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글을 읽으면서 탄복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화려찬란한 입심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나는 발버둥이쳐지지 않는 발버둥이를 버둥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다."처럼, 말장난에 그치는 때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글에는 김훈에게 고유한 숨결과 손결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22쪽, '꽃피는 해안선' 부분입니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오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