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을 지역사회로 돌리는 근거가 있을까 싶어 도서관법과 학교도서관진흥법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랬더니 농산어촌으로 통칭되는 이른바 시골에 있는 학교도서관을 지역사회에 내놓을 수 있는 법률 제도 근거는 이미 넘칠 정도로 충분히 있었습니다.

1. 도서관법의 시골에 대한 '립서비스'는 넘치고

도서관법은, '제8장'을 '지식정보격차의 해소'로 따로 두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모든 국민이 신체적·지역적·경제적·사회적 여건에 관계없이 공평한 지식정보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여야" 하고 "지식정보 취약계층의 접근 및 이용편의를 증진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못박은 것입니다.

창원 팔룡사회교육센터 제공 사진.


시행령은 또 지식정보 취약계층이 누구인지 적시해 놓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65세 이상 노인에 더해, △농산어촌의 주민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것이 바로 농산어촌 주민을 위해 시골 학교 도서관을 지역사회에 내놓을 근거가 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한 같은 법 제4조는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지식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의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1조도 '국민의 정보접근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천명하고 있으니, 이것만 해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교육청이 지식정보에서 소외돼 있는 농산어촌 주민을 위해 시골 학교 도서관을 지역사회로 돌릴 명분은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도서관법의 2009년 9월 26일 시행에 따라 경남도의회가 이를 받아 지난 12월 4일 입법예고한 '경상남도 대표도서관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도 제3조(도지사의 책무)에서 "도지사는 대표도서관에 대한 지도·지원을 통하여 지식정보 서비스 확대와 격차 해소에 노력하고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팔룡사회교육센터 제공 사진.

나아가 학교도서관 진흥법 제6조는 도서관법에 규정된 '교육에 필요한 도서관 자료의 수집·정리·보존과 서비스 제공'이나 '도서관 이용 지도와 독서교육, 협동수업 등을 통한 정보 활용 교육' 같은 학교도서관 업무에 더해, "지역사회를 위하여 개방할 수 있"으며 "학교와 지역사회 실정에 맞게 학부모·노인·장애인·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2. 도서관법을 단박에 무력하게 만드는 사서 규정

이쯤 되면 시골 마을 학교 도서관을 지역사회로 돌리는 데 아무 장애도 없는 듯 하지만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맹점이 그냥 맹점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제대로 맞으면 사망이고 스치고 지나가도 중상은 될 것입니다.

때로는 남자도 책을 보기는 하는 모양입니당~~ 팔룡사회교육센터 제공.

상위법인 도서관법과 학교도서관진흥법에서 좋은 소리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많은 일을 할 사람을 정하는 기준에서 도서관법들이 담고 있는 모든 가치를 부정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사서(司書)교사'에 대한 규정입니다.

학교 도서관 진흥법 시행령 제7조가 "사서교사 등의 총정원을 학생 1500명마다 1명을 기준으로 산정"한 다음 배정 우선순위를 ①학교의 재학생수 ②학교도서관의 규모·자료수 등 운영 현황 ③학교도서관의 이용자수에 따라 정하도록 못박은 것입니다.

경남도교육청과 경남도의 농산어촌 학교도서관의 개방형 학교마을도서관 사업이 잘 되지 않는 까닭이 바로 이것입니다. 시골 학교는 학생도 적습니다. 도서관 규모도 작습니다. 도서관 드나드는 숫자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의 가치를 보지 않습니다. 문화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기준이 아닙니다. 기준이 이러니 규모 작은 시골 학교 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되지 못합니다.

교육 관료들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시행령이 도서관법과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입에 올리는 고상한 가치들을 사정없이 발가벗겨 버립니다.

'고효율 저비용'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는 물질 위주 엉터리 '실용주의'의 유치 찬란한 실상입니다. 한편으로은 좋은 점도 있습니다.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이 기준을 바꾸는 데 집중해 버리면 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하하.

김훤주

앞선 글
학교 마을 도서관 있기는 하지만(
http://2kim.idomin.com/1359)
올해 첫 꿈 학교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http://2kim.idomin.com/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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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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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2010.01.13 2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못된 법규정은 하루빨리 바껴야 하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문헌정보학 전공자입장에서 모든 학교도서관에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서교사를 근무할수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직이수과정이 존재하고 이수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용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이 아닌 분들이 근무하는 곳도 꽤 되거든요
    심한 곳은 비 전공자가 근무하는 곳도 있더라구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구르다 2010.01.14 0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서교사는 교사정원에 포함됩니다.
    경남에 사서 교사는 얼마되지 않습니다.
    개정된 학교도서관법에는
    사서직원을 둘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원안은 둔다였는데, 결정은 둘 수 있다로 되었죠.
    경남도교육청에서는 계약직으로 사서직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130여 학교가 조금 넘을 겁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1.15 1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서 교사를 두면 교과목 가르치는 교사 정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학교도서관 사서를 학교 교사 정원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겠지요.

    •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구르다 2010.01.15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서교사와 사서직원 4년제와 2년제의 밥그릇 다툼도 있고요.

      제가 볼 때는 사서교사와 사서직원 모두 필요하다고 봅니다.
      각 각의 역할이 분명 차이가 납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1.15 2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500명당 사서교사 한 명 등과 같은 규정에 제가 눈길을 두는 까닭은요, ^.^ 이러면 어쨌든 큰 학교 도시 학교에만 사서교사가 배정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모든 학교에 사서가 배정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면, 시골 학교에 사서가 배정되고 그래야 활성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지요.

      다른 방안 하나는 시골 학교 사서를 자치단체 소속으로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