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잘못된 역사 용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던 은사가 있었다. 한국문학사를 가르쳤던 려증동 교수였는데, 그 분은 '한일합방'이란 말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교과서에 '한일합방'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한국과 일본이 나라를 합친 날'이라는 뜻인데, 강제로 나라를 빼앗긴 날을 그렇게 표현할 순 없다는 게 그 분의 주장이었다.

다행히 지금 '한일합방' 대신 '경술국치'라는 말이 두루 쓰이게 된 것도 그 분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3.1절도 그렇다. 그분은 '3.1운동'이라는 말 자체부터 문제라고 했다. 무릇 역사 용어나 국경일 또는 국가기념일의 이름은 그 뜻을 온전히 담고 있어야 하는데, 삼 쩜 일 운동, 영어로 번역해봐도 쓰리 포인트 원 스포츠, 또는 쓰리 포인트 원 무브먼트라는 게 도대체 뭐냐는 거다.

그래서 그 분은 3.1운동을 '기미독립만세사건'이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 사건이 3월 1일 하루에만 일어난 것도 아니고, 수개월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그렇게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도청에서 열린 기미독립만세사건 기념식.


오늘 아침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녀석에게 물어봤다. 삼일절이 뭔 날인 줄 아느냐고.

녀석이 아예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독립운동 뭐 그런 거 아녜요?"

하지만 그게 다였다. 1919년 기미년 전국에 들불처럼 번진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된 날이라는 것까진 모르는 것이었다. 어느 신문에 실린 기사에도 초중고등학생 대부분이 '3.1절'의 의미를 모르더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물론 역사 교육이 제대로 안 된 탓이긴 하다. 하지만 '3.1절'이란 이름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경일은 다섯 개가 있다.

3·1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3.1절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름에 그 뜻이 들어 있다. 유독 3.1절만 숫자로 표현되어 있다. 왜 그랬을까? 기미독립만세사건은 민중이 압제권력에 항거한 사건이다. 3.1절이라는 이름을 지은 해방 후 권력자가 '항거'나 '항쟁'이라는 말을 불편해해서 유독 그날만 쓰리 포인트 원으로 정해버린 건 아닐까?

좀 길어도 좋다. '기미독립항쟁기념일'로 바꾸든지, 아니면 '독립항쟁일'로 하는 게 옳다. 물론 더 좋은 게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3.1절'은 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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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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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빈배 2011.03.02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 정운현 2011.03.02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울러 '3.1운동'도 바꿔야 합니다.
    저는 '3.1만세의거'로 쓰고 있습니다.
    전민족이 동참했고, 수많은 사상자와 부상자가 난 것을
    '운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식민사관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임진왜란도 '임진조일전쟁'으로 바꿔야합니다.
    '임진왜란'은 임진년에 왜구들이 이 땅에 와서 난을 일으켰다는 뜻인데,
    7년간 국토를 유린하고 수많은 조선인들을 잡아갔는데 그게 겨우 '난'일까요?

    역사용어 재정립도 시급하다고 봅니다...

  3. 아이고 웃겨라 2011.05.10 1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려증동 교수요? 그분 환단고기 지지자인데요? 그런분한테 '은사'라고 부르다니 아이고 배야 웃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