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꼬부랑 할머니와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동행

기록하는 사람 2010. 8. 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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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신문사의 휴일이지만, 간부 교육이 있어 택시를 타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택시가 회사 앞 신호등에 걸려 신세계백화점 맞은 편 육교 옆에 멈췄을 때였습니다. 육교 계단으로 한 아주머니가 꼬부랑 할머니를 부축해 조심조심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별 생각없이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그리곤 할머니를 부축해 내려오는 그 장면을 택시 안에서 찍었습니다.

아마도 딸이거나 며느리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일까요?


그러고 나서 별 생각없이 카메라를 가방에 넣으려던 순간이었습니다. 할머니를 부축해 육교를 다 내려온 그 여성이 잠깐 할머니에게 목례를 하는 것 같더니, 빠른 걸음으로 앞서 제 갈길을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 딸이나 며느리가 아니었구나! 다시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급히 앞서 가는 빨간 티셔츠의 여성과 뒤에 처진 꼬부랑 할머니가 함께 나오도록 황급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실, 아침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집을 나섰습니다. 회사 일로 나서는데, 아내가 몇 번이나 "몇 시에 올거냐"고 채근을 하는 바람에 살짝 짜증이 났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괜스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에겐 아침 기분을 확 전환해준 흐뭇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여성분은 뭐라고 칭해야 할까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육교 할머니 부축녀'라고 하면 될까요?

이런 정도는 '초상권'에 안 걸리겠죠? 많은 분들이 흐뭇함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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