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아이 안고 투신한 게 '동반자살'이라니?

김훤주 2009. 7. 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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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전라도 광주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태어난지 넉 달 된 딸을 안고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올라 왔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뉴시스>는 제목에서 '모녀 동반 투신 자살'이라 했고 <연합뉴스> 또한 제목에서 '여성·여아 투신 자살'이라 표현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틀렸습니다. 어머니는 투신 자살을 했을 수는 있지만 돌도 안 된 이 아이는 몸을 던지는 투신도 할 수 없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동반'(同伴)은 전혀 가당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함께 함'이 동반이고 이런 동반은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어머니가 넉 달 된 딸에게 '얘야, 나랑 같이 죽을래?' 묻고 또 '그럴게요.' 대답을 받아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살인 행위입니다. 어머니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힘들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까지 나아갔겠지만, 그래도 살인은 살인입니다.

자기가 낳은 딸을 자기와 동일시하고 소유물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자기가 낳았다 해도 딸은 자기와는 별개로 독립된 생명체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딸이 목숨을 잃으며 겪는 엄청난 고통은 별로 생각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과는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가정 폭력도, 가장-남편이 아내를 비롯한 다른 식구들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기에게 종속된 존재로 여기거나 아니면 자기가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소유물로 간주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나아가 제가 생각할 때는 보도 매체가 이렇게 '함께'(연합뉴스. 기사에 나옵니다.) '투신 자살'을 했다거나 '동반 투신 자살'(뉴시스)을 했다고 하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식을 어머니나 아버지의 소유물이나 종속된 존재로 여기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좀더 정확하게 하자면 "어머니가 딸을 안고 투신 자살해 딸까지 숨지게 만들었다."가 바람직하겠다고 여깁니다. 저는 이리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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