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박물관에서 사진 촬영, 금지할 이유 있나?

김훤주 2011. 1. 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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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들를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그러지 않을 때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사진을 한 장이라도 찍어서 널리 알리는 데 쓰고 싶습니다.

그런데 박물관에서 사진을 찍지 말라는 글을 적어 놓는 적이 많아서 늘 부담스럽습니다.

그렇게 적어 놓지 않는 박물관도 있습니다만, 다른 데서라도 한 번 그런 글을 본 다음에는 찍어도 언제나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번 이 박물관이 그런 글을 적지는 않았지만 찍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과연 찍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헷갈려하면서 마음을 졸이는데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서 한 번 정리를 해 봤습니다.

2010년 12월 26일 거제도 옥포대첩 기념관에 갔을 때입니다. 들머리에 이렇게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을 찍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잘못이 여럿 있기에 찍어서 올렸습니다.


2011년 1월 14일 김해에 있는 여러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저는 세 가지를 모두 겪었습니다. 김해민속박물관은 사진을 찍어도 되지만 플래시는 터뜨리지 말아 달라고 돼 있었습니다. 플래시가 유물을 손상시킨다면서 말입니다.

김해 민속박물관의 안내문.

김해민속박물관의 전시물.


그리고 이어서 대성동고분박물관을 갔는데요, 여기는 앞에 말씀드린 거제 목포대첩기념관에 유물을 전시해 놓은 데처럼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왜 그렇게 하는지 설명이 없었지요.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김해 대성동 고분 박물관.


마지막 들른 국립 김해박물관은 사진을 찍는 데 대해 이래라 저래라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안내 요원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사진 촬영을 막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국립 김해 박물관의 전시물들.


그러다가 2011년 1월 21일 국립 제주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제주라면 관광지라서 박물관도 사람이 몰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날 저는 일부러 사진기를 목에 걸고 들어 갔습니다. 그러면 안내하는 사람들이 사진기를 보고 이래라 저래라 얘기를 해 줄 것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앞에서 양복을 잘 차려 입은 채로 지키고 있던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진은 찍어도 되는데 플래시는 터뜨리지 마십시오" 저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집중해서 몇 군데 들러보고 나니 답이 나왔습니다. 안내에서만큼은 김해민속박물관이 으뜸이었습니다. '사진을 찍되 플래시는 터뜨리지 말아라." 이것이 정답이었습니다.

김해민속박물관은 이것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글로 적어 붙여 놓았습니다. 국립 김해 박물관은 글로 적어 놓지는 않았지만 막지는 않았습니다. 3등입니다.

이에 앞서는 2등은 국립 제주 박물관입니다. 글로 적어 놓지는 않았지만 들어오는 사람에게 말로 그리 하시라 안내를 했기 때문입니다.

국립 김해 박물관은, 다른 데서 주눅이 들어 사진을 찍으려는 생각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국립 제주 박물관보다는 못한 셈입니다.

꼴찌는 대성동고분박물관과 거제 옥포대첩 기념관입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는데 일부러 찍지 못하도록 막은 셈입니다. 대성동 고분 박물관과 옥포대첩기념관은 실물이 적은 편인데도 이랬습니다.

이렇게 겪고 나서 저는 사진을 찍는 데 그리 저어하지 않게 됐습니다.

만약 다음에 다른 박물관 가서 사진을 찍다가 가로막히면, 그에 따른 처분은 그대로 따르겠지만, 한 번 물어는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저런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데 여기만 유독 이러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말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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