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김해 을 보궐선거 한나라당 후보가 4월 1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찾아 큰절을 올렸습니다. 깔끔하게 차려 입고서는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까지 만났더군요. 김태호 선거사무소에서 제공한 사진입니다.
거기에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저마다 판단할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김태호 선수가 노무현 선수를 향해 무슨 말들을 했었는지 한 번 짚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뒤지기는 했는데 그리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네요. 그냥 제가 찾은 만큼 있는 그대로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이에 대한 좋고 나쁨이라든지 판단은 또 제각각 읽으시는 분들의 몫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개판이고 김정일만 살판났다?
먼저 경남도민일보입니다. 2006년 5월 25일 함안 가야장터에서 도지사 선거 유세 도중에 한 발언이군요. 노무현 정부는 개판이고 국민들은 죽을판이라 했습니다. 모두 합해 오판이라는 것입니다.
김 후보는 "여러분 '오판'을 아십니까. 노무현 정부는 개판, 여당 국회의원은 싸움판, 국민들은 죽을판, 기업들은 미칠판, 김정일만 살판났습니다. 정치도 경제·교육·국방도 끝장났습니다. 이런 노 정부를 믿고 미래가 있습니까.
이념정쟁으로 허송세월 보내는 노 정부를 심판해야 합니다. 기호 2번을 찍어 경남에서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고 외쳤다. 유세 내용은 '노무현 정부 심판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렇게 듣기에 따라서는 상스러운 말을 마구 하면서도 입으로는 정책 선거를 말합니다. 경남도민일보 같은 기사에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어째 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막판으로 갈수록 네거티브 선거전이 되는 분위기다. 이날 마지막 토론회에서 또다른 비장의 카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후보는 "끝까지 정책 선거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이번 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지난 2년간 도정 수행 등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신뢰감을 보여줄 때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같은 경남도민일보입니다. 2006년 5월 29일치인데요 하루 전인 28일 진해와 김해와 창원 일대에서 벌어진 도지사 선거 유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는 낮 12시30분 김해시 삼방동 삼방시장에서 김해시민들을 상대로 유세를 펼쳤으며, 장유와 진해 경화시장 등으로 또 자리를 옮겨 어두워진 저녁에는 창원시내 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
김 후보는 유세에서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경제와 교육, 국방, 외교가 모두 펑크났다. 밑빠진 독이다"며 "이런 정권에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는 경남신문입니다. 같은 도지사 선거 유세 내용입니다. 이 정도면 듣기에 따라서는 젊잖다고 할 수 있을는지 어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는 30일 마산 중리농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고 마산 봉암공단협의회 사무실에서 중소기업인의 애로를 청취한 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능한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선택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노무현 정부를 좌파로 공격하기도
김태호 선수는 2009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난 뒤 한 열흘 지난 시점에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을 합니다. 이 때는 박연차 게이트 관련으로 김태호 선수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정치적 발언이라는 짐작이 많이들 나오곤 했습니다.
김태호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 시신이 안치돼 있던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조문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이는 그 때 "큰 어른이 세상을 떴다"고 했지 싶습니다.
어쨌거나 연합뉴스가 6월 3일 보도한 내용입니다. 좌파정권으로 노무현 정부를 규정하고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3일 오후 경남 마산체육관에서 열린 '상생과 공영을 위한 2009 민족통일 전국대회'에서 김태호 경남지사의 발언에 일부 참석자들이 항의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김 지사는 축사를 하면서 "지난 10년간 좌파정권(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결과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핵폭탄이 돼 돌아왔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핵무장에 나서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북한에 대해 원칙을 갖고 근본적인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현(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 기조는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김태호 당시 경남도지사 선수는 "좌파 정권 10년 동안 여러분 고생 많이 하셨다"는 말도 거침없이 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 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사과하라면서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북을 지원하고 햇볕정책을 했던 노무현이 좌파라면 김태호 본인은 무엇일까요? 제가 스스로 좌파이기도 하고 또 좌파가 무슨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규정한다면 김태호도 좌파입니다.
경남도지사로 있는 동안 통일 딸기다 뭐다 하면서 이북과 교류하고 이북에다 '퍼주기'를 했으니 말씀입니다. 이렇게 보면 김태호 선수가 어떤 소신보다는 기회를 찾아 출세를 찾아 인기를 따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물론 이런 정도 발언들이야 정치판 선거판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김태호 선수의 이번 노무현 묘소 참배는 자신의 과거 발언들과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김태호 선수가 참배와 더불어 자기 과거 발언을 사과하는 말을 한 마디 남겼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습니다. 그러나 김태호 선수가 그렇게 했다면 한나라당 지지표가 우수수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김태호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 이로써 그이의 줄타기와 눈치보기는 완성이 됐습니다.
박근혜계로 도지사 당선됐다는 김태호, 지금은 누구 계열일까
이렇게 뒤적이다 보니 2004년 서울신문 기사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 거창군수이던 김태호가 6·5 재·보궐선거에서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해입니다. 기사 가운데 몇몇 대목을 가져와 봅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또다시 앞세워 '6·5 지방 재·보선'에서 압승했다. ……특히 경남지사 후보공천은 박 대표의 당 개혁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재보선 공천심사위(위원장 맹형규)는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하순봉·이주영·김용균 전 의원 등을 배제하고 무명이나 다름없는 최연소 군수 출신인 40대 초반의 김태호 전 거창군수를 후보로 내세워 당선시켰다."
이런 사정으로 김태호 도지사는 그 뒤 줄곧 박근혜계로 분류가 됐는데요, 지금은 김태호 후보가 어느 계열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된 뒤 좀 바뀐 것 같다는 얘기도 있기는 하던데…….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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