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노무현을 넘지 못하는 노무현 사람들

김훤주 2012. 5.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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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가신 지가 벌써 3년이 됐습니다. 2009년 5월 23일 새벽 그이는 김해 진영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 올라가 몸을 던지셨지요.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극을 안긴 세력은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압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그 세력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해야 마땅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노무현 대통령을 지금 사람들이 뛰어넘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에 미치지 못하거나 노무현 대통령처럼 해서는 그이를 괴롭힌 세력을 제압할 수 없겠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세상에서 '친노'라고 이르는 '노무현 사람들'이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그이에 대해 주로 비판적이었습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점이나 장점도 많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약점이나 단점도 많았습니다. 한쪽에서는 시대의 용단이라 했던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과 단일화도 다른 쪽에서 보자면 기준이 뚜렷하지 못한 야합일 수 있는 것처럼 말씀입니다.

5월 16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심포지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사진.


그이는 지역주의 극복을 으뜸 과제로 꼽았지만 그것이 으뜸 과제라고 보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계급 문제 해결, 그러니까 자본의 노동 지배와 착취 해소를 여전히 으뜸 과제로 꼽는 사람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통일지상주의도 여러 사람들 머리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정책 영역에 들어서면 더욱 뚜렷합니다. 제주도 강정 마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해군기지 문제가 있습니다. 한미FTA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그이들 당시 가치 판단에 따라 시작됐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그이 집권 시절 더욱 커졌습니다.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관통도 백지화를 공약해 놓고는 밀어붙이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노무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고 따라서 뛰어넘을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노무현 사람들은 노무현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경남이나 부산에서는 그렇습니다. 어쩌면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듯하기도 하고 때로는 노무현에 미치지도 못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먼저 문재인 선수입니다. 제가 창원지방법원을 출입할 때 사건 관련으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아주 젊잖고 합리적이며 태도가 여유로워 좋은 인상을 받았더랬습니다. 그런 모습은 지금도 여전하겠지요.


문재인은 이번 제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이 선거구 선택이 문제라고 다들 말합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같은 민주통합당으로 같은 부산에 출마했던 문성근·김정길 후보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실은 부산 행정의 중심인 연제구에 나와 부산 선거 판세 전체를 이끌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제구는 부산시청이 있고 법원과 검찰청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상구를 골라잡은 속사정은 무엇일까요? 역대 선거에서 새누리당 지지세가 세고 민주통합당이 약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나은 사상구를 골랐다는 얘기입니다.


정확한 확인은 어렵겠지만 노무현이면 그렇게 하지 않았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여깁니다. 게다가 문재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경남의 경우 같은 '친노'가 출마한 양산.김해까지만 지원 유세를 했습니다. 일정이 바빠서였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이 또한 노무현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는 대목입니다.


경남 지역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친노-비노 이런 식으로 구분하는 데 불만이 있지만 이는 명백하게 친노 챙기기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했어도 결과를 뒤집는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겠지만, 문재인의 사람을 품는 도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여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4월 1일 민간인 불법사찰의 80%가 참여정부 당시 이뤄졌다는 청와대 주장을 두고 김해 내동 한 카페에서 김경수 후보와 함께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문재인. 김경수 후보 어깨띠에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뉴시스 사진.


다음은 김해을 선거구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온 김경수 후보입니다. 김경수 후보 또한 인상이 아주 좋고 말도 신중하게 하고 사람을 마주하는 태도가 겸손할 뿐 아니라 상대 말을 귀담아 들을 줄도 아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여태 살아온 이력도 깨끗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김경수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사실만 줄기차게 내세워 아쉬웠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김해을에 노무현 대통령이 태어난 봉하마을을 포함하고 있다는 데 착안한 전술이지만 그렇다 해도 후보 자신만의 알맹이가 모자랐거나 없었다는 비판을 넘어서기는 어렵습니다.


양산에서 출마한 송인배 후보도 노무현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송인배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사회 생활을 배우고 정치를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을 마친 뒤 노무현을 가까이에서 수행하며 그렇게 배웠다고 했습니다.


송인배 후보가 노무현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까닭은 지역균형발전정책에 대한 본인의 발언에 있습니다. 알려진대로 지역균형발전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에 대한 생각이 제대로 반영된 작품이었습니다. 수도권에 뒤지지 않게 비수도권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뜻입니다.

3월 31일 진행된 블로거 합동 인터뷰에서 송인배 후보는 이 정책의 물적 토대가 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종부세는 수도권 땅부자들에게서 걷어서 전액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교부금으로 가게 돼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종부세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비수도권으로 가는 교부금이 크게 줄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계승하지 않고 말아먹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지역 주민들한테 먹히지 않은 까닭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 때도 했고 지금도 저는 합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돈=종부세 교부금이 지역 주민 장삼이사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대부분 그런 돈은 토목·건축 이런 데에 쓰이게 돼 있었고 그것은 지역 토호들 배불리는 데에 주로 이바지를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은 반쪽짜리였던 것입니다. 이를 돌이켜보면서 노무현 정부 정책의 한계를 짚어보고 그 한계를 넘어서 지역 주민들한테 바로 도움이 되고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는 물었습니다.

4월 6일 양산을 찾아 송인배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뉴시스 사진.


송인배 후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방자치가 잘 되면 되겠지요." 저는 만병통치 처방 같은 이 답을 듣고 맥이 빠졌습니다. 동문서답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종부세 교부금을 중앙정부가 주는 까닭이 지방자치가 잘 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어떻든 지역균형발전이 되도록 한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또 송인배 후보의 말을 뒤집으면, 지방자치가 잘 되지 않는 자치단체에서는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자백이 됩니다. 송인배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내세운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까뭉갠 데 대해 열을 올려 비판할 뿐 그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고 문제를 어떻게 없앨지까지는 생각이 나가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틀 노무현'이라고 일컬어지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대해 한 마디 하겠습니다. 경향신문 보도를 따르면 김두관 선수는 자기가 이번에 내려는 책에서 필요한 것은 노무현 '포스트'가 아니라 노무현 '비욘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치 <경남도민일보> 3면에 실린 기사 '4대강.FTA로 벌어진 틈, 대선 출마설에 쩍'을 보면 김두관 지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를 보면 김두관 도지사는 노무현 '포스트'일 뿐 노무현 '비욘드'는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김 지사가 지난 10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미FTA 폐기론자는 한미 동맹과 상관없는 이슈라고 주장하지만 별로 와 닿지 않는 얘기다. 대한민국 처지에서는 미국을 빼고 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들(한미FTA저지 경남운동본부)은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김 지사가 보여준 한미 동맹관과 한미FTA에 대한 입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김 지사가 한미FTA를 폐기하지 않고 독소조항을 수정하겠다고 하지만 '한미 동맹이 대단히 중요하고 미국을 빼놓고 무엇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과연 미국이 반대하는 한미FTA 재개정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5월 1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시도지사 민생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김두관 지사. 뉴시스 사진.


저도 생각이 비슷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한 배경도 김두관 지사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저는 압니다. 한미FTA가 최선이라서 한다기보다는 한미FTA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다는 생각이 기본 바탕이었다고 말입니다. 미국 중심, 미국의 금융투기자본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동영 선수가 돋보입니다. 정동영은 미국에서 월가에서 금융투기자본이 2009년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이것은 아니다"라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정동영 선수가 한미FTA를 찬성한 지난날을 반성하고 반대로 돌아선 기본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정동영은 미국과 미국 금융투기자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미FTA를 하면 결국은 패망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미국 중심인 세상에서 처지지 않으려면 한미FTA를 할 수밖에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정동영은 뛰어넘었습니다.

그런데 김두관 도지사가 뒤늦게 이렇게 태도를 밝혔다니 저는 차라리 믿기지가 않습니다. 2008년 이전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상황 인식을, 4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새삼스레 얘기하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태도로는 미국 지배집단의 의도나 생각 바깥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겠다고 저는 여깁니다.

노무현 사람들은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역사에서 더 크게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도 노무현 사람들은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런데 노무현 사람들을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정치를 너무 모르기 때문일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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