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도심의 숲속길, 걷고 싶은 길이 되려면…

기록하는 사람 2009. 9. 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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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처럼 아내와 함께 마산 팔용산의 봉암저수지(옛 수원지)에 다녀왔다. 저수지 둘레길도 아직 완전히 정비사업이 마무리된 건 아니었지만, 진입로 정비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는 진입로 정비사업은 길가에 배수로를 내고, 군데 군데 코스모스와 국화길을 만드는 한편 나무다리(목교)를 가설하는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8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재의 모습은 옛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사안내판에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아 이 진입로를 흙길 그대로 조성할 것인지, 아니면 시멘트나 아스팔트 포장을 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폐보도블록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보도블록으로 길을 덮을까 걱정도 되었다. 요즘 대부분의 관광지나 공원에서는 기존의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다시 흙길로 복원하는 추세다.

그래서 공사안내판에 적혀 있는 봉암동 사무소 이맹렬 씨에게 전화를 해봤다.


이맹렬 계장에 따르면 지금 그대로 둘 계획이라고 한다. 즉 저수지까지 이르는 진입로 중 시멘트로 되어 있는 1/3은 그대로 시멘트로 두고, 흙길로 되어 있는 2/3는 흙길 그대로 두어 작은 자갈을 깔 계획이라는 것이다. 욕심 같으면 현재의 시멘트 길로 모두 걷어냈으면 좋겠지만, 예산이 많이 들어 안된다고 한다. 마산시장이 다른 예산을 아껴서라도 이런 일에 예산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진입로 입구에는 주차시설이 없다. 나는 차가 없으니 별 필요없지만, 버스도 자주 없는 곳이니만큼 주차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야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근 사유지를 좀 매입하면 되겠지만, 그것 역시 예산이 없어 꿈도 못꾼다고 한다. 마산시장이나 시의원들은 단순히 봉암동 차원이 아니라 마산시민 모두의 휴식처라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실 도심공원과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는 인근 창원시와 달리 마산시에는 시민이 갈만한 휴식처가 별로 없다. 무학산(761m)에 오르자니 버겁고, 돝섬에 가려면 입장료와 배삯이 든다. 유일한 도심공원이라야 삼각지 공원이 있지만 공원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좁다. 따라서 이곳 봉암저수지와 산책로를 잘 정비하면 마산뿐 아니라 창원시민, 진해시민들에게도 훌륭한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팔용산(328m)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도 39사단의 함안 이전으로 풀릴 경우, 무학산 못지 않게 마산, 창원, 진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 될 가능성도 높다. 위치도 3개 시의 경계지점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2009년 9월 20일 팔용산 봉암저수지에 이르는 길을 기록삼아 남겨둔다. 11월이 지나면 현재의 모습은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차시설이 없다 보니 진입로 입구는 항상 이렇게 무질서한 주차가 되어 있다.

처음 진입로에 들어서면 이런 시멘트길이 이어진다.

차량 진입을 금하기 위해 쇠사슬을 쳐놨다.

왼쪽의 시멘트 기둥은 과거 해병대가 훈련용으로 만든 것이다.

해병대 벽암지 교육대로 쓰였다는 표지판이 있다. 해병대 마산시전우회가 세웠다.

건너편 언덕에도 저런 시멘트 기둥이 서 있다.

암벽등반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군데군데 이런 체육시설이 있다. 야영이 허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천막을 쳐놓은 사람들도 있었다.

오른쪽 언덕 아래엔 이렇게 배수로 공사가 한창이다. 폐보도블록을 재활용하는 거란다.

국화동산을 조성한다는데, 내년 쯤에나 볼만 할 것 같다.

봉암저수지가 마산시 상수원으로 사용될 때 만들어진 정문이다. 이것도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오른쪽 산은 대부분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다. 이게 풀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 팔용산은 그야말로 마창진 시민의 휴식처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이런 나무다리를 가설하고 있다.

화장실이다. 저수지 둑 바로 밑에 있다.

저수지 둑 아래의 정자.

저수지 둑 아래에도 철봉 등 체육시설이 있다. 이곳엔 분수대도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봉암수원지'라 적혀 있는 동판 자리에는 원래 일본인 시장이 쓴 4자의 한자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일제 잔재라 하여 철거되었다. 그건 어디에서 보관 중인지 알 수 없다.

아내가 가져온 캔맥주 한 병과 귤, 그리고 오미자차.

저수지 둑으로 오르는 길.

둑 위 오른편에도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는 경고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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