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시국선언 교사는 내쫓고 비리 총장은 감싸고

김훤주 2010. 2. 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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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2009년 8월 27일자 '교단에서'라는 칼럼에서 마산구암고 진영욱 선생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지난 6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전교조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용산 참사를 야기한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우려했고, 교육정책 등을 특권층 위주로 채워가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대운하와 관련한 말장난과 미디어법 등 반민주적 악법의 밀어붙이기가 내 상식에선 제법 가증스러웠기 때문이다."

진 선생은 이어서 "선언에 동참하겠다는 대답 한 마디면 그냥 동참하게 되는 시시한(?) 선언이었다"면서 그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와 경남도 교육청이 나의 이 초라한 시국선언 참여를 징계마저 각오한 용기 있는 행동으로 만들어줬다"는 취지로 글을 이었습니다.

교과부가 당시 시국선언을 두고 교원노동조합법 제3조(정치활동의 금지)와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해 본부와 지부 집행부 88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16개 시·도 교육청에 징계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경남도교육청은 2009년 12월 21일 불구속 기소만 됐을 뿐인데도 전교조 전임 간부들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경남지부장을 해임하고 수석 부지부장에게는 정직 1개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사무처장은 공립이 아닌 사립학교 소속이어서 해당 재단 징계위원회를 통해 12월 30일 정직 1개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전교조 기자회견.


아시는대로 광역 교육청 가운데 교과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는 김상곤 교육감의 경기도교육청 한 곳뿐이었습니다.

김 교육감은 "교사들 시국선언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따른 것이므로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사법부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징계를 보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과부는 김 교육감을 고발했고, 기다렸던 검찰은 소환을 했습니다. 김 교육감은 "사실 관계가 명확하고 법리적 판단만 남았기 때문에 나갈 까닭이 없다"며 거부했다가 올 1월 28일 "그렇지만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으려고" 출석했습니다.

이처럼 재빠르게 징계 요구를 하고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고 다시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까지 한 교과부가 마산 창신대학 총장의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교조 집행부에 들이댄 무지막지 천하막강한 잣대가 창신대학에서는 자취도 찾아볼 수 없도록 사라진 것입니다.

창신대학 총장은 횡령 혐의로 기소됐을 뿐 아니라 부산고법에서 징역8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습니다. 또 사기 혐의로도 기소돼 창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기소만 돼도 징계를 요구한다는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창신대학 총장은 이미 징계 요구를 받고도 남았습니다.

그러나 교과부는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징계 요구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학교 법인은 학교를 자율적으로 설치·경영할 권한이 있고, 자율 판단에 따라 총장을 임면할 권한이 있으므로 정부는 학교법인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결정한 사항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시 물었을 때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관할청이 사립대학 총장에 대한 해임을 학교법인 이사회에 요구할 수 있으나, 현재 교과부의 재량적 판단으로는 법원의 심리 결과 등을 참조해야 할 것으로 본다".

'법원의 심리 결과 등을 참조'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검찰의 기소만으로는 모자란다는 말입니다. 법원 심리 결과는 판결로 나타나지요. 그러니 판결이 있기 전에는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른바 무죄 추정의 원칙입니다. 그런데도 경기도 교육청 김 교육감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징계를 보류했다고 교과부로부터 고발당해 검찰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교과부 안병만 장관은 누가 어떻게 처분해야 마땅한가요? 이명박 대통령의 귀는 꽉 막힌 당나라 귀이고, 교육과학기술부 잣대는 고무줄 잣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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