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블로그 컨설팅

세상이 답답하면 블로그를 하라는 시민운동가

기록하는 사람 2009. 12. 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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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미디어 지역공동체를 표방하는 '갱상도블로그' 2009 우수블로거에 이윤기(대상), 천부인권(우수상), 구르다(장려상) 님이 각각 선정됐다.

그동안의 포스팅 횟수와 조회 및 추천수, 지면에 게재된 횟수 등을 기준으로 10명의 블로거를 후보로 선정한 후, 네티즌 투표를 거쳐 최종 3명이 뽑힌 것이다. 갱상도블로그는 12월 23일 저녁 송년모임에서 이들 3명의 블로그에 대한 시상식을 했다. 대상에는 상금 30만 원, 우수상은 10만 원, 그리고 장려상에는 화장품 선물세트가 주어졌다.

이 글은 대상을 차지한 블로거 이윤기 님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마산YMCA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이윤기 님은 지난 1월 '초등학교 우유 강제급식 중단하라'는 글로 경남도교육청의 우유급식 정책을 바꿔낸 장본인이며, 이후 마산시가 건설업체 소유의 땅을 지나치게 비싸게 매입하려 한다는 문제점을 제기해 이를 보류시키기도 하는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또한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시사/비즈니스 분야 후보로도 올라 있다.

블로거 이윤기 님.

- 언제부터 블로그를 시작했으며, 그 계기는 뭔가요?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블로그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윤기 = 2008년 9월, 다음세대재단에서 진행한 시민운동가 인터넷리더십 교육에 참가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블로그를 시작하였습니다. 2002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블로그 활동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 1인 미디어로써 블로그의 영향력을 느끼게 된 것은 언제이며, 그 이유는 뭔가요?

이윤기 = 블로그에 쓴 글이 메타블로그를 통해 공개되면서 트래픽 폭탄을 맞아서 하루에 수천, 수만 명이 내가 쓴 글을 읽었을 때 그리고 많은 사람이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때로는 토론과 논쟁을 벌이면서 영향력을 처음 실감하였습니다. 특히, 지역과 관련된 사안들은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이 경남도민일보 지면에 실리면서 구체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 자신의 블로그 포스트 중 가장 많은 관심과 조회 수를 기록한 것 3개와 그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이윤기 = 가장 많은 댓글과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초등학교 우유 강제급식 중단하라'는 포스트였는데, 다음뷰를 통해서만 13만 명 이상이 조회하였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사실상 강제로 이루어지는 우유급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글은 꽤 오랫동안 준비를 하고 작성한 글입니다. 실제로 큰아이는 6년, 작은 아이는 5년 동안 우유를 먹지 않으면서 급식비는 똑같이 냈습니다. 보궐선거로 학교운영위원으로 선출되면서 꼭 잘못된 관행을 바꿔보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입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고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지역의 몇몇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선택제로 바꾸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신종플루와 관련된 포스팅인데, 하나는 우리 아이 둘이 모두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신종플루와 같은 대재앙을 부르는 질병은 과도한 육식으로 바뀌는 인간의 잘못된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 포스트였습니다. 전자는 아이들을 걱정해주는 따뜻한 댓글을 많이 받았고, 후자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적지 않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밖에는 2009년에 서거한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포스팅이 네티즌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 블로그로 인해 생겼던 에피소드나 뒷이야기가 있으면 좀 소개해주세요.

이윤기 = 둘째 아이와 함께 여름휴가로 다녀온 지리산 길 여행이야기가 KBS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송되었습니다. 아이에게 기념될 만한 추억의 선물을 하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하면서 '블로그에서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서로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통의 화제(블로그에 썼던 글)가 있어서 좋더군요. 그리고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들 그리고 전국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들을 새로 많이 알게 된 것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 블로그 시작하라고 권유하는 직업병(?)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 신문·방송 등 기존 언론과 블로그 1인 미디어는 어떤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가령 블로그가 기존 언론을 대체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 언론에 대한 감시와 견제, 보완 역할 등)

이윤기 =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입니다. 아마 블로그가 기존 언론을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언론과 공존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기존 언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 있기 때문에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싶구요. 기존 언론보다 블로그가 빠르고 가벼워서 다른 영역을 개척할 가능성도 큰 것 같습니다. 블로그와는 다른 면이 있지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한 것도 내가 속한 단체가 하는 일을 정확히, 제대로 알릴 방법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의도적이지 않지만, 기존 언론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질 수도 있고, 보완의 역할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블로그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이윤기 = 굉장히 빠른 뉴스와 정보유통의 새로운 길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해서 하고 싶은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개인 매체를 갖게 되었고, 그 발언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얻은 것이네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과도 온·오프라인에서 더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잃은 것은 시간입니다. 잃었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지만, 아무튼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블로그를 1년 안에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로 올해는 매일 1편씩 포스팅 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느라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저는 즐겁게 하는 일이지만 가족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 블로그 운영을 통해 직·간접적인 금전 수익이 있다면 대략이라도 공개해줄 순 없을까요?

이윤기 = 직접적인 금전수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광고료는 아직도 구글, 다음, 알라딘 등을 다 합쳐도 한 달 평균 5만 원이 안 되는 것 같고……. 경남도민일보 지면에 실렸을 때 원고료 1회 5만 원인데 한 열 번쯤 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블로그와 관련하여 몇 번의 사례발표와 강의가 있었는데 원고료보다는 조금 더 받았습니다. 금전적 수입은 아니지만, 2008년에는 블로그를 배우러 제주 다음에 갔었고 2009년에는 사례 발표를 하러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 '1인 미디어 지역공동체'를 표방하는 '갱상도블로그'가 더욱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윤기 =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블로그 활동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갱상도 블로그가 발전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함께 하겠습니다. 첫째 역할은 역시 블로그 세계로 더 많은 사람을 전도(?)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윤기 님의 블로그 세상읽기, 책읽기, 사람살이. http://www.ymca.pe.kr


- 앞으로 블로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이윤기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세운 목표가 사는 동안 계속해서 기사를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읽기, 책읽기, 사람살이'라는 저의 블로그 이름처럼 지역운동, 시민운동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가늘고 길게 오래 쓰고 싶습니다. 책 읽은 소감을 나누는 글은 1년에 50편 이상 포스팅 하겠다는 목표를 앞으로도 매년 달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갱상도블로그'의 베스트 블로그로 선정되셨는데, 소감 한 마디.

이윤기 = 칭찬받고 격려받는 일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강좌, 모임, 지면 등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갱상도블로그가 활성화되고 정착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갱상도 블로그에 함께 모여 활동하는 블로거들 덕분에 생긴 상이니 그분들과 경남도민일보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 아직 블로그를 모르는 지역 시민에게 한 말씀.

이윤기 =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솔직히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어 답답해하였던 사람들은 블로그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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