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우리나라에도 감옥운동이 필요할까

김훤주 2009. 12.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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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옥은 어디에 있는가

'감옥'에 대해 사람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감옥과 세상 사이 관계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감옥은 과연 무엇일까? 감옥과 세상 사이 관계는 과연 어떤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감옥을 낯설어 하고, 또 가서는 안 되는 곳으로 여긴다. 그 실상은 잘 모른다. 그런데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드나들었거나 아니면 친구나 식구들이 드나들었다. 우리 옆에 있는 것이다.

"감옥 없는 세상이란 이야기는 그 실현이 불가능하다. 감옥이란 우리 문화에서 이미 주어진 필요악이며 오로지 바보만이 감옥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심지어 진보주의자나 급진파조차도 감옥 폐지 개념을 이해해 보려고 애를 쓸 따름이다."


사람들이 보통 형벌, 국민 보호, 범죄 억제, 재활 등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이 감옥은, 실제로나 관념으로나 아주 가까이 있다. 다만 멀리 있다고 '착각'하려고 많은 이들이 애쓸 따름이다.


<죄와 벌>을 쓴 도스토에프스키의 이런 말은 현실에서 정확하다. "어느 한 나라의 문명 수준이란 그 나라의 감옥에 들어가 보면 잘 알 수 있고 심지어 가장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스트레인지웨이스 감옥봉기-감옥운동의 지평>은 영국 감옥운동(이 말에 낯설어하지 않는 이가 우리 사회에 몇이나 있을는지)을 소개하고 있다.

엮은이 문성호(51·한국자치경찰연구소장)가 많은 부분을 썼으며, 그밖에는 감옥 안팎에서 감옥노동운동·감옥정치운동·감옥블로그운동을 벌이는 '쓰리 존(Three John-존 벤 군, 존 허스트, 존 바우든)'이 썼다.


책은 전체로 봐서 감옥폐지주의 관점에 서 있다. 하지만 감옥폐지주의는 지지하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감옥이 필요하다고 보는 바로 그 모든 사람도 이러저러한 사람은 감옥에 가둬서는 안 된다거나 적어도 그토록 자주 가둬서는 안 된다는 점은 금세 인정한다. 나는 어린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 난민, 정신질환자 등까지도 가두어야 한다는 이는 전혀 만나지 못했다. 나는 흑인을 지나친 비율로 많이 감옥에 가두는 데에 동의하는 이도 전혀 만나본 적이 없다."


2. 감옥은 과연 무엇일까

1990년 4월 영국 스트레인지웨이스 감옥에서 봉기가 일어나 사람들이 감시탑 아래 지붕에 올라가 있는 모습. 사람소리 제공.

여기서 감옥은 이런 곳이다. "사람들이 거의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실은 국가란 절도와 범죄 행위를 그렇게 솎아낸다고는 하지만 반드시 그 절도와 범죄 행위를 다시 저지르도록 적극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감옥과 세상 사이 관계는 이렇다. 감옥에 갇히는 사람이 줄어들면 여러 범죄가 절로 줄어들어 공동체(community)가 안전해지고, 반면 감옥에 갇히는 사람이 많아지면 갖은 범죄가 덩달아 늘어나 공동체가 위험해진다.


"감옥 인구의 축소에서 감옥 개혁의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는 감옥폐지주의 시각과 연결돼 있다. 캐나다가 성공스토리를 보여준다. 1993년 들어선 자유당 정부는 420억 달러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감옥 관련 지출도 20% 줄이는 전략을 세웠다. 감옥 자체를 줄이며 재소자도 함께 줄였다. 1995~2004년에 11% 줄이는 데 성공했다. 10만명당 재소자 숫자는 131명에서 108명으로 줄었다.


캐나다는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형법에다 '되도록 형사 처벌 내지 감옥형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둘째 조건부 공동체 봉사명령제도를 도입했으며 셋째 회복사법제도를 발전시키고 마지막으로 조기 가석방 제도를 확대했다. 이로써 범죄발생률은 25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991년에 견줘 1999년에는, 폭력·강도·절도는 23%, 살인은 43%까지 줄어들었다."


3. 감옥 인구 축소가 정답이다

그래서, 보수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유연하면서도 슬기로웠던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했다. "질 좋은 감옥제도를 만들려는 사람이 반드시 첫 번째 지침으로 삼아야 할 진짜 원칙은, '사람들을 애초부터 아예 감옥에 가두지 않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인지웨이스 감옥 조감도. 방사상인데, 감시를 쉽게 하기 위한 구조다. 사람소리 제공.


우리나라는 2007년 10만 명당 감옥 인구 비율이 96명이었다. 프랑스와 같고 영국(153명), 미국(756명), 러시아(626명), 중국(119명)보다는 적다. 반면 일본 63명이나 유럽의 독일 89명, 아일랜드 76명, 노르웨이 69명, 핀란드 64명, 아이슬란드 44명에 견주면 많은 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1998년 6만7883명(10만 명당 147명)에서 2001년 6만2235명(132명)으로, 더욱이 노무현 정부 시절은 2004년 5만7184명(119명)에서 2007년 4만6213명(96명)으로 줄었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선 첫 해인 2008년에 4만8522명(99명)으로, 이듬해인 2009년에는 다시 4만9427명(101명)으로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가 세상 흐름을 뒤집어서,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기는커녕 더욱 위험한 쪽으로 행진한 것이다.


엮은이는 이 책이 시국사범은 물론 감옥 인구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사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옥운동단체와 가족 모임 따위가 활성화되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일반 시민들도 '우리도 사람'이라는 '감옥살이 하는 것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느끼면서, 그이들 인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데에도 쓰이기를 바라고 있다.


1장 스트레인지웨이스 감옥봉기, 2장 재소자 글쓰기, 3장 감옥노동운동, 4장 재소자 가족의 글, 5장 재소자 협의회 운동. 사람소리. 431쪽. 1만8000원.

김훤주
스트레인지웨이스 감옥봉기 - 10점
문성호 엮음/사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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