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전남 여수에 강의를 다녀온 적이 있다는 것은 이미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하룻밤을 선소(거북선을 제조했다는 곳) 앞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오문수 선생의 안내로 여수의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곳이 있어서 소개드릴까 합니다. 여수역에서 만성리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마래2터널입니다. 좁은 1차선 터널이어서 터널에 진입하기 전, 마주 나오는 차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합니다. 터널 입구가 그렇게 좁은데다 낡아 보여서 그저 좀 오래된 터널인가 보다 싶었는데, 들어가보니 그냥 보통 터널이 아니었습니다.

암벽이 울퉁불퉁 거친 모습 그대로 드러나 있는 인공 동굴이었습니다. 폭이 좁아 차량 한 대밖에 주행할 수 없지만, 동굴 안 여섯 군데에 여유공간을 만들어 교행이 가능하도록 해두었습니다.

여수 만성리 가는 길 마래2터널.


알고 보니 이 터널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일제가 군사용으로 우리 국민을 인부로 동원하여 뚫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곡괭이와 정 등 재래식 장비로 쪼아서 뚫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식민지 민중이 이곳에서 고통을 당했을 지 짐작할 만 합니다. 모르긴 해도 죽어나간 분들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총 길이는 640m에 이르며, 몇 년 전 등록문화재 116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일단 동영상으로 동굴 안 모습 한 번 보시죠.



저도 지금까지 제법 여기저기 쏘다녀 봤지만, 열차 터널이 아닌 일반 차량용 터널 중 이렇게 오래 된 것은 처음 봤습니다. 암반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도 처음 봤고요. 역시 일제가 뚫은 경남 통영의 해저터널이 1932년에 완성된 것이라고 하니, 그것보다 6년이나 앞서 건설된 것입니다. 게다가 통영 해저터널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마래2터널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지만, 건설 당시의 상세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네요. 이게 현존하는 한국의 가장 오래된 터널인지 여부도 알 수 없고요. 여수에서 지역사 연구하시는 분들 중에는 이 터널 건설에 얽힌 여러 이야기와 정황을 알고 있는 분이 계실 법도 한데, 인터넷에 올려둔 정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여수에 계시는 오문수 선생님이나 한창진 선생님이 한 번 이 터널에 얽힌 이야기들을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성리 쪽에서 본 마래2터널 입구.

어쨌든 이 터널을 지나면 왼쪽은 산이고, 오른쪽은 바다가 나오는데요. 바다 쪽을 보면 제 고향인 남해군이 보입니다.

그런데 왼쪽 산에선 여순사건 당시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만성리 학살 터입니다. 그곳은 나름대로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조사를 하여 표지판도 세워뒀더군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도 유해매장 추정지 조사를 하여 역시 표지판을 세워뒀고요.


당시 학살된 무고한 민간인들이 모두 이 마래2터널을 지나갔을 것입니다. 그들은 터널 건설에 동원됐던 수많은 조상들의 한이 서린 이 터널을 지나 학살 장소로 끌려가면서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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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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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theprojecty.net 무적전설 2009.07.11 2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전하기 꽤 힘든터널이네요.. 한쪽에서는 계속 옆으로 대피 하면서 가야하는 터널이군요.

  2. Favicon of http://blog.mintong.org 하민혁 2009.07.11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기자님이 남해 분이셨구나. ^^
    얼마 전 댓글서도 함 말했는데 제 고향이 남해와 여수입니다.
    아버지는 남해, 어머니는 여수.
    거의 번갈아가며 살았습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남해는 당시 생활권이 여수였어요.
    근데 저 굴은 일제 때 군사용으로 만들었다는 얘기 말고는 들은 게 별로 없네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기록하는 사람 2009.07.11 2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저도 어릴 때 어머니가 명절 앞에는 남해군 서면 서상리(지금 스포츠파크가 있는 곳)에서 배를 타고 여수에 장을 보러 가셨죠. 그 땐 육로 교통이 좋지 않아서 진주보다 여수가 가까웠습니다.
      반갑네요.

  3. 여수거주 4년차 2009.07.12 04: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전하기 힘들진 않구요. 차가 오는게 보이면 피해야죠 아주 어둡고 그래서 서행해야합니다. 저기서는..그런데 저 터널에 가면 알게 모르게 음산하고 뒷목이 서늘한.....뭐라고 할수 없는 음침한..그런 기운이 느껴집니다. 한이 맺힌 터널 맞죠...저기만 가면..왠지 슬프고 ...귀신이 따라온다라는 느낌이 확듭니다.정말 너무 마음이 아픈곳이에요. 저는 여수가 고향은 아닌데 친구나 친척들이 오면 저기 한번 데려가면 다들 왜 이렇게 무섭냐..공포영화 찍는거 같다 그렇게 말합니다. 바다를 옆에 끼고 있어서 경치는 좋습니다. 민간인 학살같은 비극이 없기를 바랍니다.

  4. 로파이 2009.07.13 0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년도에 마지막으로 여수에 갔었는데 마래터널을 우연히 지나갔었어요.

    이번 여름에 다시 가려고 찾아보다 들렀습니다.

    터널을 지나가다 반대편에서 차가오면 굴 속에 쏙 들어가 기다려야 했지요.

    여유롭게 경적없이 터널을 지나는 여수 사람들이 부럽더군요.

  5. 오호라 2009.07.13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는 참 한맺힌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풍파가 많았던거겠지요. 아름다운 자연속에 숨겨진 피맺힌 역사가 얼마나 많은지... 얼마전 제주 거문오름과 성산일출봉의 동굴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예전엔 그냥 자연히 생긴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구요) 속으로 분노하며 안타까워했던 생각이 드네요. 그 아픔속에 자라난 독립되고 민주화된 이 나라가 잘되어야할텥데.. 참으로 눈물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