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인공 습지가 부산 사람 식수 대안이 될까?

김훤주 2011. 4. 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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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물포럼 조직위원회(위원장 양운진 경남대 교수)가 주최하는 '한국 물정책 포럼/낙동강 포럼'이 3월 25일 100명남짓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22일 세계 물의 날 시작된 '제8회 경남 물포럼'의 다섯 포럼 가운데 마지막이었습니다.

이 포럼은 앞서 22일 '국제 빗물 포럼' '수돗물 포럼' '사막화 방지 포럼'과 24일 '습지·연안 포럼'보다 크게 관심을 끌었습니다. 경남이 우리나라서 처음 시도하는 '인공 습지 조성을 통한 상수원 확보'를 다뤘기 때문이지요.

남강댐 물을 상수원으로 삼겠다는 부산과 다른 방안을 찾아보자는 경남의 대립은 여전했습니다. 주제 발표는 말할 것도 없고 토론에 나선 이들까지 의견이 갈렸답니다.

경남쪽은 남강댐에는 부산에 줄 물이 없으니 대체 상수원으로 인공습지를 내세웠습니다. 부산쪽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부산에 줄 물이 남강댐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자고 했습니다.

이들은 4월 하순 부산서 남강댐 물이 얼마나 되는지 따지는 토론회를 양쪽이 참여한 가운데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늦었지만 이렇게 올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4월 하순 부산서 열릴 토론회를 연속선 위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은 것입니다.

아울러 인공습지를 비롯한 대체 상수원 다변화의 필요성에도 다들 나름 긍정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것은 진전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찬원 경남대학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삼아 진행된 이날 주제 발표에는 모두 4명이 나섰습니다.


먼저 나선 박재현 인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청정 상수원수 확보를 위한 공학적 방안'에서 "낙동강물에는 중·상류서 흘러든 미량 유해오염물질이 있지만 남강댐 물에는 없어서 부산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하지만 남강댐물을 부산으로 보내면 하류 유지유량 확보가 어렵고 대안으로 강변여과수가 있지만 1,4 다이옥산 등 미량 유해물질이 걸러지지 않아 문제"라 했습니다. 인공 습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을 짚은 셈입니다.

박 교수는 이어 "길게 보면 낙동강 유입 오염원 관리위원회 운영을 통해 △오염 물질 사용 규제 △미량 유해물질 유입 방지 △상·하류 갈등 조정 △낙동강 본류 수질을 안전한 상수원수 수준으로 개선 등을 해야 한다"며 "네덜란드 사례를 볼 때 인공 습지에 인공 함양이나 하상 여과를 더하는 방안들을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또 인공습지를 조성할 지역으로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함안보의 영향으로 침수되는 지역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 습지를 대규모 자연 공원으로 조성해 개방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나온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인공습지 조성을 통한 맑은 물 생산' 발제에서 "부산 시민이 하루 100만t 쓰는데 이 가운데 60만t이 낙동강 본류에서 끌어오며 이는 이미 더러워져 있을 뿐 아니라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끝나면 더욱 나빠질 것이다"며 "남강댐물은 물값이 지금 t당 50원보다 엄청나게 비싼 213원이며 그나마 여유 용량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청정 상수원 확보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 부산·경남이 대립에서 벗어나 상생할 수 있다"며 "인공습지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대안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나라 안팎에서 여러 보기를 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팔당상수원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된 경안천 하류 광동리 청정 인공 습지, 광주 상수원 동복호에 흘러드는 동복·이서·길성·내북천 네 곳에 조성된 인공 습지, 시화호에 조성된 인공 습지 등"을 꼽은 다음 "부산발전연구원도 2007년 내놓은 '부산 상수원의 대체 원수 확보 방안'에서 '하천변에 습지를 조성하고 습지에서 자연 정화를 거치는 경우 BOD를 기준으로 30~50% 정도 전처리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김 교수는 인공 습지를 만들 대상지로 "낙동강변 상습 침수 지역(함안군 법수면 백산리, 창녕군 남지읍 남지리, 김해시 한림면 일대) 23만9000평을 홍수 조절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아니면 양산시 원동면 또는 김해시 상동면 감노리 낙동강살리기 사업 불법 폐기물 매립지 30만평을 청정인공습지로 만드는 방안도 괜찮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아울러 "1단계로 부산·경남 공동 청정 상수원 확보를 위한 자문위원회를 꾸려 △남강댐 현재 수준에서 추가 가능 취수량 자문 △인공 습지 등 청정 상수원 확보 방안 공동 논의를 하고 2단계로 경남과 부산이 상수원 개발 공급 운영 관리를 공동으로 하자"며 "대체 상수원은 부산뿐 아니라 강동강물을 먹는 동부 경남과 울산 주민에게도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박현건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맑은 물 생산을 위한 자연 정화 시스템'을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도 청정 상수원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자연 정화 처리 방법과 나라 안팎의 적용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박 교수는 "인공 습지형을 비롯한 자연 처리 시스템은 꽤 효과가 있다"며 "2월 하순 경남도에서 유럽으로 현지 견학을 다녀왔는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주제 발표는 김창원 부산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의 '부산·경남 지역에서 대체 상수원 필요성'이었습니다. 이날 발표한 네 명 가운데 부산시 견해를 표명한 유일한 인물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부산 360만 명과 경남 330만 명의 주요 취수원 가운데 하천 표류수 비중이 각각 94%와 69%"라며 "수질 사고 터지면 대체 상수원이 절대 부족한데 낙동강 수계 수질 사고가 한 해 평균 8건에 이른다"고 짚었습니다.

김 교수는 "광역도시 가운데 부산만 유일하게 댐물을 못 먹고 있으며 낙동강 수계에는 산업단지 111곳 폐수 배출 업체 7789개가 몰려 있다"며 "국토해양부·환경부·기획재정부모 남강댐에 65만t 여유가 있다 하니 이 활용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낙동강 상수원 고도 처리 등 대안이 있으며 상수원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수 배출 최종 처리 과정으로서 인공 습지는 있어도 상수원 전처리 과정으로서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를 상수원과 연결지어 얘기하면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 사람만 낙동강물을 수돗물로 먹는 것은 아닌데, 창원을 비롯한 경남 사람들 일부도 낙동강물을 걸러 수돗물로 먹는데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낙동강물을 먹지 않으면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애쓸 필요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전남과 광주의 영산강을 들 수 있는데요. 1996년인가 양산강물을 갖고 수돗물로 쓰는 정책을 포기하고 나서 영산강은 수질이 더욱 나빠졌다고 합니다. 수돗물로 쓰지도 않을 강물인데 수질 개선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노력을 하지 않은 탓이랍니다.

그리고 김창원 부산대 교수의 발언 가운데 하수 배출 최종 처리 과정으로서 인공 습지는 있어도 상수원 전처리 과정으로서 인공습지는 들어보지 못했고 그렇게 하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부분은 제가 듣기가 좀 거북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흐르는 강물을 두고 하수와 상수로 나눠 대접하는 것이 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부산 사람들 깨끗한 물 먹고 싶어하는 심정은 이해를 충분히 합니다만, 제가 집에서 마시는 물도 남강댐물이 아닌 낙동강물을 걸러서 온 것인데, 그렇다면 그 물은 그대로 두고 낙동강물 수질 개선을 위해 공동 노력하는 것이 우리 서로와 강물 모두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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