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미술관 들머리에는 이런 작품이 서 있었습니다. '노래하는 사람(Singing man)'이 작품 제목입니다. 1994년 설치했다고 돼 있으니 2010년 올해로 17년째 됩니다. 미국 사람이 만들었네요.
느낌이 있었습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때가 되면 노래를 했습니다. 흥겹고 즐거운 가락은 아니고 높낮이가 조금 있게 '으~으~으~음, 으음~, 으으음~' 이런 식으로 소리를 냅니다. 물론 기계음 같았습니다.
저는 전체 모양이 슬펐습니다. 노래를 한다면서 내는 소리가 무슨 신음 같아서 슬펐습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햇볕이 쬐나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소리를 내야 하는 저 녀석 신세가 슬펐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신기해서 한 번 눈길을 주고 또 한 번 발길을 돌려 둘러보고는 고개를 힐끗 한 번 하고는 돌아서 갑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일을 되풀이합니다.
저만치 떨어져 소리를 내고 있는 '노래하는 사람'.
마치 사람살이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누가 뭐라 하든 자기가 살 수밖에 없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한결같이 죽을 때까지는 살아야 합니다. 지금은 이 노래를 노래라 생각하지만 어떤 다른 시점에서 들으면 그것이 삶을 견뎌내느라 지르는 신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술관을 찾은 그 비오던 날은 이 '노래하는 사람'이 걸치적거리고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좀 오래 됐으면 교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리 여기지 않습니다. 그런 불편함과 서먹서먹함이 오히려 삶에 필요하겠다 싶어서요. 아니 그런 것이 바로 우리 삶이 아니겠느냐 싶어서요. 슬픈 일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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