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답사기(踏査記)’라 할까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도저히 ‘답사’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4월 20일 오전 10시 즈음해 청간마을(창녕 고암면)을 찾아가 30분 남짓 둘러보고 왔으니까요. 집집마다 들르지도 않았고 고샅고샅 샅샅이 훑지도 않았고 그냥 어슬렁어슬렁 위쪽 청간못으로 올랐다가 길지도 않은 거리를 쉬엄쉬엄 내려온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이렇게 대충 눈에 담았는데도 참 멋진 물건·존재가 많았습니다. 야리야리한 연두로 부풀어오르는 봄산도 좋았습니다. 아마 이름이 열왕산이지 싶은데, 골짜기와 골짜기가 겹쳐지면서 그 사이로 배어나오는 옅푸른 새싹 빛깔이 소나무 오래 묵은 짙푸른색을 아래로아래로 처지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청간못 물색도 좋았습니다. 열왕산이 통째로 거꾸로 비치는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