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경남 낙동강 사진 전시와 '지역'의 반성

김훤주 2011. 1. 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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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역 낙동강 사진 전시의 동기

지율 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들을 2010년 지난 한 해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전시를 했습니다. 5월 8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풍대 전시가 시작이고 12월 10일 그 유명한 함안보(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의 건설 현장 전망대 전시가 끝이었습니다.

모두 서른 차례 가까이 했고요, 사진 전시를 위해 모인 '지율 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 지역 순회 전시 추진 모임'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이를 열심히 알렸습니다. 이 또한 마흔 차례 남짓 될 것입니다.

돌이켜보니, 지율 스님 낙동강 사진 전시의 동기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바로 우리가 움직이는 동인이 됐습니다.

지율 스님은 자기가 찍은 낙동강 사진을 서울 인사동 조계사에 있는 전시 공간에서 2010년 3월 29일부터 이틀인가 사흘인가 동안 했습니다. 서울이 상징적이라 여기서 시작하고 차츰차츰 다른 지역에서도 해 나가리라 했습니다.

저는 사진 전시를 시작한 다음날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습니다. 잘 정리된 패널들이 제대로 공간을 차지하고 거기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3월 30일 서울 조계사의 전시 공간에서 인터뷰를 하는 지율 스님.


들어갔다가 돌아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동강을 지키려면 낙동강이 있는 경남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보다 먼저 그리고 더 잘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서울에서만 낙동강 사진전을 하다니 우스운 노릇이다."

옛날 같으면 생각이 여기서 머물렀을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서울에서만 사진전을 하려는 지율 스님'에 대한 비판이 뒤를 이었을 것입니다. 어째 저렇게 생각이 서울 중심일까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데에는 지율 스님의 힘이 서울 아닌 지역에서 그런 사진전을 할 만큼 되지 않았다는 사정도 작용을 했을 것입니다.

경남 낙사모 결성과 모금, 그리고 활동

어쨌거나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가 사는 창원에 돌아와 블로그와 직접 만남을 통해 여러 분들에게 "낙동강이 있는 우리 지역에서도 낙동강 사진전을 하자"고 제안을 하고 이에 필요한 힘과 돈을 모았습니다.

어쩌면 대책없이 무모한 노릇일 수도 있었는데, 운이 좋았던지 사람과 돈이 다 함게 모였습니다. 그래서 사진전에 필요한 지율 스님 사진 패널 35장을 장만하는 데 드는 100만원을 비롯해 300만원 가까운 돈이 모였습니다.

이것을 갖고 우리는 말씀드린 패널도 구입하고 녹색평론에서 만든 책자 <낙동강 : Before & After>도 에누리 하나 없이 30만원 주고 100권을 사들였습니다.

이밖에도 모조품 코팅도 하고 펼침막도 장만하고 방명록이랑 성금 받는 데 쓰는 돼지 저금통이랑 의자랑 책상이랑 그리고 노끈이랑 집게 같은 다른 소품들도 빠짐없이 갖출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5월 6일에는 '지율 스님 낙동강 생태예술 사진 경남 지역 순회 전시를 위한 모임'도 꾸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지내는 이런저런 분들에 더해 블로그와 아고라와 다음 카페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한데 모인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지난 한 해 보란듯이 사진 전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몸소 하기 어려울 때에는 사진 패널을 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멀리 인천에서까지 빌려달라 연락이 왔지만 일정이 겹쳐 빌려드리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0년 9월 10일 창원버스종합터미널 앞 전시 장면.

2010년 12월 10일 함안보 전망대에서 한 마지막 전시 모습. 달그리메 사진.


창원민예총,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정보사회연구소, 공공노조 경남지부, 거창 민예총, 거창 귀농학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그리고 포항에 있는 환경단체에서까지 우리 사진 패널을 빌려갔습니다.

이렇게 사진전을 벌이고 나서, 경남 낙사모는 2010년 12월 29일 해산 모임을 했습니다. 깨끗하게 만나 아낌없이 사진 전시 활동을 벌이고는 깨끗하게 헤어진 셈입니다.

저랑 같이 블로그를 하고 같은 경남도민일보에서 편집국장을 하는 김주완 선배는 이를 두고 연줄이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아무 미련없이 찢어지는 것이 아주 보기 드문 일이라며 칭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성사된 만남이 지금 헤어진다고 해서 다음에 다시 만나거나 모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아쉬워할 것은 없습니다. 다음에 일이 있을 때 뜻이 맞거든 다시 힘을 합치면 되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 같은 활동이 지역사회에서 눈길을 조금이라도 끌었는지 마창진환경운동연합에서 1월 28일 '올해의 환경인상'이라고 상을 줬습니다.

지역의 힘은 지역에 있다는 어슬픈 깨달음

상 받는 것을 계기로 삼아 28일 저녁에 '벙개'를 했습니다. 전시를 함께했던 여덟 사람이 모여 밥을 먹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헤어지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슬그머니 반성이 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했던 '경남 지역 낙동강 사진 전시'가 아니라,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저 자신의 관점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던 것처럼,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는 서울 중심 현상에 대한 저의 관점을 두고 하는 반성입니다.

1월 28일 315아트센터에서 치러진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올해의 환경인상 시상식에서 우리는 '녹색시민상'을 받았습니다. 오른쪽이 저이고 가운데가 파비. 달그리메 사진.


여태까지 저는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그런 것들을 왜 우리 지역에서도 벌이지 않느냐고 서울에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서울에서 중요하다면 우리 지역에서도 중요한 일인데 꼭 서울에서만 앞세워 일을 하고 경남을 비롯한 비수도권은 소홀히 여긴다고 탓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런 마음가짐이랄까 자세조차 '서울에 기대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아쉽고 지역에 필요한 노릇이라면 지역에 사는 우리가 일을 꾸미고 추진하면 그만인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힘에 부쳐 하지 못하는 일도 없지 않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힘을 키우고 힘을 모으고 생각을 키우고 생각을 모음으로써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깨달음은, 서울을 향한 불만이 우리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의 힘을 그런 것들이 키워주지 않음을 알아차렸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지율 스님 낙동강 사진 전시를 두고 말하자면, 지율 스님을 상대로 불만을 털어놓거나 비판을 해댄다고 해서 지역에서 낙동강 사진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것입니다.

경남에서 낙동강 사진전을 하려면 그리고 할 수 있으려면 경남에서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내면 그만이었던 따름인 것입니다.

이제 서울을 향한 불만을 많은 부분 접겠습니다. 그런 불만과 비판은 지역에서 힘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만 하겠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정치를 하고 행정을 하는 많은 인간들이 수도권을 더욱 비대하게 하려는 것들에 대한 비판은 계속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지역에서 스스로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기본은 잊지 않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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