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기자노릇을 해오면서 가장 답답하게 여겼던 일이 '민간인학살' 문제였다. 어떻게 이처럼 엄청난 사건을 두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에 분개하고,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에 경악할 줄 아는 한국사람들이, 그리 멀지도 않은 시기에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100만 민간인학살 만행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선 무심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역사에 대한 무지 탓으로 봐야 할까, 내 치부를 보지 않으려는 비겁한 외면일까, 그것도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공포체험과 그 트라우마로 인한 의도적 망각일까. 신경득 교수의 돈 안되는 연구 아직도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학살자의 자식들이 '좌익으로 몰..