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해태제과의 이런 소통은 거의 놀라운 수준

김훤주 2010. 10. 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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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의 이런 작명은 거의 사기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글과 사진을 10월 11일 아침에 올렸습니다. 내용이 좀 '그런'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봐 주셨습니다. 이렇게 많이 보시면 아무래도 해태제과에 좋지는 않겠습니다.

☞관련 글 : 해태제과의 이런 작명은 거의 사기 수준

어제 12일 해태제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홍보팀장이라는 분이 전화와 이메일을 주셔서 이런저런 설명을 주셨습니다. 홍보팀장 말씀하는 태도는 아주 정중하면서도 겸손하셨습니다. 생각나는대로 알려드리는 편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첫째는 문제가 된 포장은 4월까지만 만들었고 5월부터는 다른 포장을 쓰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확인해 보니 그랬습니다. 제가 찍어서 올린 '5가지 우리쌀로 만든 땅콩그래'는 유통기한이 2011년 4월 5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과자는 2010년 4월 5일 만든 것입니다.

제가 문제 삼았던 포장.

둘째는 5월부터 쓰고 있는 포장에서는 흑미 찹쌀 현미 멥쌀 발아현미를 나타내는 그림과 글이 사라졌으며 '5가지 우리쌀로 만든'이라는 제품 이름이 색깔이 옅어져 있다고 하셨습니다. 상대적으로 개선된 내용입니다.

홍보팀장께서는 그러면서 제가 짚은 부분이 이미 해태제과에서 많은 논의를 거쳐 제품 포장에 반영된 결과라고 하셨습니다. 해태제과에서 이런 피드백이 이뤄진다고 하니 저는 반가웠습니다.

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주식회사에서는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려는 자본의 논리가 일관되게 관철되기 쉽겠기 때문입니다.

5월 들어 바꾼 새 포장. 해태제과 제공.


셋째는 주재료(원재료)를 부각하고 강조하는 마케팅 차원의 관행을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됐고 다른 과자회사도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해태제과 제품 하나만 특정해서 하니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홍보팀장께서는 충분히 억울해하실만한 대목입니다. 그런데 소비자-우리 사회 대다수 구성원의 눈으로 보자면 많이 달라집니다. 오히려 분통이 터질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형평은 맞춰야 하겠지요. 그 형평을 저는 해태제과의 작명에 대한 문제 제기를 취소하기 보다는 다른 과자 회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적극 이어나가는 것으로 맞추겠습니다.

이렇게 전화와 이메일을 받고 나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해태제과 '5가지 우리쌀로 만든 땅콩그래'만 특정된 기사에 대한 재고"를 부탁하시면서 "'5가지 우리쌀로 만든'이라는 글귀를 아예 통째로 빼는 데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말씀했습니다.

아마도, 마음이 다급해서 이러시는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저는 그래도 해태제과라면 과자업계에서는 알아주는 거대기업인데, 이렇게 재빠르게 반응하고 움직이니 아주 놀라웠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여기서 이런 점이 읽혔습니다.

해태제과에는 원래부터 '뻥튀기(또는 나아가 엉터리)' 작명에 대해 옳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없지는 않았고, 이번에 제 글을 계기로 삼아 전화위복 차원에서 생각을 새롭게 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우리 사회 구성원과 눈높이를 맞추고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서 생각해 보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노력으로 비쳤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해태제과와 좋게 인연을 한 것은 아니지만, 소통하려는 이런 자세가 그이들에게 있기에, 해태제과는 앞날이 밝으리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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