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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지하철노조가 조합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블로그 강좌'를 개설했다. 블로그 강좌라고 했지만, 트위터와 스마트폰 등 소셜미디어 도구 전반에 대한 내용이었다. 모두 다섯 강좌로 진행된 이 교육에는 3만 원의 수강료를 받았지만 시민들의 수강신청이 쇄도했다. 당초 30명으로 한정했던 정원을 40명으로 늘렸지만 몰려드는 신청자를 다 수용할 수 없었다.
지하철노조는 이번 강좌의 목적을 '시민과 노동조합의 소통'으로 잡았다. 정말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운동도 시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판에 노동조합이 시민과 소통에 나서다니 말이다.
소통의 방식도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과거에는 노동운동이 시민과 소통하려면 신문·방송을 스펙트럼을 통과하거나, 기껏해야 유인물을 만들어 직접 배포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이용자 4000만 시대다. 온 국민이 인터넷을 쓰는 시대의 소통도구는 소셜미디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핵심이다.
또한 8·90년대 노동운동은 조합원만 잘 선동하고 똘똘 뭉쳐 사측과 힘겨루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현대자동차 파업 논란에서 봤듯이 심지어 금속노조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결코 이길 수 없다. 하물며 지하철은 시민의 생활과 직결돼 있는 사업장이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에서 보듯 정부와의 싸움에서도 국민의 지지없인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부산지하철노조가 마련한 '진보운동과 소셜미디어' 토론회. 그러나 진보단체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바로 그래서 부산지하철노조의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한 시민강좌가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강좌를 통해 노동조합과 우호적 관계를 맺게 된 시민들이 여기서 배운 SNS 활용능력을 발휘해 적극적인 사회적 발언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그 효과는 적지 않다. 게다가 그들 중 몇몇이 파워블로거로 성장하게 되면 그 파급력은 웬만한 언론매체 못지 않을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은 강좌로 맺어진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메일링리스트로 노조 소식을 전달한다든지 노조 행사에 초청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더구나 이런 강좌를 상설화하여 매 분기마다 40명씩의 수강생을 배출하고 그들과 노동조합간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노조로서는 그야말로 막강한 '온라인 오피니언 리더 군단'을 우군으로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노동조합으로서도 그렇다. 사실 운동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항상 자기들끼리만 어울린다는 것이다. 술을 마셔도 매번 마시는 사람들끼리만 마시고, 토론을 해도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해왔다. 그러다 보니 대중의 정서와 여론에 둔감하다. 노조가 이런 강좌를 통해 전혀 몰랐던 시민들과 직접 만나고 스스로도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게 되면 자연스레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법도 터득하게 될 것이다.
MB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데 있다. 진보진영도 결국은 소통이 관건이다. 웹2.0시대는 소통을 잘하는 쪽이 이길 것이다. 그 핵심은 SNS로 무장한 깨어있는 시민을 더 많은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지하철노조뿐 아니라 공무원노조나 전교조, 그리고 조합비 예산이 탄탄한 대기업 노동조합들도 이런 방식으로 시민강좌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조합비의 1~2%라도 시민에게 좀 풀자는 것이다. 그것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이면서, 스스로도 변하고 시민의 마음도 얻는 일석삼조의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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