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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사람이야기

송미영 이야기(11)다시 잡은 가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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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씨가 가야금을 다시 잡았다. 지난 3일 옛 스승이었던 조순자 가곡전수관장으로부터 호통을 들었던 바로 그날 저녁부터였다. 조 관장은 "너 가야금 줄이 그게 뭐냐? 신문에 난 (가야금) 사진 보니 기가 막히더라. 내가 어떻게 가르쳤어? 가야금 줄 항상 가지런히 매어 놓는 것부터 가르쳤지?"라고 나무랐다.

그날 밤 식당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벽에 걸려 있던 가야금을 내렸다. 한 때 고급 한정식 집에서 그녀가 가야금을 배웠다는 말을 듣고 "손님들 앞에서 한복 입고 가야금 연주를 해주면 돈을 많이 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단번에 거절했던 미영 씨였다. "그건 제게 가야금을 배워준 선생님에 대한 모독이잖아요."

그녀는 흐트러진 채 방채해뒀던 가야금 줄을 다시 맸다. 그러나 두 대의 가야금 중 정악가야금은 수리점에 보내야 했다. 그 날부터 다시 가야금 공부가 시작됐다.

"사실 언젠가는 (조순자) 선생님이 찾아오실 거라는 예감이 있었지만, 예감보다 훨씬 일찍 오셨어요. 하지만 하늘이 준 기회인데, 이걸 왜 마다하겠어요? 다시 선생님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만 해도 너무 행복해요."

퇴근 후 집에서 가야금 줄을 맞추고 있는 송미영 씨. 그의 표정에서 행복감이 묻어났다.


미영 씨는 그래서 동생 애영 씨의 남편 서 서방을 호호국수로 부르기로 했다. 국수 육수와 국밥 사골은 미영 씨가 준비해놓으면 된다.


"제가 지금와서 가야금을 배워 그쪽으로 성공을 바라는 건 아니예요. 그냥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죠. 단지 가야금이 좋고, 장구가 좋고,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선생님께 배우고 싶을 뿐이예요."

미영 씨는 오는 16일(목) 오후 7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2동에 있는 가곡전수관을 찾아갈 예정이다. 전수관 내 영송헌에 열리는 상설공연 '목요풍류'도 보고, 조순자 선생과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할 계획이다.

조순자 선생은 앞서 제자에게 "이제는 그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니라, 송미영 자신을 위해 살아라"고 충고한 바 있다.

"그래야지요. 호호국수를 시작한 것도 그럴려고 한 거예요. 엊그제 페이비(페이스북 창원시 그룹의 애칭) 사람들이 벽시계를 선물로 가져왔어요. 제 마음을 어떻게 알고 그걸 사오셨는지…. (벽의 시계를 바라보며) 저 시계가 걸린 바로 그 순간부터 '아, 지금부터 송미영의 시간이 돌아간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페이스북 창원시그룹(페이비) 회원들이 선물한 벽시계.


이제 이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때가 됐다. 그동안 많은 독자들로부터 과분한 관심과 함께 "미영 씨의 삶을 보면서 작은 고생에도 힘들어하는 나를 반성하게 됐다"거나 "내 삶에 위안을 받았다"는 격려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연재가 길다"거나, "고난으로 점철된 한 개인의 인생사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읽기가 불편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또한 글을 쓰는 기자로선 고마운 피드백이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미영 씨로부터 "이렇게 한 번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조순자 관장의 말이다. "미영이를 만나고 돌아온 뒤, 다시 찬찬히 연재된 글을 읽으면서 사실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이렇게 세세한 과거사가 신문에 공개되는 게 어쩌면 그 아이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걸었죠. 그런데 미영이가 너무 밝은 목소리로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하며 오히려 저를 안심시키려는 거예요. 참, 다행입니다. 다행이예요."

천상 스승과 제자다.

글을 쓴 기자 역시 취재하고 연재하는 내내 행복했다. 조순자 관장이 공언했던대로 한복을 고이 차려입고 단아한 모습으로 목요풍류 무대에 선 송미영 씨의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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