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 피해 장애에 경찰 사찰까지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아 30년 넘게 장루 장애(2급)를 안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줌과 관련된 기능이 망가져 오른쪽 장딴지에 장루(몸 밖으로 소변을 빼내기 위한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는 정정웅(69·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어르신입니다.
 

1942년 2월 부산에서 태어난 어르신은 1980년 5월 전두환이 군사반역을 일으키기 전에까지는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육군까지 다녀온 뒤 서울에서 김두한(1918~72) 국회의원 수행원을 하다가 김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대전 서대전역 근처에서 식당을 했다고 합니다.


1980년 5월 어느 날 저녁 시장에서 찬거리를 장만해 오는 길에 대전서부경찰서 민모 형사만 만나지 않았으면 계속 그대로 평범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민 형사의 요구로 어르신은 경찰서까지 동행합니다. 곧바로 군인에게 넘겨진 어르신은 이튿날 충남 조치원 32사단으로 끌려가 다음날부터 정말 아무 까닭도 모른 채 4주 동안 삼청교육을 당했습니다.


어르신은, 내무반은 연병장에 마련된 천막이었고 가장자리에는 2중 3중으로 철조망이 쳐졌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그만 나가기도 했지만 어르신은 2차로 근로 봉사라는 명목을 붙여 캄캄한 새벽에 열차로 경기 의정부 9사단 수색대로 보내졌습니다.


내리자마자 군인들이 오리걸음을 시켰는데 앞에 가던 사람이 나이가 많아 제대로 못하니까 군인이 군홧발로 차버렸답니다. 어르신은 자기가 맞는 것보다 더 공포를 느꼈고, 그래서 항의를 했다고 했습니다.

"부모 형제 할아버지도 없나?" 그랬더니 "반항이야?" 하는 소리와 함께 옆에 군인들까지 확 덤벼들면서 마구 때렸습니다. 그 길로 끝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3일이 지난 의정부 육군 통합병원이었답니다. 1주일 정도 머물렀으나 더이상 치료가 안 돼 9사단 사령부 의무대로 왔습니다.


며칠 뒤 자기를 이렇게 되는 단초를 열었던 민 형사가 와서 민간 앰뷸런스를 타고 왔습니다. 집에서 자가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입니이다. 그러니까 장루장애가 올해로 32년째인 셈입니다.

어르신 사는 안방 모습. 집이 추워 이렇게 옷을 껴 입었습니다.


어르신은 지금 삼청교육 전국투쟁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1991년 만들어질 때부터 동참했습니다.

1992년 부산 동구 총선에서 전두환 아래서 12·12군사반란의 주요 임무를 수행한 허삼수씨와 노무현 변호사가 대결했을 때 허삼수씨 비난 홍보물을 만들어 뿌리기도 했습니다.


허씨가 당선되고 '노변'이 낙선한 뒤 어르신은 낙심해 마산 회성동으로 와서 1년 가까이 머물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됐고 94년 진해로 거처가 옮겨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1월 삼청교육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보상 규모는 피해에 견줘 작습니다.

어르신은 3100만 원남짓 보상 결정을 받았는데 청춘을 망치고 가정이 풍비박산난 대가로는 제3자가 봐도 지나치게 적습니다.


어르신은 그래서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보상금 수준을 높여달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르신이 울분을 터뜨리는 일은 또 있습니다.

경찰이 일이 있을 때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어르신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무엇 때문에 경찰에게 이런 대우를 받는지 근거를 알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진해경찰서 관계자는 "(정씨가)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참석이 예정돼 있는 행사장에 몰래 들어간 적이 있고 이번 G-20 정상회의 때는 몸에 끼얹겠다며 휘발유를 들고 서울로 가려 해서 막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어르신은 "G-20 정상회의 때 휘발유를 들고 서울 가려 한 것은 맞지만 그러면 다른 때는 왜 막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정정웅 어르신이 사찰 증거로 내놓은 11월 10일치 열차 요금 반환영수증. 어르신에 따르면 이날 경찰관 2명이 서울행을 막고 열차표를 이렇게 현금으로 바꿔왔습니다.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이나 국가 차원 행사로 지역에 대통령이 '뜨면' 어김없이 경찰이 따라붙고 어떤 때는 억지로 전북 남원 광한루까지 경찰 2명과 동행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광한루에서 경찰과 함께 찍은 사진. 가운데가 어르신, 양 옆이 경찰관.

어르신이 경찰로부터 받은 돈봉투들. 경찰이 일상적으로 관리했다는 증거물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 경찰은 어르신이 경호처에서 관리하는 대통령 위해 요인 대상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규정에 따라 어르신이 처리되는지는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억울한 다른 하나는 장기요양급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인정 못 받아 지난해 11월 방문 요양이 중단됐다는 사실입니다. 어르신은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손과 발이 다 잘린 셈이라고  했습니다.


어르신은 요양급여가 준 까닭을 정부 4대강 사업이라 보고 있습니다. 예산이 여기로 쏠리면서 복지 관련 정부 지출이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어르신은 지금 휠체어를 타고도 바깥나들이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르신은 언제나 이렇게 문을 조금 열어놓습니다. 인기척이 나도 당신이 문을 열어줄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어르신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에게 다달이 주어지는 생계 급여 25만 원 안팎과 장애인연금 15만 원, 기초노령수당 9만 원, 자은복지관 지원금 5만 원 등 55만  원 안팎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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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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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4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blog.daum.net/film-art 김홍기 2011.01.24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아픈 사연이군요.
    이 땅의 근대사를 살아온 분들 중
    비슷한 사례를 가진 분들이 너무 많겠지요.
    당시 폭력을 행사하던 자들은 자기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너무나 잘 살아가고, 상처받았던 사람들은 2차 3차 지속되는 상처에
    시달려야하는 이 상황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3. 예비군중대장 2011.01.24 1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와비슷하게 당한 지역예비군 중대장들이 있다 79 10 26 이후 전 두환등 신군부들의 득세로

    중/소위신분 이라 하루아침에 강제해직당한 그들이다

    880여명의 그들은 오늘도 아픈가슴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