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강기갑 대표와 두 시간, 아쉬웠던 것들

기록하는 사람 2009. 12. 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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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국회의원·경남 사천시)이 블로거들과 만났다.

그날 블로거들의 질문 중 KBS의 간판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코너에서 강기갑 대표의 모습으로 분장한 패러디 개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게 있었다.

사실 나도 얼핏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내용이 결코 강 대표 입장에서 기분 좋아할 만한 것은 아닌 것 같아 내심 그의 반응이 궁금했다. 질문 내용은 이랬다.

"최근 KBS 대표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강 대표님을 패러디한 개그가 선보이고 있습니다.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른바 '남성인권보장 위원회'라는 코너입니다.

이 코너에서 강 대표님으로 분한 박성호라는 개그맨은 의원님의 수염, 두루마기, 눈밑 점,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흡사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이 희화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 딱딱한 이미지로부터의 탈피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데서 그리 싫어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KBS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 왼쪽이 강기갑 의원의 이미지로 분장한 개그맨 박성호.


하지만 이 코너의 경우 대표님이나 민주노동당의 성격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특히 '남성보장인권위원회'라는 코너 이름에서부터, 여성, 농민, 노동자 계급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배치됩니다. 여성의 성과 인권에 그리고 눈에 보이거나 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사회적 차별들은 뒤로한 채 남성에 기대어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마치 남성의 경제력을 좀먹는 존재로만 인식하게 만든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언론이 취재를 했지만, 보좌관님의 대답이 아닌 대표님 본인의 확실한 생각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신 적이 있는지,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강기갑 대표는 "일요일에 한 번 끝까지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면서 "시사성에 있어서는 좀 떨어진다 생각을 했지만, 개그 프로이기 때문에…"라고 말을 흐렸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의 성평등에 대한 강조점이 높은데, 이건 남성인권을…, 허허"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제가 당 대표로서 성평등 지수가 좀 낮다는 지적을 좀 받는 편인데, 그래서 저는 평소에 술자리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것도 여성이고, 남자를 지배하는 것도 여성'이라는 말을 가끔 한다"면서 "그 프로그램이 대상으로 하는 연령층으로 보면 그런 개그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난한 대답이었지만 약간은 아쉬웠다. 사실 개그프로그램에 대해 정색을 하고 보는 건 좀 그렇긴 하다. 그러나 좌파 또는 운동권의 경직된 이미지를 웃음거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시간이 있었다면 그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을텐데, 좀 아쉽다.

블로거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또한 그날 참석은 못했지만 김훤주 기자가 물어봐 달라고 준 질문이 있었다. 민주노동당의 지역정책에 대한 것이다. 질문은 이랬다.

"우리나라는 분단모순과 계급모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역모순도 심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지방자치나 분권, 지역 공동체,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해 중앙당 차원에서 나름대로 정리한 지역정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당에서 알아서 해라 하는 식 말고 당 차원의 일관된 지역정책이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사실 진보정당의 지역문제에 대한 대응은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 참여밖에 없는 듯한 느낌이어서 묻는 질문입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진보정당일수록 지방자치나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약하다. 참여정부 시절의 열린우리당이나 현재의 민주당보다 지방분권에 대한 철학이 빈곤하다고 느낀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이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도 진보정당은 '행정안전부 주도의 통합에 반대'할뿐 이에 대한 당 차원의 정책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와 관련, 시민단체는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진보정당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서도 강기갑 대표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구체적인 분권 정책이 뭐냐는 대답은 않았던 것이다.

"지방자치 풀뿌리민주주의, 진보정당에서 많이 주장합니다. 그러기 위해 지방의회의 민주화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참여정권 시절 지방분권에 의지를 갖고 상당히 많은 역할도 했다고 봅니다. 참여정권은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그 힘으로 지방자치 실현에 노력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면 진보정당이 성과적 측면에서는 떨어진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의지나 노력은 어느 정당보다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 진보대통합을 하여 진보진영에서 정권을 잡게 되면 훨씬 멋진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대해주십시오."

그날 꼬박 2시간을 함께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묻지 못한 질문이 두 개 더 있었다. 다음에라도 기회가 되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어서 여기 기록해둔다.

"민주노동당은 파병도 반대하고, 한미FTA도 반대하고, 신자유주의도 반대하는 등 미국과 관계되는 일은 대부분 반대하는 반미 정당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친하게 지내지 않거나, 대립적인 관계에서도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미국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면 미국 대신 어떤 나라와 친하게 지내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지도 궁금합니다."

"최근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블로그와 메타블로그, 트위터 등을 활용하려는 정당과 정치인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진보신당이 적극적으로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고, 민주당은 최근 '민플'이라는 소셜네트워크 사이트까지 오픈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몇몇 당 소속 의원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 말고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민노당의 디지털 전략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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