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양요 때 강화도에서 약탈됐던 외규장각 도서가 5월 돌아온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 인천의 강화도 일대에서 '외규장각 의궤 귀환 환영대회'가 크게 열렸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빼앗아간 책들도 일부가 곧 돌아올 모양입니다. 6월10일 한일도서협정이 효력을 발생한 데 따라 한반도 약탈 도서 105가지 1205권을 일본이 앞으로 여섯 달 안에 돌려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쩌면 당연하기만 한 이런 일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안팎으로 돌아봐졌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 '환지본처(還至本處)'가 떠올랐습니다.

1. 돌려 받아야 할 문화재도 많지만

우리 스스로는 역지사지와 환지본처를 하지 않으면서 일본과 프랑스 등에만 역지사지와 환지본처를 요구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사 당일 이명박 대통령 모습. 청와대 제공.


우리 문화재를 가져간 나라에서는 '당신네 문화재가 지금 자리에 있어도 가치가 있다', '당신네는 보존 능력이 아직 안 된다', '지금 여기가 보관은 물론 연구 전시에도 낫다' 따위로 돌려주지 않는 스스로를 합리화해 왔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 같은 논리를 들이대는 일본이나 프랑스나 영국 등에 대해 '문화재는 만들어진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온전하게 빛난다'는 원칙을 되풀이 강조하면서 반환을 위해 애써 왔습니다.  

아직 돌려받아야 할 문화재가 많고 이 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행사에서 "빼앗긴 문화재를 다시 찾아오고 역사를 복원하는 일에 함께 노력하자"고 말한 까닭도 이런 데에 있을 것입니다.

2. 일본이 원폭 피해 보상 요구 미국에 하면서 우리에게는 입닦아버리면?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우리 생각만 하고 남은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 또는 정부의 낮은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언사입니다. 우리에게는 남에게서 빼앗아온 문화재가 전혀 없기만 할까요?

가면. 출처 : 누란(樓蘭).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번호 본관-004138-000.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 봅니다. 일본이 1945년 8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말미암은 손해배상을 미국에 요구하면서 우리나라나 중국에 끼친 해코지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나 중국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는 투르판 등 중앙아시아에서 출토된 목걸이 벽돌 동전 조각품 불상 항아리 바구니 벽화 인형 따위가 꽤 많습니다. 해당 나라에 돌아가면 대부분이 국보급 유물이라고 합니다.

이를 알고 있는 중앙아시아 나라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행사 이런 발언을 들으면 무슨 생각을 했겠을까요? '힘으로 빼앗긴 문화재 힘으로 되찾았으니 우리더러도 힘을 길러 되찾으라는 말이냐?' 아닐까 싶습니다만. 

참 이명박스럽습니다. "145년 전인 1866년 힘에 의해 빼앗겼던 소중한 문화재, 세계적인 문화재가 오늘 평화스럽게 협상을 통해 돌아온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우리 국력과 대한민국 국민의 열정 덕분에 돌아오게 됐음을 깨닫고 국민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린다."  

3. 우리한테 있는 약탈 문화재부터 반환해야


연꽃에서 태어나는 모습. 투르판에서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번호 본관-004154-000.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중앙아시아 문화재가 있게 된 까닭은, 일제 강점기 일본 사람이 거기서 약탈해 온 것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보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1909년 창경궁 제실박물관으로 문을 열어 일제 강점기인 1915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또는 우리 겨레가 마치 줄곧 약탈만 당해온 것처럼 알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인식과는 다른 대목입니다. 그렇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고고학이나 역사학 같은 관련 학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합니다.

약탈당한 사람이 약탈한 사람에게 약탈해 간 물건을 내놓으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약탈당한 사람이 다른 한편에서는 약탈을 저지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 약탈당한 우리가 중앙아시아에 대해서는 약탈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마냥 약탈당한 피해자이기만 한 것처럼 굴면 안 됩니다. 우리가 약탈하기도 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처지를 바꿔 생각하고(易地思之) 원래 자리로 돌릴(還至本處) 수 있습니다.

여인 인형.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번호 용산-000127-000. 투르판 아스타나/카라호자 출토.


어쩌면 그렇게 해야 우리 문화재를 약탈해 간 나라들에 대한 반환 요구를 더욱 떳떳하게 힘차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약탈해 온 문화재를 모두 돌려줬는데 너희는 왜 내놓지 않느냐?"고 따질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노릇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따위 책임있는 기관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로지 스님 한 분이 하고 있습니다. 오타니 컬렉션 반환 추진위원회(cafe.daum.net/wisdommoon)가 그것입니다. 초라한 우리나라의, 남루한 욕심입니다. 

※ <미디어스>에 6월 14일 실었던 글을 조금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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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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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가 약탈? 2011.06.20 16: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약탈을 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요?

    혹여, 우리가 그들 나라를 쳐들어간 적이라도 있었나요?
    아님, 그들로부터 돈주고 사온 걸 얘기하는 건가요? (그렇담, 그건 약탈이랄 수 없고, 다른 표현을 써야하는 거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가 약탈했다는 게 어떤 건질 모르겠군요.
    혹시나, 우리땅에서 다른 나라 물품이 출토된 걸 가지고 잘 못 말씀하신 건 아닌지?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1.06.20 17: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박물관이었고 여기에 1920년대(제가 알기로는) 중앙아시아를 다녀온 오타니 탐험대가 거기서 가져온(약탈해온) 유물을 남겼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는 약탈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는 조선이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대일본제국'의 일원이었습니다. 특히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볼 때는, 조선과 일본을 구분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논리나 현실로 따져보더라도, 일본 또는 일본 사람이 당시 약탈한 것을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하는 까닭은 더더욱 없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다는 자체는, 일본의 약탈 행위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프랑스나 일본이나 미국이나 영국을 향해 우리에게서 약탈해 간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낯짝 두꺼운 짓거리'밖에 안 되지 않을까요?

      제가 이러면 좀 주제넘은 짓일 수도 있는데요, 제 글을 읽으시고 다른 궁금증이 생기시거든, 이를테면 '오타니 컬렉션' 같은 낱말로 검색을 하셔 보든지 해서 알아보는 방법도 있을 텐데, 저더러 다 내놓으라시니 힘에 좀 부치기는 하네요^^

    • 음... 그렇군요. 2011.06.20 2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치만, 제가 기분 좀 상했던 건(?),
      약탈햇다는 주체를 우리가..
      아니, 비록 일제강점기시대였긴 하지만,
      (댓글에서도 좀.. 그렇게 읽히는 데)
      그들과 우리를 하나(?)로 보시는 것 같은 시각 때문이었거든요~

      고 부분만 좀 달리 표현하셨더라면,
      극력 동감을 표했을텐데.. ㅎㅎㅎ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1.06.21 1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잘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blog.daum.net/sergejaewon SnJ 2011.06.20 1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랑스나 일본이 했던 것처럼 '무력과 강제'로 약탈을 했다면 당연지사 절차를 거쳐 돌려줘야 하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윗분 말씀대로 일단 사실규명을 먼저 하고 신중하게 반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내 나라가 프랑스처럼 약탈문화재로 생색내는 후안무치 국가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1.06.20 17: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조금 다른 맥락입니다만, 일제 강점기 일본 주도로 이뤄진 약탈입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사람)의 관점입니다. 그이들에게는 일본과 조선이 별개로 구분되는 존재가 아니었겠지요. 실제로도,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 국립 박물관과 조선에 경성에 있는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별개라고 볼 수는 없기도 할 것입니다.

  3. 붕붕 2011.06.20 2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제강점기라면 우리나라가 국권을 피탈당했을 때인데, 중앙아시아가 우리와 일본사람을 구별못한다는것은 그들이 잘못 이해했을 뿐 우리는 일본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인도 되고, 일본사람도 되는것입니까?

    우리는 이른바"황국신민"이 아닙니다.

    약탈은 일제가 했고, 우리는 혼돈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그 문제가 다뤄지지 못한것이겠지요. 그런 유물이 있다는건 오늘 님의 글을 보고 처음 알아서 유익했습니다.

    과거가 그랬다면 앞으로가 문제인데, 이번 유물반환을 계기로 그 부분도 이슈화됬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1.06.21 1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제가 알기로, 오타니 탐험대에 '조선 사람'이 포함돼 있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제 말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당시 대일본제국의 국경 안에는 조선반도가 들어 있었습니다. 당대를 살았던 조선 사람이 스스로를 조선 사람이라고 생각했든 하지 않았든, 제3자가 볼 때는 일본 사람이었습니다.
      오키나와가 오랫동안 독립된 왕국으로 유지돼 오다가 1870년대인가 일본에 흡수됐습니다. 우리가 보통 이 오키나와 사람을 일본 사람과 구분해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립 중앙 박물관의 전신인 조선총독부 박물관은 일제 강점기에는 당연히 일본의 통치기구였고, 거기서 일한 조선 사람도, 그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서, 당연히 일본이라는 국가의 통치를 대리하는 직분이었고요. 그러니까 거기에 약탈해 온 중앙아시아 문화재를 보관했다는 사실 자체가 약탈에 대한 동참이 되고 약탈을 완성하는 일부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4. 학생 2011.06.21 0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빼앗긴 문화재를 다시 찾아오고 역사를 복원하는 일에 함께 노력하자'라는 발언이 '힘으로 빼앗긴 문화재를 힘으로 되찾자'가 되는건가요? 기자님 블로그를 구글을 통해 항상 애독하고 있습니다만 가끔씩 이명박 대통령이 연관되는 글에선 너무 말꼬리잡기식 '까기'가 많아 읽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꼭 조선일보 데칼코마니 같네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1.06.21 1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빼앗긴 문화재를 다시 찾아오고 역사를 복원하는 일에 함께 노력하자"는 말은 이명박 아니라 그 형이나 아버지가 했어도 옳은 말이지요.
      제가 짚은 부분은 이 글에서 제가 끌어다 썼는데요, "우리 국력...... 덕분에 돌아오게 됐음을 깨닫고"입니다. 국력으로 돌려받았다는 셈이니, 이를테면 이른바 국력이라는 것이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돌려받을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라는 꼴이 된다는 얘기입지요.
      어쨌거나, 제 원래 취지가 달리 읽히지 않도록 표현에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5. 학생2 2011.06.21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뭐 약탈이 되었든 그것이 아니든 원래 우리나라의 문화재가 아니라 주인이 다른나라 것이라면 어떠한 형태로든 돌려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6. 희소 2011.09.06 2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걱정안해도 될겁니다. 역사적으로 생각해봐도 우리는 약탈 문화 자체가 없습니다. 사신의 조공이나 거래로 들어온것이라면 모를까.. 온 나라를 뒤져서 아무리 조사해봐도 그런걸 찾아 볼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타국의 문화재가 있다해도 우리한테는 사실상 거의 가치가 없는것들만 소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재 반환의 주체는 당사자에게 있다는걸 똑바로 알아야 됩니다. 중앙아시아의 어느 국가든 달라고 제스처를 해야됩니다. 우리한테 한적도 없고, 만약 한다면 우리 양심에 그냥 넘기지는 않을것으로 추측됩니다. 그에 반해 우리의 손실은 양과 질적으로 어마어마 하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달라고 하는데도 줘야될 쪽이 거부하는겁니다. 상황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니 마음껏 피해자 노릇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