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강기갑-블로거, 어떤 얘기 나눴나

기록하는 사람 2009. 12. 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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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국회의원·사천시)는 솔직하게 사과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진보는 왜 항상 분열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실망을 안겨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고, '사천의 갯벌 매립에 대해 찬성한다고 했다가 비판여론이 일자 물린 적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솔직히 반성하면서 이 자리를 빌어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대개 인터넷과 친화적인 여느 진보정치인들과 달리 강 대표는 거의 '컴맹' 수준이었다. 블로그와 트위터도 잘 모르는 것은 물론 심지어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또한 기자회견은 여러 번 해봤지만, 블로거들과 만남은 처음이라고 했다.

강기갑 대표는 5일 오전 10시 45분부터 2시간 동안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블로거 간담회'에서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반 MB 연대와 △진보진영의 분열과 통합 △진보정당의 지향점 등 정치현안은 물론 △자신을 패러디한 개그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 △자녀 교육문제 △지난 총선 때의 '말바꾸기' 문제 등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변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경남지역 블로거들의 간담회.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권(칼라테레비) △김정숙(사진으로 보는 고향이야기)나현주(하슬린) △이윤기(세상읽기 책읽기 세상살이)김욱(거다란닷컴)이종은(발칙한 생각)강창원(역사와 야생화) 등 7명의 블로거와 △정성인(돼지털의 아날로그파일)김두천(메멘토모리) 등 2명의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참석했다. 사회는 김주완(지역에서 본 세상) 기자가 맡았다.

-대표님의 인터넷 홈페이지 '강기갑을 말한다' 코너에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사진과 홈페이지 개설 축하글만 게재되어 있다. 사실 이계진 의원은 지난 쇠고기 파문, 이에 이어진 촛불 정국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다가 뭇 여론의 몰매를 맞는 등 의원님의 의정활동과는 배치되는 활동을 한 사람이다. 하필 이계진 의원의 축하글만 있는 이유는?

△이계진 의원과는 17대 국회 때 농림수산위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인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일치하는 게 많았는데, 정권이 바뀌고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입장이 많이 달라졌다. 아마 그 이전에 올려놓은 게 그냥 그대로 있는 것 같다. 당 대표를 맡으면서 사실 개인 홈페이지에는 거의 신경을 못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개편을 하게 되면 바뀔 것이다.

개그 프로그램 패러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최근 KBS 대표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강 대표를 패러디한 개그가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코너인데,  문제는 강 대표나 민주노동당의 성격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너 이름에서부터, 여성, 농민, 노동자 계급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배치된다. 이 프로그램을 보신 적이 있는지,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수원의 한 식당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이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중에서 '봤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한 번 일요일에 끝까지 봤다. 내용에서 민주노동당의 성평등이나 여성인권 정책방향과 좀 안맞는 부분도 있고 시사성도 좀 떨어지지만, 주요 청중인 20대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개그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저도 농촌에서 살아와서인지 성평등 인식이 낮다는 지적을 좀 받는 편인데, 흔히 세상은 남자가 지배하고,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바뀌어 세상과 남성을 모두 지배하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 프로그램의 대상 연령층으로 보면 이런 개그도 나올 수 있겠다고 본다.

단병호 전 의원 검사 딸 "부러운 점도 있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이자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단병호 전 의원의 딸이 사법고시에 합격해 현재 검사로 재직 중이다. 이는 노동자에 불리한 법적제도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시위와 파업을 주도하던 노동운동가 아버지 밑에서 검사 딸이 나왔다는 소식에 많은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강 대표의 자녀들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지도 말씀해달라. 그리고 교육현안 중에서 지금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3남 1녀를 두고 있는데, 큰 애가 아직 고등학생이고 막내는 일곱 살밖에 안 된다. 단병호 전 의원의 딸 얘기를 보고 한편으로는 부러운 점도 있었다. 사실 그동안 사법부가 권력의 잣대로 운영되어온 측면도 있었고, 민중운동과 진보정치를 탄압하기도 했다. 지금도 검찰은 그런 부분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들이 그쪽에 진출하여 법을 올바르게 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라 하더라도) 직업은 결국 자녀 스스로의 선택이며, 막아서도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다.

교육의 가치는 '상생'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교육에서도 양극화가 너무 심각하다. 특히 사교육에서 차별이 심하다. 결국은 무상교육으로 가야하고, 대학평준화도 민주노동당의 주장이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경남의 경우에는 야당후보가 단일화 하지 않으면 어디든 힘들다고 본다. 민주노동당도 반MB 연대를 이야기하지만, 이번 양산 선거를 볼 때 실제 선거에 돌입하면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년 선거에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현 정권 안에서 앞으로 선거가 3개나 있는데, 이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확실히 심판해야 한다. 이번 10·28재선거에서도 국민들은 확실하게 MB 심판 의사를 보여줬다. 그런데 심판을 하되 어떻게 심판할지가 중요하다. 그냥 '묻지마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그냥 심판이 아니라 내용있는 심판이 되려면 진보진영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을 진보 쪽으로 끌어당길 수도 있다. 그래서 진보진영 대통합을 목표로 당원들과 토론을 거쳐 1월 중 당론으로 확정지으려 한다.

-진보정당이 분열함으로써 힘이 나눠지긴 했지만 또 진보세력의 저변을 넓힌 점도 있다. 만약 다시 하나로 된다면 진보신당이 확보한 유권자들을 흔들림 없이 그대로 이동시키기 위해선 합당한 당의 당명이나 캐치프레이즈도 변화가 필요할 듯 하다.

△사실 당명이 민주노동당이지만 대중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진보진영의 범위도 민주노동당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농민이나 어민도 넓은 의미에서 노동자라고 볼 수 있지만, 좀 더 일반적인 당원 확대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다. 경직성을 탈피하자는 이야기도 안에서 많이 하고 있다. 노력하겠다.

내년 1월 안에 구체적 통합 로드맵 내놓겠다

-통합이란 선언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 실천 과정에서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동질성이 마련되는 과정을 거쳐야 이룰 수 있다. 우선 창원에서는 효성과 대림에서 파업투쟁이 전개되고 있는데, 문제는 진보신당과 민노당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안 보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연대할 수 있다면 통합의 기운도 무르익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신 김에 민노당 경남도당이든 창원시당이든 진보신당과의 연대에 관한 주문을 하실 생각은 없나.

△민주노동당이 왜 노동현장에 관심이 없겠느냐. 다만 창원 상황은 잘 모르겠는데 알아보겠다. 진보진영이 통합하자고 하는데 사실 이견도 있다. 종북문제를 제기하고 나갔는데 지금도 이명박 정권 하에서 종북 이야기하면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정파적 문제 반성해야 하고, 서로 함께, 정파를 크게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17대 국회 때 의원들끼리 정파 때문에 티격태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정파가 어느 정파인지도 모르고 4년동안 살아왔는데…. 그래서 나는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당원들이 강력하게 반대주장을 하면 지도부도 당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서 곤란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통합에 대한 전체 기조나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1월 안에 구체적인 통합 로드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통합 이야기 많이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 쪽에선 민주노동당을 종북세력이라고 하고, 민주노동당에서는 탈당하고 나간 사람들을 종파주의다다, 분열주의다 이렇게 공격하고 있다. 제가 보기에 종북 문제는 분명히 있었다. 그런 걸 해결하지 않고 통합이 되겠나.

△그런 논의는 진보신당과 구체적인 논의과정에서 할 수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 계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진보진영 대통합 과정에서 진보신당뿐 아니라 사회당도 있고 진보단체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정리를 해줄 수도 있다고 본다. 좀 더 넓게 전체를 보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본다.

노회찬 심상정 의원과는 지금도 잘 지낸다

블로거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민노당과 진보신당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보기엔 서로 같은데) 공개게시판에 비판하는 글들을 볼 수 있다. 정치인과 당원들의 성숙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한 때 한솥밥을 먹었는데, 이럴 필요가 있는지, 중앙당에서는 자제를 왜 시키지 않는지 궁금하다.


△제가 (인터넷을) 잘 몰라서 죄송하다. 그런데 아마 전체 당원들은 아닐 것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강하게 그런 주장을 하는 게 그렇게 비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를 자극하고 감정을 긁어서 덧나게 하기 보단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진짜 큰 고름이 있다면 베어내야 하지만, 적어도 서로 상처를 긁어서 덧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엊그제 노회찬 대표가 무죄선고를 받았을 때 바로 축하전화를 했다. 또 얼마 전에는 심상정 전 의원이 전화를 걸어 15일 연구소 개설 축사를 부탁하기도 했다.

-보수는 흩어지지 않는데, 진보는 왜 항상 분열하여 다른 정당을 만드는 건가.

△죄송스럽다. 진보가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죄송하다. 민주당과는 여러 차이가 있지만, 더 큰 차이가 있는 한나라당 앞에서 연대나 연합이 필요하다. 마을의 작은 저수지가 터지는 것과 댐이 터지는 것은 다르다. 당장 댐을 먼저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정당과 연대도 필요하고, 정말 작은 차이는 통합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차이에 대해 별 차이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근본적인 차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 것 같다. 분열로 실망을 안겨드려서 죄송하다.

-민노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면 전국 여러 곳에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의 지역정당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는 공직선거 출마를 2번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는데, 민노당은 어떤 기준이 있나.

△민주노동당은 오히려 출마를 장려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부족한데 두 번으로 출마를 제한해서 되겠느냐. 다만 여성과 장애인 할당제는 확실히 지키고 있다. 그리고 비례대표 의원을 한 사람들은 같은 비례대표를 다시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북유럽과 독일, 쿠바에서 본받아야 한다

-야권에서 뚜렷한 대표주자로 떠오르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성급한 질문일지는 모르겠지만 단기간에 짠~ 하고 인물이 나타나기는 어렵다. 혹 강 대표께서 염두에 두고 계신 대안 인물이 있는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 차기 대선에 도전해볼 의향은 없나.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국민의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야권 전체의 통합후보를 요구하는 국민이 많은데, 현재 진보진영 대통합을 이야기하면서 대선 후보를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한 점이 있다.

-진보정당들이 과연 어떤 사회를 추구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냥 막연히 '서민이 잘 사는 나라' 같은 추상적인 설명 말고, 현존하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 중 민주노동당이 생각하는 사회와 가장 근접한 나라가 있다면?

△복지제도와 교육 분야에서는 북유럽이나 독일, 그리고 의료제도나 친환경 농업은 쿠바에서 본받을 게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분단모순과 계급모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역모순도 심각하다. 민주노동당이 지방자치나 분권, 지역 공동체,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해 중앙당 차원에서 나름대로 정리한 지역정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도당에서 알아서 해라 하는 식 말고 당 차원의 일관된 지역정책이 있는가. 사실 진보정당의 지역정책은 참여정부 때의 열린우리당보다 못하다는 느낌이다.

△참여정부가 지방분권에 의지를 갖고 많은 역할도 했다고 본다. 민주노동당도 의지나 노력에서는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성과 측면에서는 많이 떨어진다고 인정한다. 앞으로 이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

갯벌 매립 찬반 번복, 다시한번 죄송하다

강기갑 대표-블로거 간담회.


-사천에서 갯벌매립에 강 대표가 찬성했다가 비판여론이 일자 진보의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고 반성을 하면서 물린 적이 있다. 그렇다면 강 대표 역시 기성정치인과 무엇이 다른지?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죄송하다. 바다는 폐와 같은 곳이다. 갯벌의 정화력은 일반 습지의 50배라고 한다. 변명 같지만 지역에 국한시켜 보면 지역구 의원으로서는 지역민의 요구와 반대로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지역민만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는 차원에서 비판받아서 마땅하고 솔직하게 반성한다.

-양산 재보선 결과를 보고 강기갑 대표가 떠올랐다. 양산에서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도심에선 이기고 농촌지역에선 한나라당 후보에게 여지없이 졌다. 농촌지역인 사천에서 어떻게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한나라당을 이겼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17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지역구 당선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선거운동도 단식을 마친 뒤 늦게 시작했다.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로 선거가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지역당 체제에서는 부지깽이만 꽂아놓아도 물이 올라 꽃이 피는 게 현실이다. 내가 책상을 치며 의정활동을 할 때 동료의원들 중 "아무리 의정활동을 잘 해도 지역에 가서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충고한 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진정성을 알아주고, 적어도 서민을 위해 일하는 의원이라고 인정해준 사천시민들이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민들을 하늘처럼 생각한다.

사실 사천에는 농민들만 있는 게 아니다. 노동자들도 있고 노동자 조직도 있다. 당선될 수 있었던 데에는 적어도 열 몇 가지 요인이 있었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기분 나쁘겠지만 그런 요인들 중에는 상대후보가 워낙 인심을 많이 잃었고,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그가 했던 역할로 인해 반 이방호 정서도 있었다. 178표차로 이긴데는 그 요인들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안 됐을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전국의 농민 수천 명이 사천에 다녀갔다. 심지어 태안 어민들도 보름동안 바닷가를 누비며 어민들을 만나 선거운동을 해줬다. 또한 종교인(천주교)으로서 하늘이 도왔다고도 생각한다.

☞관련 글 : 강기갑 대표가 모델로 삼는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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