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무렵 딸이랑 함께 가게에 가서 담배랑 얼음과자를 샀습니다. 얼음과자를 고르는 일은 물론 딸 차지입니다. 500원짜리 열 개를 골랐는지 가게 주인이 디스 플러스 2100원을 더해 5100원을 달라 했습니다.
700원으로 오른 수박바(위)와 500원짜리 수박바.
딸은 이야기를 주섬주섬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죠스'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500원이었는데 'Big'을 앞에 붙여놓고 700원으로 올렸어요." 덧붙였습니다.
그러고는 "'보석바'는 값은 그대로 500원인데 양이 엄청 줄었어요." 하더니 이번에는 앞에 다른 이름 붙이지도 않고 값을 올린 것들을 죽 늘어놓았습니다.
"'호두마루', '레몬에이드', '돼지바'는 이름 앞에 아무것도 붙이지도 않고 값을 700원으로 (200원) 올렸어요." 했습니다. 제가 한 번씩 먹는 '누가바'도 언제부터인지 슬그머니 700원짜리로 둔갑을 해 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값을 올리는 방법이 세 가지네." 그랬더니 딸이 "어떻게요?" 물었습니다. "첫째는 값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방법, 그리고 이름 앞에 다른 글자를 붙이고는 값을 올리는 방법, 마지막 세 번째는 이름 앞에 아무 글자도 달지 않은 채 값만 올리는 방법."
딸이 말했습니다. "그렇네요. 그런데 왜 지금 이렇게 값을 막 올리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딸이 들고 있는 비닐 바구니에, 700원으로 값이 오른 수박바는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글쎄, 기름값이 올라서일까?" 답했습니다. 딸은 이 말을 재료와 제품을 싣고 오가는 데 드는 비용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새긴 모양입니다. 저는 제 대답에 자신이 없습니다. 정답은 아마도 '자본의 탐욕'이겠거니 여깁니다만.
그러면, '탱크보이'는 어찌 분류해야 맞는지 모르겠네요. 700원으로 올리면서 "더욱 진하고 풍부해진 맛"이라 적었거든요. 이름 앞에 무엇을 덧단 부류인지, 아무것도 적지 않은 무리인지가 좀 헷갈립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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