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에겐 아들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마산 중딩 태윤이의 놀이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윤입니다.

지난 4월 말 '독일교육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무터킨더 님의 태봉고 방문을 계기로 100인닷컴에 태봉고등학교를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자유로운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때 아들녀석에게 이 학교를 소개했더니 부모와 헤어져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싫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녀석 나름대로 학교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고 담임선생님과 상의도 해본 모양입니다. 한참 후에 다시 '태봉고에 가고싶어요'라고 하더군요.

그 후 녀석의 고등학교 진학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는 대안학교로 가고 싶습니다-태윤이)

그런데, 이 학교는 가고 싶다고 모두 갈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경쟁률이 거의 3:1에 육박하더군요. 게다가 학생의 자기소개서가 아주 중요하다더군요. 학생 소개서에는 학부모가 써야 할 내용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1차 합격 통지를 받았고, 이어 아들녀석과 함께 학부모 면접도 봤습니다.

면접을 보던 날 태봉고등학교를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있는 태윤이.


그리고 오늘 드디어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고, 그 명단에 아들녀석도 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제가 합격한 것처럼 기쁘고, 아들녀석이 대견하더군요.

그래서 기록삼아 학교에 제출했던 소개서 중 학부모의 입장에서 제가 썼던 내용을 여기 올려봅니다. 학부모에게 묻는 질문은 총 4개였는데, 그 중 하나는 제가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거나 나눔활동을 한 사례를 적어달라는 것이어서 여기서는 뺐습니다.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려는 저와 제 아내의 생각이 여기에 담겨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생각(철학)을 가지고 자녀를 키워왔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고, 왜 태봉고등학교에 진학시키고자 하는지 그 이유를 솔직하게 기술하여 주십시오.

저희는 우리 태윤이가 부자로 살기 보다는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결코 돈과 행복이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한국의 정규직 노동자 평균임금보다 소득이 적지만, 재벌그룹의 회장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보람과 재미를 느끼는 일을 하고 있고, 저희 가족이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집에서 살며, 굶주리거나 헐벗지 않을뿐 아니라 가족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태윤이 또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직업)을 찾아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행복한 사람 육성'이라는 태봉고등학교의 교육목표가 우리 태윤이를 그런 사람으로 키워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태봉고등학교 벽면에 걸려 있는 신영복 선생 글씨를 찍고 있는 태윤이.


- 자녀를 키워오면서 가장 큰 갈등상황은 무엇 이었는지, 그리고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태윤이가 나이에 비해 마음이 넓고 정이 깊은 데다 착해서 지금까지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습니다. 또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육관도 서로 비슷하여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무리하게 공부를 강요한 적도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들어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를 모두 마친 후, 규칙적인 생활이 흐트러지는 듯하여 걱정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자율성이 강조되는 태봉고에 진학할 것에 대비하여 스스로 공부하고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하려고 아버지가 '하루 한 시간 스스로 공부하기'와 '하루 한 건 이상 블로그 글쓰기'를 권유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태윤이가 '무조건 하루 한 시간 공부하기는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여, 세 식구가 회의를 한 결과 융통성 있게 탄력적으로, 그리고 태윤이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걸 지켜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녀의 십년 후 삶이 어떤 모습이기를 기대하는지 기술해 주시고 자녀의 그러한 삶에 태봉고등학교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기술하여 주십시오.

10년 후라면 태윤이가 스물 여섯 청년이 되는군요. 명문대학을 바라진 않지만, 자기 적성에 맞는 전공을 골라 대학에는 진학했으면 좋겠고, 그 때쯤에는 통일이 되어 군대는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태윤이가 성적경쟁에 내몰려 청소년기를 고통스럽게 보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식을 쌓아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태봉고등학교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 달리 학생들을 성적경쟁에 내몰지 않고, 스스로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함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과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육성해주리라 믿습니다.

저희 부부와 태윤이의 이번 선택이 태윤이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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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 태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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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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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sugnsim1 성심원 2010.12.03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만 셋을 둔 아버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부모가 된 것이 더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
    지금은 초등 4학년이 제일 큰 아이지만 이제 그네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면 저역시 고민이 됩니다.
    제가 살아온 아니 학창시절 그곳으로 다시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있는 간디학교 등의 대안학교를 유심히 살펴보는 까닭도 그렇겠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모든 중고등학교가 대안학교처럼 자유스러운 곳이었으면 합니다.

  2. 유림 2010.12.03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잘되었군요.
    저도 진즉에 마음을 바꿨어야 했어요
    지금 아들녀석 대학 입시에 고생하는 거 보니 너무 미안해서..

  3. Favicon of http://chamstory.tistory.com/ 김용택 2010.12.03 1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윤이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태윤이 아버지, 어머니 같은 학부모들이 점점 늘어날 것 같습니다.

    오늘은 태봉고등학교 선생님 면접도 봤습니다.
    지원하지 않은 과목도 선생님도 있었지만 너무 많이 지원해 떨어지는 선생님도 있게 됐습니다.
    공립학교 선생님이 수험생처럼 수험표를 달고 면벚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그것도 박사학위 까지 가진 분들도 2분이나 있었답니다.

    태봉고등학교에 오시겠다고 원서를 내고 명찰을 달고 면접에 참여하는 모습....

    어떻습니까? 었떻습니까? '우리 경남교육의 희망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4.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저녁노을 2010.12.03 2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드립니다.
    태윤이의 꿈을 이루는 첫발이길 바래 봅니다.

  5. Favicon of http://blog.daum.net/charasforeast 샹그릴라 2010.12.03 2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부모님에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아드님이시네요. 자신이 진학할 고등학교를 스스로 찾아보고 결정하는 건, 그 경험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부모님들 대부분 자녀걱정이 너무 커서 모든 걸 알아서 정해주려고 하는 분위기인데, 스스로 찾아가는 학교라면, 마음가짐도 다를 거고, 책임감도 남다를 것 같아요. 태윤군의 합격 축하드리구요,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서 다른 이들에게도 그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시민으로 자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태윤군이 좋은 부모님을 만난 것 같네요. 자랑스러우시겠어요. ^^

  6. 드림팀 2010.12.03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또 다른 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네요. 저는 태윤군보다 어린 자녀를 한동중학교에 입

    학 시키기로 했어요. 우리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좀더 자유롭게 당당하게 자신의 비

    전을 가지고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어른들의 욕심이 아닌 자녀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

    보는 부모가 되기를 꿈꾸며. 태윤이의 힘찬 날개짓을 기대해 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기록하는 사람 2010.12.05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렇군요. 가까운 곳에 태봉고가 있어서 다행일뿐입니다. 이런 학교가 많아져야 할텐데요...
      지원을 했는데도 떨어지는 학생이 많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7.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구르다 2010.12.04 0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쟁교육이 싫다며 자퇴 하겠다는 아이의 뜻대로
    학교가서 자퇴서에 도장 찍은지도 6개월이 훌쩍 지났군요..

    태봉고는 그럴이유는 없겠군요.
    태윤군 축하혀,,,

  8. 시몬네 2010.12.04 05: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 태윤이 얘기를 여기서 보다니요^^
    그렇잖아도 가끔씩 들어가 보면서 참 기특하기도 하다, 혼자 그랬답니다.
    참 반가운 합격 소식이네요.
    정말 잘됐습니다^^
    반듯하게 자라서 제 몫을 다할 거라는 믿음이, 제 자식 아님에도 막 생깁니다 ㅎㅎㅎ
    태윤이에게 축하 인사 전해주세요~

  9. Favicon of http://blog.daum.net/pssyyt 무터킨더 2010.12.04 0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태윤이가 아드님이었군요.
    죄송하게도 정말 몰랐네요.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셨습니다.
    태봉고등학교, 저도 가봤지만 모든 것을 떠나서
    선생님들의 교육관이 너무 존경스러웠습니다.
    교장선생님이랑 정신적인 지주이신 김용택 선생님이랑...
    여하튼 태윤이가 앞으로 적응잘하고 훌륭한 교육을 받게 되길 바랍니다. ^^
    축하합니다.

  10. Favicon of http://www.9art.net 배달래 2010.12.04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윤이의 블로그를 우연히 보게 되었지요.
    태봉고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정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정말 깜짝 놀랐지요..
    얼마나 생각이 바르고 일관성 있는지 아주 대견했습니다.
    물론 김주완 국장님의 아들이겠구나 하고 추측을 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태윤이의 입학을 정말 축하해요..
    그리고 우리 재호하고 한 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어서 더 없이 기쁩니다.
    서로 좋은 친구 되어 의지하며 인생에서 다시 없을 좋은 우정 나누는 친구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구요.....^^

  11. Favicon of http://blog.daum.net/gabinne 임종만 2010.12.04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분 모두가 행복해 보입니다^^

  12. 동피랑 2010.12.04 1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윤이 태봉고 진학 츄카츄카합니다.

    도시 아이들이 우리말도 제대로 하기 전에 영어니 조기교육에 시달릴 때

    남해 할아버지 집에서 자연산(?)으로 자라더니 ㅎㅎ

    이제 고등학생 되면 금방 대학생이랍니다.

    일반고 고 3년 생활은 3년이 아니라 6년 같겠지만

    의미있는 고등학교 생활이 되기를 ...

  13. Favicon of http://bada92.tistory.com 무릉도원 2010.12.04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태윤이 블로그를 드나들면서도 아드님인지 이즉 몰랐네요...ㅜㅜ...
    블로그를 잘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태봉고 진학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 태윤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 모두 이뤘으면 좋겠습니다....늘 행복하세요 ...*^*

  14. Favicon of http://hanmail.net 일렁바다 2010.12.05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식있는 중딩 태윤이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바로 아드님이군요.
    벌써부터 싹이 보입니다.
    태윤군~~~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