 관인후덕해 보이는 '얼굴'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다른 후보와 차별되는 정책도 없고 노무현을 뛰어넘는 전망도 없습니다. 지난 2년 도정에서 경남과 전국 유권자에게 뚜렷하게 인상에 남을 만한 일도 못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려면 경남과 부산에서 나름 의미있는 득표를 해야 하는데, 김두관 도지사가 대선에 나설 경우는 그렇게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김두관 도지사의 어지러운 말과 행동 탓에 경남 민심은 이미 많이 돌아섰다고 저는 봅니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대선 '필패' 카드를 하나 더 손에 쥐었을 따름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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