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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천하무적 야구단이 하필 사이판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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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답답하고도 슬프다. 이건 대한민국의 자존심 문제다.

사이판이 어떤 곳인가? 미국의 북마리아나연방 자치령이다. 이곳에서 작년 11월 20일 대한민국의 선량한 관광객 6명이 현지 사격장 종업원의 총기난사로 중경상을 입었다. 그런 사이판에 KBS 오락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이 23일 전지훈련을 떠났단다.

많고 많은 관광지나 전지훈련지 중 왜 하필 사이판일까?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과 '천하무적 야구단'의 이번 전지훈련은 과연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의혹을 한 번 추적해보자.

사이판은 범죄피해자 보상제도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에게 치료비 한 푼 책임질 수 없다는 태도다. 대한민국 정부도 비굴한 자세로 "정부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인터넷이나 언론에 호소해봐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의 굴욕적인 태도와 사이판 정부의 뻔뻔스런 입장에 가장 분개한 것은 블로거와 네티즌들이었다. 인터넷에서 이 문제가 이슈화하자, 좀 늦었지만 방송사들도 최근 이 문제를 보도하고 있다.

☞뉴스데스크 : 사이판 총기사태 이후, 외교부는?
☞뉴스투데이 : 투데이모니터 : '사이판' 이후... 

지난 금요일(22일)에는 김C와 허수경이 진행하는 SBS큐브 에도 이 문제가 방송됐고, KBS창원의 시사프로그램 시사 @ 경남에도 방송됐다.

☞SBS큐브에 대한 기사 :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 피해자, 하반신 마비 그 이후...

이처럼 피해자들에겐 비정하고 무서운 악몽의 땅이 사이판이란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이 하필 사이판으로 전지훈련을 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천하무적팀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는 사이판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연예인들을 담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이판 관광지들을 홍보하게 된다.  박재형씨에게 악몽의 땅인 사이판을 한국의 연예인들이 대대적으로 홍보해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4주 분량의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지 팀과의 연습경기와 멤버들의 다양한 활약이 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현지에서 맞붙을 팀과 진행할 미션에 대한 정보에 대해 함구하며 비밀리에 촬영 계획을 꾸리고 있다.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0912231850183&sec_id=540101)

블로거들과 언론이 사이판 사태의 문제점을 떠들면 뭐하는가? 천하무적 한 방이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다. 사람들은 사이판을 천하무적 야구단이 놀던 곳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박재형씨 사건은 천하무적의 화면들 뒤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블로그 거다란닷컴의 포스트 중 일부 발췌)

하지만 뭐, 좋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그냥 오락프로그램일뿐이다. 그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너무 높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욕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사이판일까? '천하무적 야구단'의 사이판 전지훈련이 과연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과 전혀 무관하게 이뤄진 것일까? 혹,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의 무책임한 대응이 한국의 인터넷과 방송에서 여론화하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사이판 정부의 교묘한 농간에 '천하무적 야구단'이 걸려든 것은 아닐까?

그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 사이판이 속한 미국 북마리아나연방 관광청 한국사무소가 발행한 '마리아나관광청 뉴스레터 2010년 1월호'가 바로 그것이다.


뉴스레터는 지난해에 이어 2010년에도 다양한 여행사 지원 프로그램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후, 다음 대목에서
"인기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당당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 대목은 다음과 같다.

"마리아나 지역에 대한 인지도 상승을 위해 인기 방송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모션 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큰 마케팅 효과가 기대되는 온라인 프로모션에도 주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답니다.

관광청이 세운 한 해의 여러 계획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힘은 마리아나관광청을 항상 믿고 지지해주는 여행사, 항공사, 호텔관계자 및 언론인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 아래에 이어 나오는 
"작년 한 해 어려운 상황" 중에는 분명히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도 중요하게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기 방송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모션" 및 "온라인 프로모션에도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프로모션이란 안 봐도 뻔하다. 네티즌들을 상대로 경품 이벤트를 벌이거나 여행 블로거들에게 공짜 팸투어 여행을 시켜주는 등의 전략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사 블로거들이 힘들여 조성해 나가고 있는 사이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여론은 사이판의 아름다운(?) 풍광사진 속에 금방 희석되고 말 것이다. 

어쨌든 내가 주목하는 것은 '천하무적 야구단'이 마리아나 관광청의 계획적인 '인기 방송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모션'의 첫 대상이 된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다. 만일 '천하무적 야구단'이 방송사 자체 제작비만으로 사이판 전지훈련을 갔다면 이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마리아나관광청과 사전에 긴밀한 협조끝에 단순한 촬영 편의 제공 정도가 아닌 제작비와 현지 체류비 등 비용의 일부까지 제공받았다면 그들의 치밀한 농간에 처음 걸려든 '인기 방송프로그램'이 바로 '천하무적 야구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구한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사이판 전지훈련에 대한 방송을 내보내기에 앞서 마리아나관광청으로부터 물적 지원을 받았는지 여부와, 받았다면 그 내역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건 기본적인 방송 윤리에 속한다.

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는 이런 시청자의 궁금증과 의혹에 대해 정식으로 조사를 벌여 줄 것을 요청한다. 시청자의 권리로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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